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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동호회는 돈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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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전 큰 맘 먹고 컴팩트 카메라를 한 대 구입했다.
간편하게 들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을 생각이였다.
사진을 몇 번 찍고보니 자동 카메라가 생각보다 기능이 많다.
그래서 동호회에 들어가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진 찍는 기술도 배워보자했다.
가입당시 활동인원이 두세명이던 모임이 갑자기 열댓명으로 늘었다.
모여서 때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근교에 사진찍으러 다니면서 즐거운 모임을 유지할 수 있었다.
회원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모임에 이상한 현상이 생겼다.
바로 회원들간 카메라 장비 비교다.
처음엔 그런게 무슨 소용이냐 사진기보다 사람이 중요하지 했는데 회원들의 장비 자랑은 어느 순간 도를 넘고 있었다.
기존에 함께 활동하던 회원들은 이들에게 괴리감을 느끼고 하나둘 모임을 떠나기 시작했다.
나는 정중히 회원들에게 부탁했다.
비싼 장비가 좋은건 당연한데 이 모임엔 소형 자동카메라로 사진 찍는 회원들도 많으니 장비 자랑은 자제 해 달라고 했으나 그들의 자랑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정기모임에 어느 회원이 500만원 정도의 장비들을 들고와 사진 찍는 일은 뒷전이고 회원들에게 장비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던 모습을 보고 나는 그 모임을 버렸다.

그리고 또 몇 해 지나 등산 모임에 들게 됐다.
예전부터 산을 좋아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건 어렵지 않았다.
나는 등산화는 준메이커(?)고 나머지는 오픈마켓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장비들을 사용해 왔다.
많은 회원들이 그렇게 부담 없는 수준에서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도 모임이 커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진다.
스틱 하나에 30만원, 등산복 한 벌에 6,70만원, 가방은 어디 메이커 해야 되고 저가 장비 착용하면 당장이라도 산에서 낙상이라도 할 것 같은 분위기다.
그들은 한 번 산행할 때마다 300만원을 몸에 걸치고 다닌다.
자연스레 사람들이 두 부류로 나뉜다.
돈 있는 사람, 없는 사람.
지금은 명분상 회원으로 남아 있고 함께 산행을 나가기 꺼려진다.
이번엔 누구의 장비 자랑을 들어야 하나, 생각만해도 귀 끝이 아려온다.

자전거.
내 자전거는 그리 비싸지 않지만 그렇다고 못타고 다닐 정도는 아니다.
어릴 때부터 자전거를 타와서 어느 자전거든 내 몸같이 받아 들이는데는 10분이면 족하다.
나름 자전거 좀 탄다고 자부했던 내게 입문용으로 살려면 어디 메이커 100만원정도 저렴한걸로 준비하란다.
자전거는 소모품이 많아서 타다보면 자전거 값만큼 수리비가 들어간다.
그러니 부담이 되는 금액이다.

취미 생활 너무 힘들다.
친구들이 있을 땐 이런저런거 따지지 않고 산에 가고 싶으면 산에 가고 사진 찍고 싶으면 사진 찍고 여행가고 싶으면 여행 다니고 했는데 다들 결혼하고 사는게 바쁘고 뿔뿔히 흩어져 사니 내가 맞춰가며 지내야 하는 사람들만 주변에 남았다.
사회에선 친구 사귀기 힘들다는게 이런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내가 친구 사귀기엔 부족한 수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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