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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극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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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저와 같이 치과 고포증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좋은 사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10여년 전 군대 있을 때 뒤늦은 사랑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배고파도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업을만큼 통증이 심했습니다.

그런데 군병원은 마취도 안하고 사병이 대충 뽑기 때문에 무지 아프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역하면 뽑자며 참았습니다.


그리고 전역 후에 그 사랑니는 계속 아팠고 충치가 생겨 조금씩 아까운 치아를 잠식해 들어가 커다랑 구멍을 만들어 놨습니다.

거의 3년 동안 아이스크림과 냉면을 먹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참는대까지 참아보자며 버텼습니다.

치과에 들어가는 것이 관으로 들어가는거 같고 치과 의사가 저승사자보다 무서웠습니다.


조금이라도 피곤할라치면 사랑니와 충치가 함께 아파주십니다.

그러다 작년 말쯤 3년간의 잠복기간을(?) 마친 충치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새벽에 치통 때문에 잠을 깨면 거의 한 시간정도는 한쪽 얼굴이 마비되는 것같은 통증에 눈물까지 찔끔거렸습니다.

윗니 첫번째 송곳니였는데 반 정도가 썩었었습니다.

치통이란게 경험해보니 사랑니 통증은 아무것도 아니더군요.

뇌가 터질까봐 겁이 날 정도였습니다. 흐흐...


2008년 새해가 됐습니다.

더이상 참지 말고 언제나 공포의 대상이였던 치과를 이겨내보자 결심을 했습니다.

1월 1일 하루종일 치통을 앓으며 이런저런 결심들을 많이 했습니다.

30년 넘게 한 번도 문턱을 넘어본적 없는 치과를 극복해보자.

치과의 벽을 넘지 못하면 나는 앞으로 어떠한 장애물도 극복할 수 없는 낙오자가 되는 것이다.

이런 자기 최면을 했습니다.

그리고 1월 2일 치과 문을 여는 날 드디어 치과를 갔습니다.


4, 5년 전에 사랑니가 너무 아파서 치과에 가려고 현관문을 나서는데 다리가 후둘거려 제대로 걷지도 못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차 시동을 걸었을 땐 도저히 핸들을 돌릴 수 없을만큼 힘이 쭉 빠져 결국 치과를 가지 못했었죠.

그런데 이번에 그 과정을 극복했습니다.

일단 치과 앞에서 차를 세워 놓고 10분정도 심호흡을 했습니다.

그 때 치과 정문 앞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나서는 모습을 보며 차안에 앉아서 심호흡하고 있는 제 모습이 한심해 보였습니다.

용기를 내고 난생 처음으로 치과를 들어갔습니다.

어찌나 긴장했던지 치통이 사라졌습니다.


처음 치과에 들어섰을 때 분위기는 흡사 작은 카센터를 옮겨 놓은거 같았습니다.

에어건에서 바람 나오는 소리, 드릴 돌아가는 소리가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손에서 식은땀이 흘러 흥건해졌습니다.

접수를 끝내고 대기하는 그 짧은 시간에 오만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치아가 반정도 썪었고 치통이 이리 심하니 뽑아서 임플란트를 하거나 브릿지를 하겠지...

그러면 돈도 많이 깨질거고 무엇보다 임플란트 할 때 나사를 생뼈에 박아 넣는데 얼마나 아플까, 브릿지를 하게되면 옆니를 갈아 낼 때 얼마나 아플까하는 별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드디어 엑스레이를 찍고 의자에 앉았습니다.

젊은 의사 선생님 말씀하시길 치아가 많이 썩어서 신경치료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다행히 발치는 안해도 되기 때문에 그나마 돈이 절약 됐습니다.

그러나 또한가지 걱정.

신경치료라는게 신경을 인위적으로 죽이는거 아닌가.

통증이 뇌로 바로 전달해주는 신경을 죽이는 행위가 내 입속에서 벌어진다는 것이다.

레이저로 지질려나? 칼로 잘라 낼려나? 얼마나 아플까?

또 그러한 잡다한 고민과 공포심으로 온폼이 석고처럼 굳어가고 있을 때 의사 선생님이 마취 주사기를 집어 들었다.

"조금 아플거에요."

거짓말. 조금 아프긴...

TV 나오는거 보면 사람들 비명지르고 난리던데...

그런 생각을 다 끝내기도 전에 입속에 뭔가가 들어왔다.

...

첫번째 주사는 너무 느낌이 없어서 주사를 놓은지 몰랐다.

주사를 한 번 더 놓을거라는 의사 선생님 말씀이 없었다면 첫번째 주사가 들어갔는지도 몰랐을거다.

두번째 주사가 본격적인가보다, 정말 아프겠지, 마음에 준비를 단단히 하자...

순식간에 두번째 주사가 잇몸으로 파고들고 주사액이 스며드는 느낌이 난다.


그 순간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건 사기다."였다.


겨우 이런정도의 통증이 무서워서 여태까지 치과를 무서워 했단 말인가.

마취가 되고나니 신경치료를 하는지 느낌도 없다.

보통은 3번에 나눠서 하는데 1, 2단계를 한번에 하면 두번에 끝낼 수 있다고 해서 한 번에 해달라고 했다.

드릴로 이를 갈아 낼 때의 느낌은 금속 이쑤시개로 이를 쑤시는 느낌이랄까.

30분동안 느낀 통증이라곤 계속 입을 벌리고 있어야 했기에 턱이 좀 뻐근하다는 거.

보름동안 5번정도 치과를 가면서 마취는 한 번했고 치아 본을 뜰 때 잇몸을 조금 누를 때 조금 아픈꺼 빼고는 상상하던 공포를 느낄만한 통증은 없었다.


아직도 깨알만한 충치들이 18개 정도 된다.

개당 8만원정도가 들거란다.

진작부터 치과를 다녔다면 절약할 수 있는 돈이다.


이번에 난생 치과를 경험하면서 느낀거지만 치과는 그렇게 무서운 곳이 아니다.

텔레비젼에서 과장되게 표현하고 치과에 대한 안좋은 인식이 문제다.

치통을 앓으면서 인터넷 검색도 많이 해보니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알았다.

저승사자보다 무섭던 치과의사가 이젠 검은 갓을 벗어던졌다.

혹시 치과가 무서워서 치통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와도 될거 같습니다.

천하게 겁쟁이, 저같은 사람도 갔다왔습니다.

그리고 텔레비젼이나 주위 사람들 말은 다 믿을 필요는 없을거 같습니다.

더 썩기 전에 얼른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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