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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사용한 LGT에서 KTF로 갈아타기. 마음이 허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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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다녀오니 당연 동기들보다 졸업이 늦었다.
1998년,
학창시절 마음에 두던 친구가 LG전자에 입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수소문으로 연락은 닿았지만 이미 매우 동떨어진 생활공간에 놓여지게 됐고 같은 학교를 입학했다는 공감대 말고는 없었다.

겨우 2년남짓 지났을 뿐인데 전역하고 나니 세상이 많이 변했다.
누구나 인터넷을 하게 됐고 사람들은 저마다 수첩보다 작은 전화기를 들고 다니고 있었다.
나도 저거 하나 있어야 겠다 싶어 통신사를 정하던 중 은연 중 LGT에 마음이 갔다.
그 후로 한동안 나의 전자 제품은 모두 LG 상표를 달고 있었다.

중간에 여자친구와 커플 요금을 해야 했을 때 잠깐 KTF로 옮겼던 적을 빼고는 10년을 넘게 LGT만 사용해 왔다.
2000년이였던가, 친구들과 설악산 등반을 했을 때 다들 대청봉 꼭대기에서 전화기를 들고 섰다.
나는 대청봉에 서서 구름을 발 아래에 두고 속초 앞바다를 바라보는 감격을 전해줄 마땅한 사람이 없었지만 친구들은 신호를 잡기 위해 이리뛰고 저리 뛰며 하늘에 기원 하듯 전화기를 든 손을 하늘로 향해 있었다.
혼자 아무것도 않던 내게 친구 하나가 다가와 전화기 신호 잡히는지 보잖다.
안테가 떠 있었다.
당시에 친구들은 센스있는 젊은 사람들의 통신 아이콘이였던 어느 통신사에 가입 돼 있었다.
친구들은 내 전화기를 돌려쓰기 시작 했다.
통신사 때문이였는지 전화기 성능 때문이였는지는 모르지만 그 때 후로 나의 LGT에 대한 무한 신뢰는 뿌리 튼튼하게 자리 잡게 됐다.

꼬박 십년을 써오던 LGT를 버리고 KTF로 옮겼다.
번호이동 동의 메시지가 왔다.
확인 버튼을 누르고 얼마 후 전화기에서 안테나가 사라졌다.
그런데 마음 한켠이 무겁다.
이깟 통신사 옮기는게 뭐라고 좀 더 좋은 서비스 주겠다고 해서 옮긴건데 오랜 친구와 헤어진 듯 왜 이리 마음이 무거운지 모르겠다.
내가 통신사를 바꾸려고 결정한 대에는 이유가 있었다.
무엇이든 하나를 결정하면 왠만해서 바꾸지 않는 습성(?)이 있다.
인터넷 회선도 한 회사에서 12년을 썼다.
자꾸 끊기고 속도도 느리고 10년을 넘게 썼다고 신규 회원에게 주는 그런 사은품도 없었다.
장기 고객이라며 VIP 고객이 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지 않아도 미련 스럽게 남아 있는 그런 사용자였다.
인터넷과 케이블TV를 함께 이용하면서 케이블TV를 해제하고 인터넷은 휴면 서비스를 받게 됐다.
장기 고객이니 잘 해주겠거니 하는 기대가 있었지만 케이블TV를 재 가입할 때는 부가세별도인 6만원의 가입비를 내야하고 인터넷 역시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안내를 가장 먼저 받게 됐다.
10년, 20년을 썼어도 고마운 고객이 되기는 커녕 서비스 변경이나 해지를 하게 되면 바로 배신자가 되는거였다.
오히려 2, 3년 정기적으로 통신사를 옮겨다니며 여러 혜택을 받는 가입자들의 시선에 나는 미련스럽고 똑똑하지 못한 소비를 하고 있었다.

이런 계기로 나는 10년 넘게 지켜오던 고집을 버리고 남들처럼 현명한(?) 소비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오늘 휴대전화 통신사를 바꿨다.
곧 인터넷과 TV도 바꿀 예정이다.
최신폰에 좋은 서비스를 받게 됐지만 막상 안테나가 꺼져버린 내 휴대폰의 시스템을 초기화 하고 전원을 끄는데 마음이 편치가 않다.
내 명의로 KTF에 가입된 어머니의 휴대폰을 LGT로 옮기기로 했다.
내 딴엔 이것도 10년 의리를 지키는 최소한의 예의란 생각이 든다.
나는 참 세상 어설프게 사는거 같다.
내가 이런다고 LGT가 나에 대해 뭘 생각해 주겠냔 말이다.
웃기다.
나는 기업들에게 고객이 아니고 그냥 객일 뿐이다.
나중에 몇년이 지나고 KTF에서 SKT로 옮길 땐 기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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