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윈도우 95
컴퓨터를 켜면 녹색 화면의 BASIC 쉘 화면이 떴다.
횡성 산골 학교에서 8086 컴퓨터도 과분했던 시절이였다.
그러다 중학생이 되서 MS-DOS라는 것을 배웠다.
이것만 있으면 컴퓨터에서 게임도 하고 문서 작성도 할 수 있으니 그저 신기할 뿐이였다.
90년대 맥킨토시라는 것을 알았고 MS-DOS 말고도 OS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
당시에 세계적으로 OS/2가 널리 쓰이긴 했지만 IBM이 대세이던 우리나라에서 OS/2를 접할 기회는 많지 않다.
MS에서 윈도우3.0을 처음 구하게 됐을 때도 MS-DOS가 몸에 익숙한 상태였고 MDIR이나 돌맹이라는 쉘 프로그램(요즘의 탐색기와 비슷)이 워낙 잘 만들어져서 도스 명령어를 외우지 않아도 되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컴퓨터 사용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다 윈도우 95가 발표 됐고 MS-DOS는 빠른 속도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당시에 나는 전산과를 다니고 있었고 나와 친구들은 윈도우를 설치 해 달라는 주문 때문에 여기저기 불려 다녔다.
그 후로 얼마간 사람들은 A/S를 불러 윈도우를 설치 할 때 몇천원의 출장료를 당연하게 생각 했다.
윈도우 98까지는 에러도 많고 PnP라든가 장치구동 S/W를 설치하는게 지금처럼 쉽지 않았다.
윈도우 Me가 나왔을 때는 주변에 컴퓨터 좀 다룬다는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참 많이도 불려 다녔다.
윈도우 XP
윈도우 98과는 비교할 수 없이 안정적이다.
초반엔 많은 문제점들이 있었으나 MS 윈도우(NT 제외) 중 가장 오래 버티고 있다.
현재는 아니지만 초기엔 불법으로 설치된 윈도우에도 무료 패치를 제공해 주며 윈도우 시장을 확고히 다졌다.
그리고 MS에서 공식 발표하진 않았지만 많은 크레커들이 XP를 누구라도 설치하기 편하도록 개조(?)한 불법 프로그램들이 돌면서 요즘은 전문가가 아니여도 쉽게 윈도우 xp를 설치할 수 있다.
컴퓨터에 게임을 설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xp도 설치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얉아 윈도우를 설치할 엄두가 나지 않을 땐 주변의 도움을 구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생각해 보게 된다.
주변에 컴퓨터를 잘 다루고, 친절한 사람이 있다면 기꺼히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없다면?
대리점에 A/S를 부르게 된다.
윈도우 설치하는데 빠르면 40분 걸린다.
이것저것 필요한 프로그램 몇 개 더 설치해주고 사용하기 편하도록 몇가기 환경 설정도 바꿔주고 하면 한시간정도 걸린다.
만약 옆에서 컴퓨터 주인이 이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다면 어떨까?
A/S 기사가 하는 일이라곤 앉아서 마우스 몇번 클릭하는 것 밖에 없다.
몸을 크게 움직일 때는 본체 뒤에 컨넥터 등을 확인 할 때나 CD-ROM에 CD를 넣을 때 정도다.
이런 겉모습만 보자면 한시간 동안 클릭질 몇 번 해주고 3만원이나 받아 간다는게 억울할 수도 있을게다.
그래서 많은 A/S 기사들이 본체를 대리점으로 갖고와 작업을 한다.
물론 대리점으로 들고오면 설치 후 부품들을 분해해 먼지 청소를 깔끔히 해 주기도 하고 이런저런 것들도 손봐준다.
얼마전 프로그램 개발로 먹고사는 내게 프로그램 개발을 의뢰하러 왔던 사람중에 견적서를 보고 이런 말을 했던 사람이 있다.
"앉아서 하는 일이 왜 이렇게 비싼지 모르겠다."
그렇게 쉬우면 니가 하세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걸 삼킬 때가 많다.
컴퓨터 잘 하는 사람에게 내 컴퓨터 잠깐 봐달라고 하는 건 수고가 아니라고 생각 하는 사람이 있다.
운전 쉽게 잘 하는 택시 기사에게 공짜로 택시 태워 달라는 사람은 없지만 고장난 컴퓨터 들고 와서 컴퓨터 잠깐 봐달라는 사람들은 간혹 있다.
그러면서 끝에 말한마디 꼭 붙힌다.
"이거 간단한거죠?"
"네, 간단합니다."라고 대답 한다면 상대는 무료로 봐주겠다는 뜻으로 받아 들인다.
예전에 어느 보일러 CF에서 수리비가 얼마냐는 물음에 A/S 기사가 물 한잔이면 됩니다라고 했던 장면이 있다.
물 한잔 얻어 마시자고 컴퓨터 A/S 기사를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소설가, 작곡가는 저작권료를 받고 기술직에 있는 사람은 기술료를 받는다.
그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많은 시간 공부하고 경험을 쌓는다.
그런 노력에 대한 댓가는 인정해야 한다.
와서 클릭 몇 번에 1시간에 2~3만원을 받아가는게 억울하고 아까울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루 10시간을 일한다고 했을 때 하루에 20~30만원을 번다고 생각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건 서로 가치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금 당장엔 내가 법률 지식이 필요 없지만 그것이 필요하게 될 때 돈을 주고 변호사를 선임하게 되는 것과 같지 않을까?)
많은 컴퓨터 대리점들이 하루 10건씩 A/S건 보장 된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대부분 컴퓨터 대리점들은 차량 유지비도 버겁다.
쇼핑몰 들어가면 컴퓨터 부품 가격 다 노출돼 있으니 예전처럼 컴퓨터 한 대 조립해서 10만원씩 남겨 먹던 시대는 끝났다.
세금만 늘어나니 오히려 컴퓨터는 안팔리는게 더 낳을 때도 있다.
대기업의 브랜드 컴퓨터가 전국으로 확대 되면서 오래전부터 터잡고 장사 했던 소규모 대리점 사정은 더욱 악화 되었고 지금도 계속 문을 닫고 있다.
자동차 수리비도 공임료 정가라는게 없던 시절엔 지금보다 바가지가 더 심했다.
이제서야 조금씩 정착화 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윈도우 설치비 2, 3만원이 누군가에겐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적절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컴퓨터 A/S 공임에 대한 기준이 없으니 어떤 이에겐 클릭 몇 번, 드라이버 몇번 돌려보고 몇만원씩 받아가며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보여지고 있다.
자사 브랜드 컴퓨터는 왠만해선 무료로 A/S 해주기로 유명한 S전자 컴퓨터는 100만원을 주고도 사는데 조립컴퓨터는 50만원도 비싸다고 한다.
내 컴퓨터를 몇년동안 고장 날 때까지 쓰면서(대부분 고장 보다는 사양이 달려서 못쓰지만) A/S비로 50만원을 쓸 수 있을까?
728x90
반응형
'기타등등 > 아고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원도가 정치적으로 보수화 될 수밖에 없는 이유. (0) | 2009.10.29 |
---|---|
Daum 로드뷰로 본 대한민국. 뭔가 기울어진 느낌. (0) | 2009.10.19 |
시내 한바퀴 돌아보니 살인적인 불경기 실감하겠다. (0) | 2009.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