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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는 세종대왕이 아닌 이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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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09일, 대한민국 역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 소추가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그리고 세 달째 헌재에서는 탄핵 심리 중이고 특검에서는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 중에 있다. 일각에서는 탄핵 기각을 예측하기도 하지만 특검의 수사가 진행 될 수록 탄핵 가결 가능성이 커지면서 여야는 조기 대선을 준비하고 있는 모양새다.

2016. 12. 09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 가결

탄핵 소추가 가결되면서 언론에서는 발빠르게 차기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을 따져보는 여론조사를 거의 매일 진행하고 있다. 초기에는 문재인, 반기문, 이재명, 안희정, 안철수 등이 차례로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가 반기문이 중도 하차하면서 문재인은 선두를 유지하면서 후순위권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의 반 이민 행정 명령을 기각한 미국 법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을 중심으로한 법치국가이다. 그러나 우리는 왜 미국의 법원 판결이 낯설게 느껴지는 걸까? 미국 법원은 미국 대통령의 명령을 기각했다. 만약 이런 민주주의 시스템이 우리나라에서 당연하게 작동하고 있었다면 이번 국정농단 사태는 불가능 했을 것이다.

우리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민주정부라 부르기도 한다. 10년여를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을 주장하며 당시의 10년은 그 어느때보다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이었다고 한다. 어떤 정부든 과와 실이 있기 마련이다. 각자의 입장에서 과를 더 부풀리기도 하고 실을 더 부풀리고도 하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난 10년 정부를 민주주의 체험 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우리나라 정부와 내각, 국회, 사법부 등이 민주적으로 재편 되었고 시스템에 올바르게 작동하였다면, 트럼프 사례처럼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더라도 국민정서와 법치에 반하는 대통령의 행정권한은 제한 됐을 것이다. 민주정부 10년이었다지만 해방 후 60여년 동안 쌓여온 적폐와 부패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탓에 국민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맞아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누가 자기 손에 피를 묻혀가며 부패와 싸울 것인가?
이방원을 떠올리면 아마 왕자의 난과 피의 숙청이 먼저 연상 될지 모른다. 시대적으로 그때는 조선 건국 후 나라의 기틀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했고 정국은 혼란스러운 때였다. 일제강점기가 끝난 현재의 우리나라가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오랜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우리는 군사독재 시절을 맞아야 했다. 민주주의를 원했던 수 많은 국민들의 투쟁과 피로 어렵게 문민정부를 맞게 됐지만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어는 곳 하나 부패하지 않은 것을 찾기 어렵게 됐다. 친일파는 여전히 기득권 세력이 되어 나라의 근간을 손에 쥐고 있으며 부정과 부패는 결국 나라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국정교과서 세대인 우리도 이방원의 업적에 대해서는 상세히 배운 적이 없었다. 왕자의 난과 피의 숙청을 주로 다루며 권력욕과 잔인성만 부각 된 비운의 왕이었다. 그러나 요즘 역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지면서 이방원에 대한 해석도 달라지고 있다. 그는 정쟁을 멈추었고 나라의 기틀을 다지는데 큰 업적을 세웠다. 이방원의 많은 업적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법치 국가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방원이 스스로 자기 손에 피를 묻혀가며 적폐와 정쟁을 타파하기 위해 싸우지 않았다면 세종대왕은 과연 안정된 국가에서 애민정책을 펼 수 있었을까?


우리는 지금 개혁보다 청산이 더 시급한 나라.
나는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 중에 노무현을 가장 존경한다. 그러나 참여정부 시정 가장 안타까운 점은 청산해야 할 대상과 화해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대연정이란 것은 완벽하게 3권이 분리되고 부패한 정치와 행정은 법으로 다스릴 수 있을 때나 가능한 것이다. 민주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을 때도 대연정이란 많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선진국에도 대기업은 있지만 우리나라 같은 재벌 구조는 찾을 수 없다. 사전에서도 재벌은 "chaebol"이라는 고유명사로 표기한다.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특이한 기업구조이다. 이건 매우 비정상적이어서 외국인들에게는 설명하기도 어렵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특검에서 조사를 받고 두 번째 영장청구가 심사 중에 있다. 죄를 지었을 때 대통령은 구속되도 삼성 회장은 구속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정도로 우리나라 재벌 권력을 매우 막강하다. 경제와 정치, 사법이 매우 비민주적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상적인 재벌체제와 정경유착, 사법비리 이런 것들은 우리가 1차적으로 청산해야 할 시급한 적폐들이다.

우리는 돈 많은 사람이 죄를 지었을 때 가벼운 처벌을 받거나 쉽게 면책 되는 경험을 자주한다. 그러면서 후손들에게 돈 많이 벌고 성공해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노력한다고 누구나 재벌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또 돈이 많다고 꼭 행복하고 사람답게 산다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법을 잘 지켰을 때 허탈감을 갖어서는 안 된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아첨하거나 독립군을 밀고하고 일본에 부역하면서 재산을 축적한 친일파와 그 후손들은 그 막대한 재산으로 현재도 기득권을 누리고 있다. 누가봐도 정의롭지 않은 상황이다. 젊어서 나치에 부역했다고 해서 90세가 넘은 노인이 처벌받는 독일의 사례는 우리에게 불가능한 것일까? 우리는 단 한번도 제대로 된 과거 청산이 없었다. 지금이라도 국가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이런 정의롭지 못한 과거, 부패한 권력을 청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권교체 한다고 한 번에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를 겪었다. 나쁜 것을 좋게 만드는 일은 어렵지만 좋은 것을 나쁘게 만드는 일은 얼마나 쉬운지 우리는 겪었다. 민주정부 10년동안 이루어 놓은 국가의 정상적인 장치들을 모두 폐기 시키고 다시 비정상 국가로 망가뜨리는데는 1년도 걸리지 않았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가 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당시 생소하던 구제역을 대비해서 만든 방역 매뉴얼이 있지만 참여정부에서 만든 지침이라는 이유로 이것들을 활용하지 않아 9년째 국가 비상사태를 초래하고 있다. (청와대 위기 대응 매뉴얼 2800권 낮잠 http://www.sisapress.com/journal/article/139316)

지금 여러 대선 주자들이 말하고 있다.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의 문제가 다 해결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2012년 박근혜 후보도 그렇게 이야기 했었다. 대통령이 바뀌고 장관을 새로 뽑고 검찰 총장을 새로 임명한다고 개혁이 되는 건 아니다.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제대로 된 적폐 청산을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언제든 제2의 이명박,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맞이하고 또 광장으로 나가야 할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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