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원래 소란스러운 것!"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조승연과 유시민 작가의 대화 중 나온 말이다. 이 말이 나는 감동스럽다. 민주주의는 잔칫집처럼 소란스러운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우리나라는 문민정부를 맞아 비로소 군대, 군인 출신이 아닌 사람이 통치하는 나라에 살게 됐다. 발라드, 트로트 일색이던 대중문화에 힙합이 등장했고 젊은이들의 복장은 요란해졌다. 색깔있는 머리 염색이 유행하게 됐고 "개성"이란 말이 시대언어가 됐다. 우린 그게 민주주의라고 생각했다.
여러 번의 경제위기를 겪으며 사람들은 민주주의 가치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제 회복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그결과 우린 경제사범을 경제 대통령이라고 뽑는 과오를 범하게 됐고 이후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며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힘을 잃고 있었다. 민주주의로 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게 됐다.
촛불, 다시 민주주의 불씨를 살리다
사람 많은 곳은 정말 싫어하던 사람 조차도 광장으로 불러낼 만큼 이 나라는 위기에 빠져있었다. 법치는 무너졌고 민주주의는 후퇴했다.
분노한 시민들은 광장에 모였고 우린 박근혜를 끌어내렸다. 놀라운 것은 이 과정들이 모두 합법적인 절차에 의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세계 민주주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중이다.
이재명은 이 나라를 더 소란스럽게 할 사람이다!
박근혜를 탄핵하고 대통령을 다시 뽑는 과정에 있지만 우리에겐 아직 많은 과제들이 남아있다. 청와대에 대통령만 바뀐다고 나라가 저절로 회복되는 게 아니다.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이라면 회복되는 것처럼 보이게 국민을 속일 수는 있다.
재벌 체제(system) 해체, 적폐·친일 청산, 부정부패 척결 이런 해결 과제들이 이 나라에는 아직 산재해 있다. 정권교체하고 나라를 안정시켜 소란을 잠재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들이다. 이 과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덮고 간다면 이 땅엔 언제든 제2의 이명박, 박근혜가 탄생할 수 있다.
이재용은(삼성 부회장) 430억을 주고 8조원에 달하는 기업경영권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최소 6천억 손실을 보게 됐다. 이건 이재용과 박근혜, 최순실 사이에서만 있었던 일이 아니라 이 나라 정부 조직이 이재용의 경영권 불법 승계에 동원 된 사건이다. 정부가 권력을 남용해 재벌을 보호하고 불법 경영 승계, 불법 상속(증여)을 눈감아 주거나 그 일에 동원 된 사례는 과거에도 여러차례 있었지만 제대로 된 조사와 처벌이 없었다.
친일파와 그 후손들은 이 나라 기득권으로 자리 잡아 경제를 독점하고 있다. 그들은 본인 스스로, 혹은 조상들이 매국의 대가로 일본으로 부터 재산을 받아 챙겼고 해방 후엔 자신들의 부(富)를 앞세워 독재 정부와 결탁해 이 나라 기득권으로 자리매김 하게 된다. 우리는 과거 "반민특위"에 버금가는 강력한 친일 진상 규명 조직을 정부 차원에서 구축하고 최소한 친일파의 재산환수만큼이라도 제대로 해서 민족을 배반한 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한다.
지자체도 '뒷문' 활짝 열렸다. http://www.sisapress.com/journal/article/130192
우리는 가끔 고위 공무원의 자녀들이 7급, 5급 공직에 특채로 뽑히거나 부당한 방법으로 재벌의 후손들이 기업의 관리직에 낙하산으로 발령 받았다는 기사를 접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인사 부정은 워낙 높으신(?) 양반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라 일반 서민들에게는 사실 피부로 직접 와 닿지는 않는다. 대기업 직원이 하청 기업에서 뇌물을 받기도 하고 실무 담당 공무원은 부정한 방법으로 청탁을 받아 뒷돈을 챙기기도 한다. 이런 부정들이 이 사회에 너무 만연하게 뿌리 내리고 있어서 많은 이들이 죄의식 없이 그런 것들을 행하고 있다.
이러한 잘못 된 것들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나라가 한참 소란스러워져야 한다. 그 소란함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이재명인 것이다. 그의 지난 과거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 성남 나눔환경, 성남 의료원, 청년배당 등)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었든 나라가 급속히 조용하게 안정감을 찾았다면 그건 대한민국이 전혀 변화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한 겨울, 밤새 흰눈이 내려 세상을 덮어버리면 온통 하얗고 아름답게 보이지만 봄이오고 눈이 녹으면 다시 지저분한 쓰레기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걸 볼 수 있다. 누군가는 그 쓰레기를 치워야 하고 그 과정에서 다소 소란이 생길 수 있다.
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대한민국은 비로소 제대로 소란스러워진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각자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서로 다른 가치관을 이해하고 받아들 일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권리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라의 썩은 것들을 도려내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 그 뒤에는 다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발전시키는 시간이 남아 있다.
유시민 작가의 말처럼, 민주주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어쩌면 이재명은 나라의 썩은 고름을 짜다가 임기가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 회복과 발전은 그 뒤에도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자기 의견, 자기 목소리를 마음 껏 낼 수 있는 나라, 얼마나 소란스럽겠는가.
나는 이재명을 맹신하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이재명을 지지하는 이유는 그가 뭔가를 시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건 막연한 신뢰가 아니라 그의 지난 행적들을 꾸준히 지켜보고 내린 나의 판단이다. 혹자는 그의 행동이 가볍기 때문에 정치인으로서의 무게감을 느낄 수 없다고 한다. 점잖게 무게감만 지키고 있기엔 이 나라는 발 벗고 나서서 싸우고 청산해야 하는 적폐들이 너무 많다.
대통령을 뽑는 일이다. 우리나라 민주정부 10년이라고 하지만 이명박이 집권하고 다시 과거 독재 체제로 돌아가는데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언론은 통제당하고 국가 권력은 소수 기득권자들을 위해 남용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그만큼 권한이 크기 때문에 중요하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이미지 정치를 경계하고 대통령 후보의 자질을 똑똑하게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
나는 이재명을 지지하고 있지만 최대한 객과적으로 판단하려 애쓰고 있다. 이재명을 개인으로 봤을 때는 우리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힘든 과오가 분명히 있다. 방송에서 거듭 사과하고 반성한다고 했지만 과거 음주운전이나 형수 욕설은 그에게 주홍글씨가 됐다. 반면 이재명을 공직자로 봤을 땐 그의 행동이 납득 되는 부분도 있다. 만약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 좋은 친구를 선택하라고 하면 나는 이재명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공직자 이재명이라면 책임감과 청렴함, 그리고 추진력과 정의감으로 누구보다 우리 앞에 놓여진 난관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지도자라 판단하고 있다.
이재명은 이 나라의 썩은 고름만 짜다 임기가 끝날 수도 있지만 그 후에 계속 이어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소란스러운 우리나라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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