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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동네 컴퓨터 학원, 늘어나는 컴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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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컴맹입니까?

 

내가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한 게 20세기 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86년에 처음 시작해서 지금까지 키보드를 만지고 소스코드를 작성하고 있다. 요즘들어 부쩍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을 때가 많아진다.

 

내가 컴퓨터를 본격적으로 배우던 90년대만 해도 컴맹이란 말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PC가 도입되고 전화선을 이용한 PC통신이 자리잡던 시기였다. 집집마다 컴퓨터가 놓여지고 사람들은 컴퓨터 사용법을 배우기 위해 컴퓨터 학원을 찾아다녔다. 이 시기가 컴퓨터 학원 부흥기였다. 특히 직장인들은 컴맹이 되지 않기 위해 새벽 부터 밤 늦게까지 열공했다. 워드프로세서와 엑셀만 잘 다뤄도 우선순위로 취업되거나 승진에 유리하기도 했다.

 

2000년대가 되면서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인터넷이 대중화 됐다. 초고속(?) 인터넷 전용선이 집집마다 설치 됐고 사람들은 인터넷 브라우저에 익숙해졌다. 웹페이지를 통해서 정보를 얻었고 쇼핑도 하고 은행 거래도 하게 됐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보다 다양하게 컴퓨터를 응용 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 브라우저 하나가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브라우저만 있으면 된다.

 

스마트폰이 등장했다. 노트북보다 작은 태블릿 PC가 등장했다. 손바닦만한 전화기가 펜티엄보다 성능이 우수하다. 사람들은 PC에서 하던 일들을 이젠 스마트폰으로 한다. 조금 더 큰 화면이 필요한 사람은 태블릿 PC를 이용한다. 이런 모바일 장비에서는 수 많은 응용앱을 이용해서 과거 PC보다 더 다양하게 스마트폰을 활용한다. 앱스토어에 접속해서 필요한 앱을 설치하고 아이콘을 터치해 실행하고 간단하게 필요한 기능들을 이용한다. 앱을 이용하기 위해 따로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될만큼 단순하면서 편리하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있다.

 

 

이제 가정에서 PC를 켜는 일은 흔치 않다. 스마트폰이면 PC에서 하던 것보다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으니 굳이 PC를 켤 이유가 없다. 이제는 부팅 시간도 참기 힘들만큼 지루하게 느껴진다.

 

업무상 PC를 다루는 직장인이 아니라면 사람들은 점점 PC에서 멀어지고 있다. 지금 말하고 있는 PC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PC란 Personal Computer의 약자로 개인용 컴퓨터를 의미한다.

 

사람들은 그렇게 컴맹이 되어 가고 있었다.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학원에서 컴퓨터 강사를 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학생들을 가르쳤다. 학생보다는 나이가 지긋했던 중년, 노년의 학생들 기억이 많이 난다. 마우스 클릭부터 가르쳐야 했지만 다들 열심히였다. 보통은 더블클릭에서 고전한다.

 

학원에 등록하면 첫 한 달동안 배우게 되는 것이 MS-DOS다. 피아노 학원에서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배우 듯이 MS-DOS가 컴퓨터 활용을 위한 기초였다. MS-DOS를 배우다 보면 컴퓨터 전반적인 기초 지식들을 함께 학습하게 된다. 어려운 내용들이지만 사람들은 컴맹이 되지 않기 위해 참으로 열심히였다.

 

 

윈도우가 대중화 됐다. 사람들은 이제 어려운 DOS 명령어를 위우지 않아도 된다. 탐색기 하나만 제대로 활용해도 DOS에서 하던 것 보다 많은 것들을 클릭 몇 번으로 해결 할 수 있게 됐다.

 

사람들은 이제 운영체제(OS)를 배우기 위해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 아이콘을 더블클릭 해서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게 OS 응용의 전부다.

 

기초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컴퓨터를 사실상 막 다루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악성코드에 감염 돼 좀비 PC가 되고 DDoS 공격에 이용되는 PC들이 많은 이유가 그 흔한 백신을 설치하지 않는 사용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위험한 PC에서 쇼핑도 하고 은행 거래도 한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나에게 지인들이 자신의 컴퓨터를 봐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수 없이 많았다. 하나같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 PC는 단 한 대도 없었다.

 

윈도우의 편리함 때문에 사람들은 이제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 학원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윈도우에는 사람들이 상상 하는 것 이상의 띄어난 기능들을 갖고 있지만 활용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배운적도 없고 배워야 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컴퓨터를 활용하기 위해 윈도우 책을 구입한 사람은 몇 이나 될까?

 

 

 

인터넷은 누구나 접할 수 있다. 침대에 누워 잠들기 직전까지도 인터넷을 이용한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켜고 인터넷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인터넷은 이제 공기처럼 흔해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이상 인터넷 사용에 거부감이 없다.

