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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수 어록 중, 더울 때 더운데서 일하면 실패한 인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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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MBC 라디오 "두시의 데이트" 오랜 팬이다. 1989년 김기덕 DJ가 하던 방송을 우연히 듣게 되면서 지금까지 듣고 있다. 그러니까 역대 DJ가 하던 방송을 모두 청취한 셈이다. 수십년 동안 두시에 라디오를 들었지만 지금까지 박명수 DJ가 했을 때 가장 재미있었다. 실제로 당시에 청취율도 꽤나 높았다.


무한도전 팬이기도 한 나는 박명수를 방송에서 자주 본다. 매우 친숙한 연예인 중 한명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 좋아보이거나 옳게 생각 되지는 않는다.


"공부 안 하면 더울 때 더운데서 일하고 추울 때 추운데서 일한다."

박명수가 남긴 어록(?) 중 유명한 말이다. 무한도전에서 이 말을 처음 했을 때 사실 불편했다. 하지만 방송이 나가고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겠지 생각했는데 아직까지 이 말이 회자되고 박명수 본인도 계속 방송에서 말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말에 공감 했다는 건, 높은 빌딩에 양복 입고 출근하고 책상 앞에서 일해야 좋은 직장이라는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이다. 자기 적성에 맞추기 보다 그런 고정관념에 맞춰 직장을 구해야 되는 요즘 청년들을 더 힘들 게 하는 것이다.


이 말의 의도는 청소년들을 계도하기 위한 차원일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위험한 말이다. 더울 때 더운데서 일하고 추울 때 추운데서 일하는 사람은 누가 있을까? 쉽게 떠오르는 사람들이 실외 노동자들이다. 내가 1993년 고3때 실습을 나갔는데 공장에서 용접을 했다. 최근까지도 이공계열 고3들은 실습을 나가고 실습 과정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건이 생기기도 한다. 우리같은 사람들이 대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건설현장의 노동자들은 어떨까?

그 사람들은 공부를 안 했기 때문에 대가를 치루고 있는 것인가? 건설 현장 노동자 중에는 대학에서 건축, 토목, 기계 등을 전공한 사람들이 많다. 이 사람들은 열심히 공부 했는데 실외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다. 여기서 박명수의 말은 모순이 생긴다.


나는 사실 박명수가 이 말을 철회 했으면 한다.

학생들에게 직업에 대한 잘못 된 가치관을 심어 줄 수 있다. 한 두번 하고 말았다면 큰 영향이 없겠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본인이 계속 말하고 인터넷에서 회자 되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에게 전혀 영향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 더울 때 더운데서 일하고 추울 때 추운데서 일하는 사람이 인생의 실패자가 아니라 각자 사회에서 요구하는 자리에서 자기 몫을 살아가는 성실한 사람들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이 말은 실외 노동자 비하 발언일 수 있다. 그래서 위험하다는 것이다.

오늘 라디오에서 박명수가 이 말을 또 했다고 하는데 한창 자기 가치관을 형성해 가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부디 비뚤어진 직업관이 생기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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