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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문재인 열성 지지자에서 이재명 지지자가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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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때 문재인 열성 지지자였다. 누구보다 그의 정치 입문을 바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2017년 대선을 앞 둔 지금 이재명을 응원하고 있다. 나는 변절자인가?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노무현 前 대통령을 빼놓을 수 없다.

2002년 월드컵 열기가 뜨겁던 시절 우리의 정치권도 뜨거웠다. 새천년민주당의 전국 순회 경선이 한창이었기 때문이다. 월드컵이 끝나기 전까지는 사실 새천년민주당에서 경선을 치루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저 월드컵 명장면을 다시 보기 위해 TV를 하루종일 켜놓고 있었을 뿐이다.

스포츠 뉴스를 기다리며 눈은 컴퓨터를 보고 있었는지만 TV가 내 귀를 열게 했다. 거칠면서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나운서처럼 목소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한화갑, 정동영, 이인제 이런 사람들처럼 얼굴이 익숙한 사람도 아니었다.

나는 홀린 듯이 일하던 손을 멈추고 TV 앞에 앉아 그의 연설을 들었다. 매우 설득력있고 단호했다. 오래전이라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그는 분명히 기성 정치인들과는 달랐다. 나는 그 후로 끝까지 경선 과정을 지켜보며 어느새 노무현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가 전두환 청문회 스타였다는 건 한참 뒤에 알았다.

<2002년 민주당 경선 당시 노무현의 장인이 빨치산 활동한 것이 알려지게 됐다>

내가 소위 말하는 노빠가 된 계기는 이것이었다. 선거가 후반으로 갈 수록 예비후보간의 경쟁은 치열해졌고 상대 진영에서 노무현 장인의 빨치산 경력을 들먹이게 된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장인이 아니라 생전 본 적도 없는 먼 친척이 "좌익"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그와 관련한 모든 사람의 정치 인생은 끝이라고 봐야했다. 잘나가던 노무현도 여기서 끝이구나 생각했다.

"제 장인은 좌익활동을 하다가 돌아가셨습니다. 뭐가 잘못됐습니까? 이런 아내를 제가 버려야 합니까. 그렇게 하면 대통령 자격 있고, 이런 아내를 그대로 사랑하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까. 여러분이, 여러분이 그런 아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신다면 저 대통령 후보 그만두겠습니다. 여러분이 하라고 하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최대 위기를 눈앞에 두고 노무현은 이렇게 답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장인의 좌익활동 경력을 숨기거나 어떤 식으로든 물타기 하려고 시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은 달랐다. 정면돌파한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노무현은 압도적인 지지를 얻게 됐고 본선에서 한나라당도 노무현의 장인을 거론 할 수 없었다. 나는 이때부터 노빠가 되었다.

 

정의의 사도처럼 문재인이 노무현의 복수를 해주길 바랐다. 그건 나의 잘못 된 생각이었다.
2009년 봄. 아침에 청천벽력같은 속보가 떴다.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 곁을 떠난 것이다.

<국민의 유일한 안식처였던 故 노무현 대통령>

 

이명박 정권 들어서 지속 된 폭정으로 국민들은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사람들은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며 위로 받아야 했다. 그런데 위로 받고 의지하던 사람이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난 것이다. 사람들은 이명박의 정치 탄압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 그랬다.

꽤 오래 우리는 슬픔에 잠겨 있었다. 한참을 좌절하고 있었을 때 우리 앞에 문재인이 나타났다. 2011년 6월 자서전을 발간하며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한 것이다. 사실 문재인을 이때 처음 알 게 된 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았을 때 언론에서는 문재인의 정치 입문 가능성을 다뤘고 나는 누구보다도 문재인이 나서주기를 바랐다. 나 뿐만이 아니었다. 노무현을 그리워하는 많은 사람들이 문재인의 정계 진출을 바라고 있었다.

나의 단순한 생각으로 문재인이 정계에 들어와 국회의원이 되면 그동안 좌절했던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이명박의 폭정을 막고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 질거라고 믿었다. 우리는 불의와 맞서 싸워 줄 지도자, 장군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이 우리의 지도자가 되어 줄 것을 너무나 간절히 원했다. 2011년 그가 정계 입문을 공식 선언했을 때 이제는 됐다하는 안도와 희망이 꿈틀거렸다. 많은 변화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만큼 세상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았다.

이명박의 폭정은 날로 심해졌고 문재인의 역할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다는 걸 느끼면서 나는 오히려 평정심을 찾기 시작했다. 정치는 누군가를 벌하고 보복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었다. 문재인의 성품으로는 그랬다. 그는 우리를 이끌어 갈 리더는 될 수 있지만 우리와 함께 싸워주는 장수가 아니란 걸 나는 조금씩 알게 되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조롱과 능욕이 갈수록 심각해졌지만 친노라던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가고 노무현 대통령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정면에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비상식이 상식이 되고 정의가 사라진 이 나라의 현실을 겪으면서 지난 몇 년 간의 일들에 대해서 각성하게 됐다.

 

문재인이 싫어서 이재명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이재명이 나타났기 때문에 이재명을 지지하는 것이다.
문재인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만큼 훌륭한 인품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있으면서도 혹시 있을 청탁 등을  피하기 위해 친구가 청와대에 와도 만나주지 않았다는 일화만 봐도 그가 얼마나 강직한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내가 아는 한 그는 절대적으로 청렴한 공직자임이 분명하다.

