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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국정 교과서 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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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시끄럽다. 교과서 하나가 뭐라고 이렇게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는 것일까. 교학사 역사 교과서가 나왔을 때도 논란은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범국민적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교육계의 논란 같지만 정치계가 더 뜨겁다. 아직 생기지도 않은 국정 교과서를 두고 왜 정치계가 시끄러울까.

 

지금 국정 교과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친일, 독재 미화를 아이들에게 교육하게 될 거라는 주장이다. 누구의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게 될까? 우리나라 친일 역사는 이미 100년을 넘었다. 아직도 친일파와 그 후손이라 일컫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보편적이라는 게 과장 일 수 있지만 불과 십여년 전만 해도 친일파라는 사람들은 지금처럼 떳떳하게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했다. 언제부턴가 커미아웃 하듯이 본인이 친일파 임을 전혀 부끄러워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언론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니 이젠 우리 주변에 흔하게 존재하는 게 친일파처럼 느껴진다.

 

미국의 경제와 정치를 유태인이 지배하고 있다는 논란은 2000년대 들어서 자주 등장한다. 우리나라의 경제와 정치는 친일파가 지배하고 있다는 가설(?)도 이젠 낯설지가 않다. 그들은 이땅에 세력으로 자리잡았다. 사람들은 친일파가 운영하는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밤새 공부하고 스펙을 쌓고 친일 기업이 판매하는 상품에 열광한다. 이미 이땅에서 다 누리고 살 것 같은 그들이 굳이 교과서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경제와 정치는 그들의 세력으로 좌지우지 할 수 있지만 아직 우리 민족의 정신, 얼은 지배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본인들의(친일) 후손들만이라도 떳떳하게(?) 살기 위해서는 우리 민족의 정신을 바닦부터 바꿔놔야 할 것이다. 아직 세상을 알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에게 어떤 가치관을 심어주는가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다음으로 독재 미화라면 누구의 독재를 말 하는 것일까? 박정희, 전두환 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한국에 존재할까? 국정 교과서를 찬성하는 사람들도 전직 두 대통령을 두고 독재가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다. 독재를 했지만 그건 구국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였고 강한 지도력으로 산업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다소 상처 받는 국민들이 있었을 수 있다고 한다. 그들의 주장이 다 틀렸다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국정교과서 세대다.

 

나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 국정교과서로 역사를 배웠다. 암기가 너무 많아서 그리 좋아하는 과목은 아니였다. 연도별로 사건과 인명을 외우면서 빨리 시험이 끝나기만을 바랐었다.

 

나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신화같은 이야기도 많이 듣고 자랐다. 지금은 아이들에게 꿈이 뭐냐 물으면 1위가 연예인이지만 그 당시에는 대통령이 1위였다. 아이들은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을 갖었고 그렇게 교육 받아 왔다.

 

성인이 되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대학생들이 최루탄 맞아가며 목숨걸고 민주화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그 시대는 꿈을 꾼다고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세상이 아니였다.

 

꽤 오랫동안 나는 내가 듣고 배운 걸 진실이라 믿고 살아왔다. 내가 배운 박정희 대통령은 우루과이 대통령 "타바레 바스케스"같은 서민적이고 검소하고 진심으로 국민들을 가엽게 여기는 성군이였다. 내가 알고 있는 진실이 진실이 아닐 수 있겠다고 처음 생각한 건 대학에서 교양으로 들었던 역사 수업 때였다.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당시 교수님이 역사서 하나를 추천해 주었는데 그책을 세 번 정도는 읽은 거 같다. 내가 알고 있던 역사의 대부분이 책 내용에서 다르게 다뤄지고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역사에 대해 민감해졌다. 다른 역사서를 구입해서 읽어보고 틈나는대로 인터넷 백과사전을 통해서 여러 사건들을 비교하면서 사실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기 시작했다. 내가 12년 동안 배운 역사는 거의 날조에 가까웠다.

 

일본의 선견지명(?)

지금 세계 많은 젊은이들은 독도가 일본땅이라 믿고 있다. 일본 땅을 우리나라가 무력으로 지배하고 있다 믿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일본은 수십년 전부터 전담 팀을 꾸려 세계 교육계를 대상으로 로비를 시작했다. 역사 교과서에 일본의 주장대로 독도를 다뤄주면 그 지자체에 산업 투자를 한다거나 교육 담당자에게 직접 로비도 서슴치 않았다. 수십년 그렇게 공을 들인 결과 독도를 일본 땅으로 배우는 해외 학생들이 늘었고 그들은 지금 성인이 되었다. 그들은 세계 지도에 Sea of japan이란 표기를 동해로 바꿔 달라는 우리 요구를 납득하지 못 할 수도 있다. 우리끼리 아무리 독도는 우리땅을 외쳐도 세계인이 인정해 주지 않으면 소용 없게 된다. 일본이 이 문제를 국제 사법 제판소로 끌어들이려는 이유도 이제는 일본편에 서는 세계인들이 더 늘었다는 일본의 자신감 때문이다. 교육은 그렇게 총 한 번 쏘지 않고도 국토를 빼앗고 빼앗길 수 있다.

 

4.19와 5.18을 모르는 내 친구

다시 말하지만 나는 국정 교과서로 역사를 배운 세대다. 내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나는 대학에서 우연한 기회에 역사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갖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대학을 가지 않은 대다수 내 친구들은 그럴 기회가 없이 바로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나도 학교 다니면서 4.19와 5.18을 배운 기억은 없다. 성인이 되고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새롭게 배운 것들이고 뒤늦게 진실을 알 수 있었다. 만약 역사 국정 교과서가 특정 세력의 입맛에 맞게 가공되어 아이들에게 교육 된다면 이 아이들은 나처럼 성인이 된 후에 혼란을 겪을 수 있고 혹은 영원히 진실을 모른 채 살아 갈 수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는 국정 교과서의 피해자라는 것이다. 학창 시절엔 습득이 빠르고 그때 교육이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역사를 특정 세력이나 개인의 명예를 위해 왜곡해서 가공한다면 그건 이땅의 미래 주인인 아이들의 정신을 병들게 하겠다는 것이다.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사회에 나와서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잘 못 된 선택(투표)을 하고 그로 인해 국가와 자신의 인생을 위태롭게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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