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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국산 운영체제의 성공은 반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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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땡땡 회사에서 국산 운영체제 출시가 코앞이다.
국산 OS라고 하니 약 17년 전의 K-DOS가 생각난다.
내가 고2 쯤 됐던거 같다.
어느날 학원 원장님이 5.25인치 디스켓을 들고 오더니 한 번 보란다.
Label엔 K-DOS라고 써 있다.
MS-DOS의 다른 버전인가하고 드라이브에 디스켓을 넣고 전원을 켰다.
직~직~
당시 터보 기능이 있는 AT 컴퓨터에서도 한참을 돌아가고 나서야 겨우 부팅이 됐다.
(터보 기능이 386부터 없어졌지만 강제적인 오버클럭 정도 되겠다.)
모양새는 MS-DOS에서 HBIOS를 실행한것과 다르지 않았다.
다른게 있다면 속도가 두 배이상 느리다는 것과 한글 명령어가 지원된다는 것이다.
어떠냐는 원장님의 물음에 누가 이걸 쓰겠냐는 나의 대답에 원장님도 동의하며 디스켓함에 넣어 둔 K-DOS는 나 아니면 세상 밖으로 나올 일이 없었다.
실용면에서는 MS-DOS를 따라갈 수 없었지만 K-DOS를 보면서 MS 아니면 운영체제를 만들 수 없다는 나의 고정관념이 깨졌다.
K-DOS를 계기로 다음 해에 나는 C언어를 공부하게 됐고 그동안 불편하게 생각했던 DOS 명령어들을 내 입맛에 맞게 새로 만들어 쓰기 시작했다.
당시 유행하던 MDIR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윈도우95가 나오고도 한참을 그동안 내가 만들어 둔 DOS 명령어들이 아까워 남들은 마우스로 아이콘을 클릭할 때 나는 여전히 키보드를 고집했다.
윈도우95플러스 버전이 나오기 전까지 그랬던거 같다.

MS의 윈도우는 IBM 컴퓨터의 보급에 큰 역활을 했지만 운영체제의 진보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됐다.
지난 몇년 전가지만 해도 MS + INTEL + IBM의 궁합은 세계 최고였고 PC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갖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OS/2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가 DOS 명령어들을 외우고 있을 때 맥 사용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마우스와 아이콘을 사용해 왔다.
현재도 맥은 그래픽 편집용 전문 컴퓨터로 인식 되어 있지만 맥도 IBM PC와 다를게 없다.
우리나라에서 맥이 그래픽 편집용으로 인식된 건 오래전부터 맥의 데이터 처리속도가 빠르고 운영체제인 OS/2도 32bit 데이터처리를 일찍이 도입하며 프로그램 실행 속도가 IBM에 월등했기 때문이다.
만약 MS윈도우가 아니였다면 우리는 적어도 20년 전부터 32Bit 체제의 빠른 운영체제를 사용해 왔을지 모른다.
지금에서 비스타, xp64와 같은 운영체제가 20년 전에 나왔다고 상상해 보자.
미국은 아직도 맥킨토시 사용자들이 많다.
이미 맥킨토시의 장점을 맛본 사람들이 그 장점을 포기 할 수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도 드디어 윈도우형 운영체제의 출시가 초일기에 들어갔다.
화면은 MS윈도우와 다를게 없다.
일단 레이아웃이 익숙하니 거부감은 없을 듯 하다.
MS윈도우와 호환성만 문제 되지 않는다면 운영체제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거기다 우리나라 국민성(애국심)을 적절히 이용한다면 적어도 리눅스(PC) 사용자 수를 뛰어 넘는 건 시간문제가 아닐까 싶다.
몇년 뒤에 컴퓨터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MS 윈도우가 무엇이냐 할만큼 우리나라 시장 점유율이 높아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나는 왜 우리나라 운영체제의 성공이 탐탁치 않은걸까.
우리나라는 미국이 아니다.
유통과 IT 관련법이 매우 후지다.
또 S/W 생산, 유통하는 회사의 경영 방법이 사용자가 아닌 회사 중심이다.
빌게이츠의 아버지는 미국의 유명 법조인 출신이지만 2000년대 들어서 MS는 여러번의 소송을 겪어야했다.
첫번째는 MS윈도우의 시장 점유율을 높혀 왔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기업의 시장 독점은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다른 중소기업들의 시장 진입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법은 시장 독점이나 담합에 대한 조례가 전혀 없거나 매우 관대하다.
MS는 윈도우에 메신저나 브라우저 그 밖의 몇 개 소프트웨어를 부당하게 끼워팔기 했다는 이유로 또 소송을 당하고 미국 대법원은 법무부의 손을 들어준다.
우리나라였다면 윈도우에 메신저나 브라우저를 끼워 파는 걸 원+원 정도로 생각할테지만 그런 부당한 시장 유통은 다른 소규모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경쟁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S/W 개발 회사들은 게임, 백신, 문서편집기 정도가 있을것이다.
그나마 문서편집기 시장도 외국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 때문에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관공서나 대기업에서조차 국산 S/W를 멀리하고 있는 마당에 이만큼이나 지금 버티고 있는게 용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S/W 시장이 왜 고전을 면치 못할까?
나도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지만 프로그램 하나를 생산해 내기 까지는 매우 많은 노력과 열정이 필요하다.
우스게 소리로 개발자들은 해를 보려면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는 말이 있다.
별 떴을 때 출근하고 별 떠야 퇴근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S/W 개발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도 항상 외국산 S/W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회사의 마캐팅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들은 S/W 시장을 도박 쯤으로 생각한다.
이 프로그램 만들어서 성공하면 한 번에 대박이라는 생각 때문에 단기 이익에 목숨을 건다.
그렇기 때문에 S/W 가격은 현실 적이지 못하게 상승하고 A/S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회사들은 수입 S/W의 가격 상승에 일조하는 거 말고는 없다.

세계에서 누구도 MS윈도우를 대적하기 위해 윈도우를 만들어 낸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가 최초가 아닐까 싶다.
분명 반겨야 할 일이지만 내가 걱정하는 건 이 국산 운영체제가 우리나라 운영체제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 했다고 생각해보자.
관련법이 미흡한 이 상태에서 그건 다른 S/W 개발 회사들에게 독이 될 수 있다.
T땡땡 회사의 경영진이 안철수 교수와 같다고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경영진의 양심에 시장을 맞기기 보다 정부 정책과 관련법 등을 구체화 하는 것이 시급하다.
즉, 이 회사가 시장을 반 독점한 상황에서 그것을 제지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지금 상황을 MS에서 묵과할리 만무하다.
MS가 우리나라에만 유독 불리한 판매 조건을 내걸고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걸 보며 운영체제 독립을 꿈구기도 했다.
그것이 현실화 되기 일보 직전이다.
시장은 냉정한 것이지만 지금은 정부의 정책이나 사용자들이 국산 운영체제를 보호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
그러면서 T땡땡 회사가 자립해서 성공한 기업이 됐을 때 배은망덕한 기업이 되지 않게 하기위해 안전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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