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3.8) 이재명 성남 시장이 원주에 방문했다. 워낙 바쁘신 분이라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실물을 볼 수 있을지 몰라 급히 준비해서 연세의대 루가홀 강단으로 향했다.
영상을 워낙 많이 봤기 때문에 익숙한 모습 그대로였다. 강연이 시작되기 전에 화장실에서 보좌관인 듯한 사람과 같이 들어와 이야기 하는데 그 상황이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아저씨들 마주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첫인상에서 위화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맘씨 좋은 동네 아저씨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평소 장난과 농담이 몸에 배어있는 것 같은데 많이 자제하는 듯했다. 역시나 강연에서 그 이야기가 나온다. 성격대로 하면 대통령 후보가 너무 가벼워 보인다거나 표 떨어진다는 소리가 많아서 많이 자제하고 있다고 한다.
강연 시작 전 자리에 앉아 준비하는 모습을 찍었는데 카메라 설정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흔들리고 말았다. 가장 아쉬운 순간이다.
이재명 시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그의 일관성과 신뢰감이 가장 큰 공감대가 아닐까 싶다. 자기 신념이 확고하기 때문에 강연을 하면서 전혀 흔들림 없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분명하다. 그가 성남시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이나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먹게 된 계기, 대통령이 되면 하고싶은 일들, 공약 이런 것들은 영상(방송, 유튜브)을 통해 워낙 많이 봤기 때문에 아는 얘기를 또 듣는 기분이었지만 전혀 지루하지가 않다. 방송에서 할 수 없었던 이야기까지 솔직하게 털어 놓으니 진짜 이재명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모르면 모른다고 한다
강연이 끝나고 시민들의 질문 시간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재명 시장에게 묻고 싶은 것, 부탁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 시간이 지체되기도 했다. 질문 시간 내내 이재명 시장을 향해 날카로운 질문들이 쏟아졌다. 이재명 시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그것이다. 그가 맹목적으로 좋은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우리는 그를 확인하고 검증한다. 그래서 지지자들로부터 날 선 질문들이 쏟아 질 수 있는 것이다.
공개 토론에서 타 후보들이 이재명 시장에게 던지는 질문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들이어서 이재명 시장이 거침 없이 대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민의 질문은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모든 질문에 딱부러지게 대답이 어렵다.
원주가 작은 도시지만 학교가 많고 교육열이 높아 교육분야에 대한 질문이 많았는데 이재명 시장은 누가봐도 교육분야 전문가는 아니다. 그래서 속시원하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었다. 질문을 받은 이재명 시장의 첫 답변은, 내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모르겠다,였다. 그래도 본인이 아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교육에 대한 철학을 이야기 하긴 했는데 질문자로서는 낯선 경험이었을지 모른다.
모름지기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이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사탕발림도 서슴치 않는다. 지금까지 우리 정치가 그랬다. 그런데 이재명 시장은 자기 전문분야가 아닌 것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이야기 한다. 자기는 모른다고. 사탕발림, 감언이설로 애써 상대를 감동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정치인에게 그건 단점일 수 있지만 우리게 지금 필요한 정치인은 바로 이재명 시장처럼 담백한 사람이다.
나의 선택이 잘 못 되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시간
나는 선거권이 생기고 1995년 첫 선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단 한번도 투표를 거른적이 없다. 하다못해 보궐선거도 반드시 챙겼고 투표를 위해 이사를 늦추기도 했다. (주소지 유지) 어릴 때부터 야당 성향(민주당)이 강했기 때문에 내가 투표하는 후보가 낙선하는 경험을 수없이 했다.
내가 투표한 후보가 낙선하면 내 표는 의미 없게 된다. 즉, 사표가 된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비례제도가 있어 어느정도 의미를 갖게되지만 매우 미흡하다. 그런 이유로 투표를 포기하는 유권자가 많기는 하다. 어차피 떨어질텐데 투표는 뭐하려 하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선거제도를 개선해 사표를 줄여야 국민의 참정기회가 많아 질 수 있다.
여론조사를 하면 이재명 시장의 지지율이 낮게 나오지만 크게 연연해 하지 않는다. 옛날도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이 낮은 후보에게 계속 투표했고 그중 과반 이상은 낙선했다. 반대로 말하면 절반 정도는 여론조사 결과 낮은 지지율에도 당선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작년 총선이 그랬다.
내가 이재명 시장을 지지하는 마음에는 여론조사가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나는 그가 공정한 국가를 만들고자 하는 신념을 믿기 때문이다.
" 저는 대통령이 되는 게 꿈이 아닙니다. 진짜 내 꿈은 세상이 공정하게 되는 것 "
지금까지 많은 대통령 후보들이 있었지만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지금도 많은 대통령 예비후보들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세상이 뒤집히고 개벽이 일어날 것처럼 말하지만 우린 이미 수십년 전부터 그런 말에 속아왔다.
우리는 10년동안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겪고 있다. 그들은 권력을 쟁취하는 게 목적인 사람들이었다. 권력을 손에 쥐고 나라를 자기들 의지대로 좌지우지하려는 불순한 목적으로 대통령이 되려고 한 것이다. 대선을 앞둔 지금 또 여야 정당에서 많은 대통령 후보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이명박, 박근혜와 다른 가면을 쓰고 있지만 그 속은 그들과 다르지 않다.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나오는 사람들이다.
이재명은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 적폐를 청산하고 부정부패와 맞서 싸울 수 있는 기회와 권한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 확고한 신념이 있기에 좌면우고하지 않는다.
이재명은 박근혜의 절대권력을 앞세운 횡포를 정면대응해서 이긴 사람이다. 이런 사람만이 앞에 나서서 이 나라 부패한 기득권과 부당한 권력들과 맞서 싸울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우리나라가 지금 최대 위기라고 하는데 이 나라 위기는 이승만 집권 후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왔다. 약자인 대다수 국민들은 권력을 갖은자들의 피지배계층으로 살아와야 했다. 우린 잘 못 된 이 사회구조를 개혁 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로에 섰다.
기득권 자들, 재벌 권력자들과 적당히 타협하며 조용한 안정감으로 적폐 시대를 연장할 것인가, 다소 소란스럽더라도 부패한 권력자들과 싸우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어 진정 국민이 주인인 나라로 만들 것인가 하는 건 우리 손에 달려있다. 이번에 또 제대로 된 선택을 하지 못한다면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부패한 기득권자들의 나라에서 여전히 피지배계층으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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