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강원도가 정치적으로 보수화 될 수밖에 없는 이유.

728x90
반응형

강원도에 산지가 반평생을 넘었으니 저도 이제 강원도 사람이 되었습니다.

살면서도 강원도 지긋지긋 하다는 생각을 수없이 하면서도 쉽게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보궐선거 결과 때문에 강릉이 아고라에서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의 압승이였지만 내용면으로 볼 땐 한나라당 과 무소속의 싸움이였습니다.

강릉에도 민주당 후보가 있었지만 여론 조사에서 무소속 후보로 단일화 했습니다.

양산에선 민주당이 34%의 투표율을 보였지만 강릉에서는 무소속(송영철)이 33.75%의 투표율을 보였습니다.

지난 해 총선 때 강릉 지역은 무소속 후보가 당선 되었지만 벌금형(300만원)으로 의원직에서 물러나 이번 보궐을 하게 된 것이였습니다.

그럼에도 무소속이 33.75%(송영철)+11.52%(심기섭)나 되는 지지율을 얻었다면 강릉 시민은 그래도 정당이 아니라 인물을 본다는 말에 어느정도 신빙성을 더한다고 생각 되지 않으신지요.

 

강원도는 전반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나마 강릉 지역이 당 보다는 인물을 봅니다.

강원도가 60년동안 보수 정당을 지지 한다고 그들로부터 마땅한 대우를 받은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진보 정당을 지지 했다고 해서 그들로부터 정당한 대우를 받은적도 없습니다.

어느 당을 지지하든 강원도는 어차피 소외 지역입니다.

 

□ 3일 굶어 도둑 아닌 사람이 없다고합니다.

강원도 인구가 150만이 조금 넘습니다. (2008년 12월 기준)

그 중 상당수가 고령층입니다.

서울, 수도권으로 인구 이탈이 가장 많은 지역이 강원도이기도 합니다.

저는 원주에 살고 있지만 어쩌다 강릉, 동해, 양양 지역에 출장건이라도 생기면 아침 일찍부터 준비하고 나서야 합니다.

도로 여건이 아주 안좋기 때문입니다.

특히 강원 영동과 북동 지역으로 가면 보이는 건 오로지 산 뿐입니다.

그것도 바위산이라 도로 하나를 뚫더라고 다른 지역에 비해 시간과 예산이 몇 배로 듭니다.

그러나 인구가 적으니 중앙정부에서 지원되는 예산은 전국 최하입니다.

얼마전 서해대교 개통 됐다고 법석이였지만 강원도에서는 예산이 부족해 그에 1/10도 안되는 길이의 다리를 건설하는데 10년도 더 걸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꼬불꼬불 험한 산악지역의 도로가 많다보니 유류비(교통)도 훨씬 더 많이 듭니다.

먹고 살수만 있다면 강원도만큼 살기 좋은 고장도 없습니다.

그나마 자연속에서 많은 걸 얻어서 먹고 사는 강원도가 올해는 이상 기온으로 해수 온도가 낮아 피서객도 줄고 동네 아주머니들 용돈벌이라도 됐던 송이는 거의 나지 않아 전혀 수익이 나지 않았습니다.

11월이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김장철에 고랭지 배추 출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겠지만 지난 해의 경우를 비춰 볼 때 비료값, 인건비, 농협 대출 받은거 갚고나면 본전치기 입니다.

그나마 수만평씩 대규모로 지어야 대기업 신입사원 연봉정도 나옵니다.

그래서 항상 농한기에 다른 품팔이 일이라도 해야 합니다.

강원도 사람은 지금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 강원도는 힘이 없습니다. 정보도 없습니다.

오십대 아저씨와 앉아서 정치 얘기를 한다고 하면 대부분 50년전 얘기를 합니다.

이곳은 지금 박정희 정권에서 시간이 멈춘 듯 합니다.

진보성향이 강한 제가 말을 걸 때 처음엔 반사적으로 적의를 갖습니다.

저는 그것을 본능에 의한 자기 방어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자면, 평생을 바다를 본적이 없는 사람이 바다는 빨간색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어느날 누군가 와서 바다는 파란색이라고 한다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이 사람들은 정치에 대해 아는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에 대대로 윗세대에게서 물려 받은 정보를 진리로 믿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근차근 여러 근거를 들어서 설명하면 쉽게 받아 들이는 사람도 많습니다.

옆 마을 마실을 갈 때 산을 넘어야 할만큼 마을과 마을이 단절 되어 있고 도시와 도시가 단절되어 있어 정보 교류나 소통이 어렵습니다.

사비를 들여 전봇대를 세워야 전기를 쓸 수 있는 오지가 아직도 많습니다. (도로에서 일정거리 떨어져 있으면 한전에서 전봇대를 세워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내년에도 전국에서 가장 적은 예산을 지원 받는다고 합니다.

여러 세제 개편으로 지방세도 대폭 감소돼 벌서부터 강원도는 지역 경제가 마비되어 가고 있습니다.

아는 것(정보)이 부족하니 할 수 있는 일도 그만큼 없습니다.

 

□ 욕먹어도 좋으니 줄건 주고...

올해 강릉지역, 휴가철에 피서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치우는데 든 예산이 17억 3천만원이라고 합니다.

강릉 인구가 22만명입니다.

강원도에서 세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입니다.

인구가 적으니 중앙정부 예산도 적고 지방세 수익도 적습니다.

17억이면 엄청 큰 돈입니다.

2007년엔 동해안 일대의 쓰레기를 치우는데 40억여원이 들었습니다.

모두 많지도 않은 강원도민들 주머니에서 나간 돈들이죠.

 

저의 판단이지만 강원도 사람들이 보수성향이 강한 이유는 받는거 없이 자꾸 빼앗기기만 하니 심리적으로 보수화 되어가는거 같습니다.

강원도도 최근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도로 하나를 놓더라도 돌산을 뚫어야 되는 것처럼 다른 고장보다는 모든게 많이 늦습니다.

지금 강원도에 필요한건 오로지 따뜻한 관심입니다.

 

 

---------------

여러 이유로 평창 동계올림픽을 반대한다는 네티즌의 글을 볼 때 가슴이 참 먹먹해 옵니다.

강원도는 동계올림픽 하나가 마지막 잎새와 같은 유일한 희망입니다.

어느 지역에선 별거 아닌 비인기 종목 모아서 하는 스포츠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강원도는 그것마저도 아주 절실합니다.

이런 국제적인 행사가 전무한 강원도에서 이거라도 유치해야 도로 생기고 철도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