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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 소총에는 가스 조절기(마개)가 없는 걸로 결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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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흔한(?) 군대 이야기.

 

동네에서 친한 지인들끼리 자주 모여서 마트나 편의점 앞에서 맥주를 마시곤 한다. 공업 지역인 특성상 도시민들처럼 깨끗한 양복에 지붕 있는 건물에서 일하지는 않지만 성실하게 직장 생활 하면서 가족을 돌보고 있는 가장들이다. 공업 지역의 특성 중 하나는 군필자가 많이 없다는 것이다. 나도 이 곳에서 실업계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우리는 학교를 졸업하면 자연스럽게 공장 직원으로 들어가 여생을 그렇게 살아가는 게 당연한 인생인 줄 알았다.

 

스무살이 되자 신체검사를 받았고 곧 상근예비역 예비 소집 통지서가 나왔다. 그런데 대학을 진학하게 되면서 현역으로 바뀌었다. 이 곳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이 곳에서 직장을 구한 다른 친구나 선후배들 역시 상근예비역 대상이거나 병역특례로 군복무를 대신하게 된다. 특히 병역특례 비율이 높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모여든 마트 앞 파라솔에서 수다가 길었다.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다 나보다 나이가 조금 있는 방위 출신이 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동원훈련에서 총을 쏴 본 게 전부인 이 사람의 말을 듣고 있으면 3군단 수색대라도 나온 거 같다. 하지만 총을 분해하고 조립이나 해 봤는지 의심 스러울 만큼 엉터리다. 그래서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유일하게 현역인 내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잠자코 있자 더 신이 나서 얘기를 이어가는데 하필 총의 구조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너무 엉터리 설명을 참지 못하고 가스 조절관 이야기를 내가 하게 됐다. 그러자 다른 병역특례 출신인 친구가 가세한다. 총에 왜 가스 마개가 있냐 하는 것이다. 그럼 총구에 가스를 나가지 못하게 막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면 총알은 어디로 나가냐고 나를 몰아 세운다. 온도와 기압과 습도에 따라서 가스 배출 양을 조절하고 총을 쏘면 그 가스의 압력으로 노리쇠 뭉치를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설명을 해 주고 싶었지만 나는 세 마디 이상을 이어갈 수 없었다. 두 명이 나 하나를 두고 현역이 맞느냐 방위 아니였냐 비아냥 거리며 몰아세우는데 결국은 가스 마개 없는 걸로 결론을 내리고 나는 입을 닫았다.

 

 

 

 

 

이런 상황에 대한 적절한 사자성어가 있을 거 같은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내가 드는 생각은 이렇게 진실이 묻히는 일이 쉽구나 하는 것이다. 요즘 영화 "암살"을 계기로 친일파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하다. 조상의 친일 행위로 축적한 재산으로 후손들이 이 땅에서 경치와 경제를 잠식하고 기득권으로 자리잡아 독립운동가 후손이나 친일파를 규탄하는 일반 국민들을 모두 그들의 통제권에 두고있다. 그들은 끊임 없이 조상이나 본인의 친일 행적을 세탁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또 상당부분 친일 역사는 많이 희석 됐다. 앞으로 친일을 믿는 사람보다 믿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면 어떻게 될까? 있는 사실 조차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진실은 그렇게 덮여지게 된다.

 

나 역시도 내 말을 거들어 주는 현역 출신이 한 명만 더 있었더라도 사실을 끝까지 주장하지 못하고 입을 닫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 주변엔 현역 출신 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 진실은 힘에 의해서 참 어이없게 묻혀진다. 그렇다고 해서 진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 어떤 힘과 세력보다 강한 것이 진실이라는 믿을 갖고 있다면 우린 아마도 틀어진 역사를 바로 세울 수 있지 않을가 희망을 갖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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