 

나는 웹프로그래머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프리랜서를 하고 있다. 웹프로그래머가 된지는 15년이 됐다. 지금까지 정말 많은 홈페이지와 웹프로그램을 만들어 왔다. 그러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겪었다.

 

드래그 앤 드롭이 뭡니까?

탐색기에서 브라우저로 파일을 드래그 앤 드롭해서 웹으로 자동 업로드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네이버에서 개발한 스마트에디터다. 나는 이 에디터를 사용해서 개발하는 웹프로그램에 응용하고 있다. 여러 개의 파일을 탐색기에서 마우스로 드래그 해서 한번에 업로드 할 수 있으니 참 편리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드래그 앤 드롭을 모른다. 배운적이 없는 것이다. 윈도우에서 탐색기의 자원이 윈도우 내에서 공유 돼 사용 할 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어쩔 수 없이 과거 형태로 하나씩 파일을 선택해 업로드 할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나 더 만들어 달았다. 두 가지 방식의 업로드 프로그램을 연동해 놓으니 또 그것마져 헷갈려 한다. 학생들은 뭐든 쉽고 빠르게 지식을 습득하기 때문에 이런 것쯤은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고 적응한다. 문제는 나에게 프로그램 개발을 의뢰하는 사장님들이다.

 

40대 중반만 넘어가도 컴맹이 많다. 파일을 복사 한다거나 압축하기, 이메일에 첨부하기 조차 어려워 한다. 적어도 인터넷 사업을 하겠다고 나에게 프로그램 개발을 의뢰 했다면 이메일 정도는 능숙하게 사용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전혀 모른다. "파일 명을 영문으로 바꿔서 다시 보내 주세요."라고 주문 하면 파일 이름 바꾸는 것 때문에 노트북과 몇 시간을 씨름하고 사무실로 와서 갖어가란다.

 

사람들은 컴퓨터 사용법을 배우기 위해 더 이상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 그렇게 컴맹이 되었지만 손바닦 위의 스마트한 기계들 덕분에 자신이 컴맹이란 사실을 모른다. 사람들은 밥솥을 사고 냉장고를 사고 청소기를 사도 한 번은 설명서를 읽어 보기 마련이다. 설명서 없이도 사용법은 대충 알 수 있지만 밥솥으로는 밥만 하고 냉장고로는 음식을 차갑게 보관하는 것만 하고 청소기로는 먼지를 빨아들이는 것만 한다. 갖고 있는 기계의 성능을 모두 활용하지 못한다. 하물며 컴퓨터인데, 적어도 이 복잡한 기계를 이용해서 사업을 해 보겠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책을 사서 공부를 하던가 학원을 찾아가 보라 말하고 싶다.

 

인터넷 활용은 뉴스 보고 쇼핑하고 네이버 검색이 전부가 아니다. 자기가 컴맹이란 사실을 모른 채 "이거 왜 안 됩니까?"만 외치는 사장님들, 제발 학원을 다녔으면 좋겠다.

 

 

 

컴퓨터(PC)를 잘 다루지 못하는 IT 사업을 준비하는 사장님들을 위한 덧붙임.

나에게 프로그램을 의뢰하는 사장님들 대부분은 하고 있는 사업을 온라인으로 영역 확대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자본이 없는 상태에서 저렴하게 온라인 사업을 하려는 스타트업 사장님들도 많이 있다. 나는 돈을 받고 프로그램을 만들어주면 그만이다. 안타깝지만 이제는 의뢰인과 프로그램 제작 과정을 조금 지내보면 몇 개월만에 망할지 1년을 넘을지, 또는 성공 해서 돈을 잘 벌게 될지 어느정도 눈에 보인다.

 

온란이 콘텐츠 사업을 하겠다며 책상 위에 넷북 하나, 14인치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만 있다. 복잡한 콘텐츠 몰 페이지를 관리하려면 그렇게 작은 화면으로 깨작거려서는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빠른 대응을 할 수 없다. 50만원이면 사무용 PC와 24인치 와이드 모니터를 구입 할 수 있으니 데스크톱을 장만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조언 해 주었지만 이런 사람들은 보통 甲의 마인드가 충만하기 때문에 타인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사회 경험이 있고 연륜이 되는 많은 창업자가 컴퓨터를 제대로 다루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에 능숙한 것도 아니면서 IT 사업 하겠다고 한다. 사업 진행하는 과정을 보면 생각은 많지만 열정이 없다. 본인이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이 많은 걸 열정이라 믿는다. 거기부터 잘 못 된 시작이다. 그런 사장님들은 컴퓨터 게임을 하는 청년들의 손 놀림을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마우스와 키보드 조작이 현란하다. 그 게임에 몰입해 단축키를 모두 외우고 프로그램 사용이 매우 능숙해 졌음을 의미한다. 만약 IT 사업을 하고 싶다면 그런 정도로 IT 환경에 능숙해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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