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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여유있는 표정이 부럽다는 택시기사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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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오랜만에 술약속이 있어서 차를 집에 두고 택시를 탔다.
나는 택시를 타면 항상 먼저 인사를 건낸다.
버릇이다.
그리고 목적지를 말하는데 그 날도 인사를 먼저 건내고 "00동이요"라고 했다.
목적지가 멀 때는 일단 내가 가야 할 "동"이나 어디 건물 앞을 얘기 하고 근처에 다다랐을 때 정확한 목적을 얘기한다.

택시를 타면서 항상 인사를 건내지만 그 중 반은 인사를 받지 않고 목적지를 말하면 그냥 운전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를 받지 않는 것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말한 목적지를 재차 물어 보고 또 물어 본다.
물어 볼 때마다 맞다고 얘기하자 며칠전 태웠던 손님 얘기를 꺼낸다.
그 손님은 타자마자 "XX동"이라고 짧게 목적지를 말했는데 이 택시 기사 아저씨는 "XX동" 어디요?라고 손님에게 물었나보다.
그러자 그 손님은 "XX동" 몰라요?라고 대답했고 거기에 이 기사 아저씨가 몹시 기분이 상했나보다.
"XX동"이 다 자기네 집이냐, 그렇게 얘기하면 내가 어딘지 어떻게 아냐... 등등 그동안 손님들 때문에 마음 상했던 이야기를 하나둘씩 꺼낸다.
얘기를 듣고보니 이 기사 아저씨가 택시 운전을 시작한지 얼마 안된 듯 했다.
"기사님 택시 하신지 얼마 안되셨나봐요?"
나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고 13년 동안 공장에서 2교대 근무를 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나와서 택시를 시작 했는데 사람들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내내 불만을 토로하신다.
자영업을 하는 나로썬 손님들의 반말정도야 예사일도 아니지만 이 기사님은 아직 적응이 덜 된 모양이다.

이런저런 투정같은 불만들을 한참을 토해 내더니 목적지에 다다르자 한 마디 하신다.
"나는 부자들이 너무 부럽다. 돈이 부러운게 아니라 그 사람들 여유있는 표정이 부럽다."
사실 나도 그렇다.
벌써 월말이고 다음달에 사무실 월세를 줘야하는데 30여만원 부족하다.
예전같은면 일하면 돈 생기는데 무슨 걱정이야 했는데 요즘은 일하고 싶어도 일이 없으니 내내 조바심이 난다.
일을 한다해도 돈을 떼이는 일이 허다하니 일을 하고 있다해서 안심 할 수도 없다.
요즘 같아선 유재석도 나를 웃기기 힘들다.

한 때는 밥세끼 먹을 수 있는 여유만 있어도 살만 하다고 했는데 이젠 그것마저 보장 받기 어려우니 사람들의 표정이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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