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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 모니터 강화유리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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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이지만 고객이 직접 작업실을 찾아올 때가 있다.
작업 설명을 하는데 습관처럼 손가락으로 모니터를 찌르는 사람이 있다.
IT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치고 다른 사람이 손가락으로 자기 모니터를 찌르는 걸 보고 덤덤히 지켜보고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컴퓨터를 바꾸면서 모니터도 하나 더 장만하기로 했다.
이번엔 기필고 강화유리를 끼워 고객들의 손가락으로부터 내 모니터를 지켜 내겠노라 굳은 다짐을 했다.

이것은 모니터가 맞다.
거울이 아니다.
모니터에 비친 텔레비전 화면에 카메라 포커스가 맞춰질만큼 강화유리의 반사력은 대단했다.
요즘처럼 햇볕이 좋은 화창한 날이면 모니터 글씨를 볼 수 없을만큼 작업이 불가능하게 된다.
작은 빛도 반사 시키기 때문에 눈도 많이 피곤하다.

강화유리를 제거하기로 마음 먹었다.
모니터 뒤의 나사를 모두 풀고 케이스를 열려고 시도하니 안된다.
인터넷을 검색했다.
유리와 케이스가 양면테이프로 고정 돼 있을 수 있다고 하니 A/S를 맞겨보라고 한다.
일단 포기하고 1주일을 다시 눈부신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오만상을 쓰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 인내심에 한계가 왔다.
십여분을 모니터 케이스를 째려보고 있었다.
일이 잘 되지 않을 때 그것을 한참동안 노려보고 있는건 내 오랜 습관이였다.
그러다 문득 자동차 유리에서 성에를 제거할 때 쓰던 끌 칼이 생각났다.


아래부터 공략하니 틈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다행히 유리와 케이스를 양면테이프로 고정시킨 건 아니였다.
아래로부터 좌우 번갈아가며 조금씩 위로 벌려갔다.
톡톡거리면서 케이스가 열린다.
너무 힘을 주면 끌 칼로 액정 모니터에 상처를 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다행히 유리 좌우 양옆으로만 흰색 양면테이프로 고정 돼 있었다.

칼을 끼워 양면 테이프를 제거해 간다.
의외로 어렵지 않다.

드디어 유리가 분리 됐다.
고객으로부터 나의 모니터를 보호할 것이냐 내 눈을 보호할 것이냐 하는 기로에서 나는 내 눈을 선택했다.
이전까지 강화유리는 나에게 계륵이였다.

반사 되는 것이 없다.
모니터 답다.


유리를 제거한 공간에 유리 두깨만큼의 틈이 있지만 그정도는 기꺼이 감수할 수 있을만큼 시야가 쾌적해 졌다.
강화유리는 컴퓨터를 험하게 다루는 초등학생이 있거나 PC방에서나 필요한 것이라는 걸 절실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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