2012년 대선까지도 나는 누구 못지않은 열열한 문재인 지지자였다. 문재인이 옳다고 하면 하늘이 두 쪽나도 그렇게 믿었다. 그때는 생업도 포기하고 문재인 서포트를 위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문재인 알리기에 할애했다. 그러나 2012년 대선이 끝나고 우리 국민들은 더 큰 좌절을 맞아야 했다. 당사자인 문재인의 고통은 이루 말 할 수 없었으리라. 특히 아슬아슬 근소한 차이라면 그 절망감은 더했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그가 야당의 대표로 다시 돌아왔을 때 나는 또 기대를 하게 됐다. 나에겐 여전히 폭군과 싸워 불쌍한 백성을 지켜 줄 수 있는 로빈후드가 필요했다. 기대가 너무 컷다. 안타깝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문재인은 더 이상 내가 기대하던 로빈후드가 아니란 걸 알게됐다. 5년 동안 그는 정치를 위한 정치인이 되어 있었다.

내가 문재인을 지지하고 기대했던 마음은 노무현 대통령의 투영이었다. 노무현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문재인에게 그의 모습을 발견하려고 애쓰면서 점점 실망도 쌓였던 것이다. 그건 오로지 내 잘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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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을 처음부터 지지했던 건 아니다.
성남시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지만 대통령이 될 수 있을거란 생각은 해 본적도 없다. 내가 이재명을 관심있게 보기 시작한 건 변희재, 정미홍, 일베 등의 패악질에 정면으로 응수할 때였다. 오랜기간 일베들이 노무현 대통령과 5.18 희생자를 능욕하는 걸 보면서 친노라던 정치인들, 노무현 재단 어느 누구도 그들을 벌하거나 고인의 명예를 위해 정면에 나서 싸워주는 이가 없어 분통함을 느끼고 있던 때라 일베와 싸우는 이재명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그가 어느날 대통령 출마 이야기를 한다. 이재명이 대통령을? 그때만 해도 지지율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페이스북에서 열심히 활동하면서 SNS 인지도는 있었지만 SNS 인지도는 이외수 선생이 더 높던 때였다. 하지만 나는 그의 말 한마디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 진심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비유하자면 2002년 노무현 대통령 경선 연설이 그랬다. 나를 끌게하는 힘이 있었다.

<이재명 시장의 인터뷰 中>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장인이 좌익활동 한 것을 타파하는 과정을 보며 나는 노빠가 되었고, 이재명 시장의 이 발언을 계기로 나는 이재명의 지지자가 된 것이다.

이재명의 정치 노선이나 행동은 노무현을 닮았다. 나는 또 이재명 시장에게서 노무현의 모습을 발견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위기를 맞았을 때 피하지 않고 정면대응 한다거나 불의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이나 또 시민들과 진심으로 가까이 지내는 모습들에서 나는 노무현의 모습을 본 것이다.

 

이재명은 친노 아니고 친서민이다.
이재명이 어느 방송에서 한 이야기다. 본인은 친노가 아니라고. 하지만 옆에있던 유시민 작가는 정치 노선은 친노라고 응수한다. 나 역시도 유시민 작가와 같은 생각이다. 이재명은 직접적으로 노무현 대통령과는 큰 인연이 없다. 같은 민주당이라는 것 정도 일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경선이 한창이다. 물론 탄핵 심판 전이라 결과를 알 수 없지만 예비후보들의 대선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 유력 주자인 이재명, 문재인, 안희정은 지속해서 공약과 정책들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이 발표하는 공약과 정책은 서로 중복 되는 것도 있고 각자의 경험과 개성에 맞는 참신한 것들도 있다.

그런 것이다. 이재명과 노무현 대통령이 닮은 모습이 많다 하더라도 그건 성격이 비슷하거나 일부분 정책이 겹치는 것이다. 언론에 나와서 말하진 않았지만 이재명 개인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영향을 받았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맘마이스에 출연한 이재명의 부인 김혜경씨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재명의 성격은 이미 그 훨씬 오래전부터 노무현 대통령과 닮아 있었다. 나는 이걸 우연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재명의 어린 시절 불우했던 성장과정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시장이 된 후에도 거리낌 없이 시민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 과히 서민적이라 할 수 있다. ( 이재명 시장의 출근길 http://blog.daum.net/chdl1/11800424 ) 이젠 세상에 다 드러난 것처럼 과거에 변호사 하면서 돈도 많이 벌고 대기업 주식도 갖고 있어서 지금은 서민이라고 하기는 어렵다지만 이재명은 여전히 서민으로서의 삶, 그 정서가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제 마음 속에 묻는다.
노무현 대통령은 나에게 가장 좋은 대통령이다. 내 삶이 끝날 때까지 노무현보다 좋은 대통령을 만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문재인의 모습에서 노무현을 찾으려 했고 다음엔 이재명에게서 보여지는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 때문에 이재명을 지지하게 됐다.

요즘 문재인과 이재명의 대선 진행 과정을 보면서 저 두 사람이 하나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문재인의 정치적 유연함과 공직자로서의 강직한 품성, 그리고 훌륭한 인적 자원, 또 이재명의 추진력과 정의감이 결합하면 너무 완벽한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제 문재인과 이재명의 모습에서 노무현의 모습을 발견하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오로지 위기에 빠진 이 나라를 구하고 국민들이 이들을 믿고 일상으로 돌아가도 괜찮은 인물인가를 따져보고 있다.

내가 문재인 지지자에서 이재명 지지자가 된 건, 나 개인적인 성향 때문이다. 문재인처럼 온건한 성품도 좋지만 아직 젊은 나에겐 위기를 정면대응하고 강한 추진력을 갖춘 사람이 지도자가 되었으면 하는 이유, 그것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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