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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분실, 패턴 잠김이 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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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스마트폰은 모토글램이다. 2010년 가을 쯤 무료로 받았다. 당시에도 요금제를 4만원 이상은 줘야 최신 스마트폰을 받을 수 있었는데 나는 표준요금을 쓰고 있어서 남들 최신폰을 부러워 하기만 했다. 그러다 번호이동만 하면 공짜로 스마트폰을 준다는 광고를 보게 됐다. 망설일께 무언가. 그렇게 받아들었던 모토글램은 3년이사 잘 사용했다. 잔고장도 없고 전화도 잘 터지니 공짜로 받은 것 치고는 정말 좋은 기계였다.

 

3년 정도 사용하다 보니 실행 안 되는 앱도 생기고 실행 속도도 느린 거 같고 불만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약정도 지났는데 다시 무료폰이 있나 검색하니 하나 있다. 테이크 야누스. 이쯤에서 또 스마트폰을 바꿔보자 하고 사치를 부렸다. 물론 기계는 무료였고 나는 여전히 표준요금제를 사용 중이다. 통신사만 바꿔가니 이렇게 공짜폰이 생기는구나, 나는 좋기만 했다.

 

개발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 테스트를 하려고 하니 테이크 야누스에서는 조금 버겁다. 랜더링이 더디다. 혹시 조금 더 나은 사양의 공짜폰이 있나 검색하니 없다. 3개월 이상은 고가의 기본료를 내야 한다는 조건들이 붙었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요금제는 참으로 복잡하다. 이것저것 따져보니 더 모르겠다. 고민 끝에 베가R3 중고 단말기를 구입한다. 운이 좋았는지 새것이나 다름이 없다. 나에게 이게 그 어떤 최신 스마트폰다 좋아 보였다. 베가R3는 단말기가 크고 조금 무개감이 있다. 그래서 몇 번 주머니에서 빠진 적이 있다. 잃어 버리지 않게 조심해야겠다고 늘 신경을 써야 했다.

 

 

주말 저녁 오랜만에 친구와 한잔 걸치게 된다. 밤 12시가 되서 늦기도 했고 취기가 올라 자리를 파하고 나는 택시를 탔다. 친구에게 잘 들어가라는 전화를 하려는데 전화기가 없다. 술이 깼다. 택시에 앉은 자리를 더듬 거리는데 캄캄해서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는 것도 없다. 택시에서 내려 나는 내가 들렀던 식당과 편의점을 찾아 전화기가 있었는지 물었다. 30분 쯤 되었을까? 내 스마트폰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짧은 시간이였다.

 

찾는 것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와 분실 신고를 했다. 그리고 위치 추적을 하니 내가 지나왔던 길 근처에 있다. 그런데 전원이 꺼져 있다. 이미 누군가의 손을 탄 것이다. 돌려 줄 의향이 없는 듯 하다. 다음날 하루 종일 통화를 시도하는데 전화기는 꺼져 있고 위치추적 결과는 여전히 같은 곳에 머물러 있다.

 

하는 수 없이 월요일 아침 예전에 쓰던 테이크 야누스를 들고가 유심을 새로 발급 받았다. 유심을 새로 발급 받기 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위치 추적과 전화를 시도 했지만 여전히 단말기는 꺼져있다. 그리고 오늘 새벽 나는 메일과 문자 한 통을 받는다.

 

누군가 최근에 사용자의 비밀번호를 사용하여 Google 계정(z****n@******.com)에 로그인하려고 했습니다. 이 사람은 이메일 클라이언트와 같은 애플리케이션 또는 휴대기기를 사용했습니다.

해커가 계정에 액세스하려는 경우에 대비해 Google에서 로그인을 차단했습니다. 로그인 시도에 대한 세부정보를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2014년 10월 6일 월요일 오후 4시 31분 36초 UTC
IP 주소: 59.85.53.96(96.net059085053.t-com.ne.jp)
위치: 일본 도쿄 도



 

 

일요일 12 : 30 쯤 잃어 버린 스마트폰을 월요일 아침 10 : 30분에 위치 추적 했을 때만 해도 인근에 있다고 검색 됐는데 6시간 만에 일본으로 갈 수 있는 걸까? 그런데 UTC 시간은 일본 시간이 아니다. 검색을 해보니 세계 표준 시간이란다. 이걸 우리나라 시간으로 하면 대략 월요일 오전 6 : 30 쯤에 일본에 있었다는 것이다. 통신사의 위치 추적 결과가 정확하지 않았다면 일요일 새벽에 잃어버린 스마트폰은 그날 하루 종일 일본으로 날아가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무엇보다 이 메일을 받았을 때 내가 걱정 스러운 부분은 패턴 잠김이 풀렸다는 것이다. 개인이였다면 중고로 팔기 위해 공장초기화를 시켰을텐데 패턴을 풀고 구글에 접속을 시도 했다는 것이다. 이게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건 뉴스에서나 보던 것처럼 조직적으로 분실 된 스마트폰이 해외로 유출 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유출 될 수 있는 개인정보는 주소록이다. 분실해도 대화록은 초기화가 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갈까 걱정 스럽다. 그리고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들이 클라우드와 동기화 되지 않은 것들이 있는데 그게 아깝다.


 

구글 계정에 들어가 접속 로그를 보니 구글 계정에는 접속하지 못한 듯 하다. 비정상적인 로그인 시도가 있으면서 구글이 로그인을 차단 했고 나는 스마트폰 잃어버렸다고 판단한 그 새벽에 제일 먼저 분실 신고와 비밀번호들을 변경 했다. 유심을 재발급 받기 전인 일요일에는 계속 전원이 꺼져 있었다. 내가 새 단말기로 교체 할 때까지 기다렸다 월요일에서야 전원을 켜고 패턴 잠금을 풀기 위해 시도 한 것으로 봐서는 전문가이거나 상습범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사이트 계정은 중계기나 WiFi가 바뀌면 세션이 끊기기 때문에 자동으로 로그아웃이 된다. 크게 염려 할 부분은 아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스마트로 이용하던 사이트의 비밀번호는 모두 변경 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뱅킹을 했기 때문에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도 변경 했다. 그것 역시 인증서를 갖고 있다 해도 비밀번호를 모른다면 무용지물이지만 최근 인증서 비밀번호가 8자리에서 10자리로 바뀌었기 때문에 분실 때문이 아니더라도 새 비밀번호 체제로 변경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인증서 비밀번호를 안 바꾼지가 10년이 넘었다.

 

보안은 이제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다가왔다. 가장 흔하게 자주 접하는 보안은 아마도 스마트폰의 잠금 장치 일 것이다. 패턴 잠금이 유용하고 편리하지만 스마트폰을 켤 때마다 풀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간단한 설정을 한다. 나 역시 4개의 점을 연결하는 비교적 간단한 패턴이였다. 주소록과 사진이 아니라면 유출 될 정보는 없고 2차 피해도 없겠지만 그래도 안심 할 수 없어 패턴을 조금은 더 복잡하게 변경 했다. 패턴 잠김을 풀 때 횟수를 20회가 아닌 2회까지도 사용자가 지정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아쉽다.

 

이번 기회에 구글 보안에 대해 다시 살펴 봤는데 내가 몰랐던 안정 장치들이 꾀나 여러 개 있었다. 앱마다 비밀번호를 설정 할 수 있는 기능은 매우 유용하고 안전 할 것 같다. 이번에 스마트폰 분실 사건을 계기로 많은 것에 경각심을 갖게 됐다. 첫째 스마트폰을 너무 의지 하지 말자. 둘째 보안에 신경 쓰자. 셋째 잃어 버리지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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