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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미러 깨고 도망친 차, 도망 갈거면 주춤하지나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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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 반이 넘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좀처럼 내게 없던 일이라 무슨 일인가 싶었다. **04 차주 분 되시냐는 수화기 넘어 목소리에 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종종 라이트를 끄지 않아 방전을 시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라이트 문제가 아니였다. 누가 내 차를 박고 도망쳤다는 것이다.


뭔일인가 하고 내려와 보니 사이드 미러는 뒤로 완전히 젖혀 있고 거울은 조각난 채 바닦에 나뒹굴고 있었다. 전화 해 준 목격자 말로는 내 차 옆에 세워 둔 자기 차를 박는 줄 알고 베란다 밖으로 내다보니 검은색 승용차가 내 차 앞에서 30초 정도 주춤거리더니 그대로 도망치더라는 것이다. 하필 내 차 경보기가 울리다 마는 바람에 나는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아마도 잠깐 울렸던 경보기 소리에 주춤 한 듯 하다.


오래 된 아파트 단지라 밤이면 많이 어둡다. CCTV가 있어도 번호판이 보일리 없고 주차 된 블랙박스 주인들을 찾아 영상을 확인 하는 일도 참 번거로운 일이다. 미안하다는 쪽지 하나 남겨두고 갔다면 보조 사이드 미러 7천원짜리 하나 사달라 하고 말았을 것이다.



액땜했다 생각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목격자가 말해 주기를 음주운전 같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 차는 측면 주차고 도로는 일직선이다. 그리고 내 뒷차보다 내 차가 더 안쪽으로 붙어 있었다. 뒷차는 멀쩡하고 내 차 사이드 미러만 박고 갔다면 운전 미숙이나 음주운전이다. 술 취한 사람이 남에 차를 박고 거리를 활보하고 다닐 생각하니 걱정이 됐다. 그래서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됐다. 경찰에 신고하니 일이 많아지긴 한다. CCTV 사각지대라 범인을 잡기는 어렵다고 생각 했는데 내차를 바라보고 있던 뒷차의 블랙박스 차주를 찾았다.



어차피 오래 된 차고 이번 여름만 타고 폐차 시킬 생각이였다. 그래서 크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니 괘씸하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서민들이 많이 사는 평범한 그런 곳이다. 연령대도 다양하다. 젊은 직장인들도 많고 노인들도 많고 특히 어린 아이들이 많이 산다. 요즘 날이 더워서 아이들이 단지 안에서 밤 늦게까지 뛰어 놀 때가 많다. 만약 내 차가 아니라 다른 차나 사람을 치었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폐차를 준비하고 있던 나보다는 애지중지하며 타고 다녔을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밖에서 쿵 소리가 나자 자기 차를 박은 줄 알고 깜짝 놀라 베란다 문을 열어 본 목격자도 그런 사람 중 하나 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런 사람들 차보다 내 차를 박은 게 다행이다.


블랙박스가 확보 되었다. 담당 경찰은 내일 연락을 달라고 한다. 경찰에 보내기 전에 차주와 연락이 된다면 (경비 아저씨 심증으로는 같은 동에 사는 주민 같단다.) 사과를 받고자 한다. 사과를 한다면 7천원짜리 보조 사이드 미러에 합의를 볼 것이고 발뺌 한다면 경찰에 보낼 생각이다.


차를 박고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고 주춤 했다는 걸로 봐서는 그래도 죄책감이 들었거나 적어도 들킬까 하는 걱정을 했던 거 같다. 나는 그정도도 괜찮지만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 단지 안에서 앞으로 내 차의 깨진 사이드 미러를 볼 때마다 심쿵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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