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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대 기성회비 반환소송, 반값등록금 초석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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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지난 8월 20일 법원 판결로부터 시작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방통대)의 기성회비 반환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소송을 진행했던 원고는 80~400여만원의 기성회비를 반환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전국 방통대 졸업생을 중심으로 대규모 기성회비 반환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한 해 기성회비 규모가 1천796억으로 국공립 대학 중 최대 규모라고 한다. 기성회비를 빼돌려 교직원 성과금 잔치를 했다니(41억 추정) 재학생과 졸업생 모두 분노할만 하다.

 

필자는 2000년~2002년까지 재학하던 중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학업을 중단했다 2007년 학점은행제로 전환해 학위를 취득하게 됐다. 이번에 소송에 참여하는 졸업생은 채권 소멸 기간 10년을 적용한 2003년 2학기부터 해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몇몇 카페에서 대리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중인데 필자도 이번에 참여하게 됐다. 반환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적지만 최근 졸업자들에게는 200만원에 육박하는 큰 금액을 돌려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필요한 서류로는 교육비납부 증명서 2부와 위임장이라고 하는데 현재 일부 학번에 해당하는 사람은 방통대 홈페이지에서 교육비납부 증명서를 발급 받을 수 없다. 면사무소에 민원신청을 하거나 학습관에 직접 방문해서 수령하는 방법이 있다. 공인인증서가 있는 사람은 민원24(www.minwon.go.kr)에서도 발급 받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성회비 반환소송에 참여할 수 있었으면 한다.

 

처음엔 혼란이 있었다. 비록 시간제등록으로 전환 했지만 나름 오랜시간 공부하면서 정들었던 모교와도 같은 곳인데 이런 소송을 해야 하는 것에 갈등을 갖게 됐다. 필자는 국립대를 두 곳을 다니게 됐는데 두 곳 모두 특별한 의미가 있는 학교였다. 그런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한다는 게 내심 마음에 걸리기는 했다. 하지만 이 소송이 전국적으로 확대 되기를 바라는 이유는 하나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의 반값등록금 공약을 다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그가 반값등록금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하는 계획은 구체적이였고 현실성 있어 보였다. 우선 임기 첫해에 전국의 국립대 등록금을 반값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를 거듭하면서 국립대 주변의 사립대와 등록금 경쟁을 벌이게 해서 결국 주변 사립대의 등록금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것을 서울까지 차차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였다. 지방 대학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이 계획이 허무맹랑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지방 대학은 교수가 고등학교를 방문해 신입생 유치에 나서야 할만큼 학생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실제로 등록금만 내면 학업에 출석하지 않아도 졸업장을 받을 수 있는 학교도 있을 정도니 학생 부족 사태는 심각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지방 국립대가 반값 등록금을 시행한다면 당연히 신입생 지원자들은 국립대로 쏠리게 될 것이고 주변 사립대는 높은 등록금을 고집할 수 없게 된다. 사립대의 등록금을 갑자기 반으로 줄이면 학교 운영이 되겠나 우려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기우에 불과하다. 국립대, 사립대 할 거 없이 일단 인가를 받아 학교를 세우게 되면 정부에서 학교 운영비를 지원받고 각종 세제혜택을 누릴 수 있는데 그 돈이 적지 않다. 지방에 이름도 알 수 없는 사립대학들 재정난을 호소하지만 건물들은 호화롭기가 그지없다. 거기에 매년 교직원들의 성과금 잔치도 빠지지 않는다.

 

기성회비는 1963년 제정 돼 중,고,대학 기성회 준칙을 통해 기존 입학금ㆍ수업료 외에 기성회비란 항목으로 돈을 더 걷어 학교 시설 확충ㆍ수리비, 운영비 등으로 쓸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게 됐다. 2000년대 초 사립대학들은 기성회비를 폐지하였으나 국공립대학들은 이를 계속 받아왔고 2012년 국공립대의  기성회비는 근거가 없어 반환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에 나오게 됐다. 그리고 2013년에 첫 기성회비 반환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하게 되면서 이 일이 본격적으로 도마에 오르게 됐다.

 

방통대 기성회비 반환이 일반화 된다면 전국의 국립대 졸업생들도 기성회비 반환 요구에 동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몇몇 국립대학들이 방통대와 같은 시기에 소송을 준비중에 있다. 국립대는 기성회비 비율이 꽤 높은 편이다. 수업료에 비해 60~80%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성회비만 폐지 된다면 국립대의 반값등록금은 학생들의 힘으로 실현 시키는 셈이다. 오히려 반값보다 더 싼 수업료로 학교를 다닐 수 있는 학교도 생기게 된다. 이렇게만 된다면 학생들의 국립대 쏠림은 당연한 것이고 주변 사립대들도 학비를 내릴 수 밖에 없게 된다.

 

아직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전국 대학으로 기성회비 반환이 이루어지고 국립대학들이 반값등록금이 실현 된다면 국립대는 더 좋은 인재들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주변 사립대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수 있다. 즉, 대학이 대학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기대반 우려반이지만 이번 기성회비 반환소송을 계기로 전국 대학의 반값 등록금은 학생들, 국민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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