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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 변속기였던 엑센트에서의 급발진 유사 경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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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형 구형 엑센트였고 수동 변속기였다. 구입해서 타고 다닌지 한 달 정도 지난 후에 급발진 유사 경험이 있었던 것 같다. 최근 예전에 썼던 포스팅에 페이지 뷰가 늘어나는 걸 보면 수동에서의 급발진 가능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며칠동안 그 때의 기억을 찬찬히 되새겨 보았다. 워낙 오래 전 일이라 자세한 기억은 어렵지만 당시에 워낙 그 차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던터라 몸으로 느껴졌던 감각은 잊혀질 수 없다.

 

사진에서 보는 도로에서 첫 이상 증세를 겪었다. 사진에 보이는 42번 도로가 지금은 4차선 자동차 전용도로가 됐지만 그 때만 해도 신작로라고 불렸던 시골에 좁은 2차선 도로였다. 빨간색 화살표 진행 방향이 옛 구길이다. 4차선에서 80Km/h로 진행하다 화살표 방향으로 우회전 하기 위해 속도를 줄이고 있을 때였다. 수동 운전자라면 알 수 있겠지만 고속 주행하다 방향 전환을 위해 속도를 줄이더라도 기어를 5단에서 바로 내리지 않는다. 60Km/h 이하로 속도가 완전히 줄었을 때 기어를 변속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본인도 이런 도로에서는 5단 기어에서 속도를 충분히 줄인 다음에 바로 3단이나 2단 기어로 내린다. 오르막 길이 아니라면 보통은 5단에서 3단 기어로 내린다.

 

속도가 충분히 줄었다 생각 되서 우회전을 하려는 순간 차가 울컥울컥 하는 것이다. 그 느낌은 승용차를 2단이나 3단에서 출발할 때, 혹은 초보 운전자가 1단으로 어설프게 시동을 꺼트릴 것처럼 울컥 거리는 느낌이였는데 속도를 줄이고 있었지만 여전히 주행중이고 5단 기어가 들어가 있는 상태 였기 때문에 초보 운전자가 출발 할 때처럼 그렇게 심하게 울컥 거리지는 않았다. 나는 가끔 장난으로 3단 출발도 한다. 경사가 조금만 내리막 길이여도 천천히 하면 5단으로도 출발이 가능하다. 내가 엔진 이상을 겪었을 때는 평지에서 3단으로 출발하는 것처럼 짧고 약하게 울컥울컥 거리는 느낌이였다. 20년 동안 수동차만 몰면서 별 일이 많았는데 그런 느낌은 처음이였다. 당시만해도 운전병 출신이였던 경험까지 더하면 운전 경력은 만 7년 정도 되던 해였다.

 

수동은 5단으로 주행 중 속도가 줄더라도 운전자가 조작하기 전에는 기어가 자동으로 변속 되는 경우는 없다. 귀신이 조작하면 모를까. 나는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중이고 기어는 여전히 5단이면서 속도는 계속 줄고 있는 상황에서 엔진 RPM이 갑자기 상승한다면 차는 어떻게 될까. 급가속? 아니다. 시동이 꺼진다. 궁금한 사람은 5단 기어로 80Km/h로 주행하다 브레이크를 밟으며 60Km/h 이하로 속도를 줄여보자. 여전히 브레이크는 밟고 있는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밟아 RPM을 높여보면 차가 급발진 하는 게 아니라 시동이 꺼진다.

 

자동은 5단으로 주행 중이다 하더라도 속도가 줄면 자동으로 기어가 저속으로 변속 된다. 수동도 차가 충분한 관성이 붙지 않았더라도 움직이는 중에 기어가 1단으로 바뀌면 시동이 꺼지지 않고 계속 주행한다. 그러니 자동에서도 RPM이 갑자기 상승하더라도 기어가 저속 단으로 내려오지 않고 5단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면 시동이 꺼지고 급발진은 없었을 것이다. 차가 그렇게 힘을 받고 튀어나갈 수 있다는 건 기어가 저속에 있었거나 저속 기어로 변속 됐다는 것이다. 아마 3단 이하 저속 주행일 때 급발진이 발생하지 않았나 싶다. 급발진 경험자들이 당시에 어느정도 속도로 주행 중이였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걸 의심하는 이유는 전에 포스팅에서 썼 듯이 수동이였기 때문에 여러 번 같은 경험을 반복 했었는데 고속 주행 일 때는 단 한번도 RPM 이상을 겪지 않았었다. 그래서 저속 중일 때 급발진이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그렇다.

4거리 앞에서 우회전을 해야 되서 속도를 줄이고 있었는데 차가 갑자기, 또 약하게 울컥거리는 것이다. 본능적으로 시동이 꺼지는 것을 막기 위해 클러치를 밟았다. 그러자 RPM이 순간 7000까지 올라간다. 그런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너무 놀라서 차를 갓길에 세워야겠다는 생각 뿐이였다. 차를 세우고 맨 처음에 한 일은 기어를 흔들어 보는 거였다. 이건 기어가 중립에 빠져 있는지 검사하는 수동 운전자들의 습관이다. 기어는 5단에 넣어져 있었다. 그 정신 없던 순간에 나는 몸이 기억하는대로 본능적인 대응을 하고 있었다. 차를 갓길에 세우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웠다. RPM은 여전이 5000 이하로 내려올 생각을 않는다. 차가 왜 이러나 싶어 가속 페달을 밟으면 RPM은 5000 이상까지 올라가긴 하는데 그 밑으로는 떨어지지 않는다. 시동을 껐다가 다시 켜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도로에서 규정 속도를 어기는 걸 본 사람이 있나 물어보면 100에 99는 과속 하는 걸 본적 없다고 할 것이다. 중차량 운전병으로 착출 된 후 야수교에서 교육 받을 때부터 자대에 있는 동안까지도 지속해서 안전운전 교육을 받고 점호 전이면 "안전운전 365"라는 옛 방송 프로를 무한 반복해서 보여주는데 아마도 그 때 세뇌가 된 거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국도에서도 절대 60~70Km/h 이상을 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그런 속도로 주행 할 때는 단 한 번도 RPM 이상이 없었다. 교차로나 방지턱 근처, 길 바로 옆에 집들이 붙어 있는 시골길 등에서(내가 사는 곳이 시골이다보니) 이런 증상들이 반복해서 있었던 것으로 봐서 나는 저속 일 때, 특히 주행하다 속도를 줄이기 위해 브레이크를 조작 할 때 RPM 이상 증상이 있었다고 거의 확신 할 수 있다. (혼자 생각해 보는 거지만 아마 급발진 경험자들은 나처럼 조심운전? 아니면 소심운전자가 아닐까 싶다. 저속 또는 브레이크 조작이 잦은...)

 

울컥거림이 급발진 초반 증상이다.

내가 겪었던 게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급발진이 맞다면 그 초기 증상은 영락 없이  고속 기어에서 저속으로 출발할 때의 울컥 거림인데 이미 주행중이기 때문에 그렇게 심하게 울컥거리지는 않는다. 이건 수동 운전자들만 느낄 수 있는 감각인데 기어 변속에 인색한 운전자(보통 나같은 경우)는 보통 이럴 때 반클러치로 속도를 조절해 차가 울컥거리지 않게 한다. 궁금한 사람 중에 수동차가 있다면 3단 기어로 50Km/h 정도로 달리다 4단을 건너뛰고 5단으로 바꿔 가열차게 가속을 시도해보자. 차가 힘을 얻지 못하면서 느껴지는 짧고 미세한 울컥거림을 경험 할 수 있다. 딱 그 느낌이 있은 후에 나는 당연히 수동이였으니 클러치를 밟으며 RPM이 7000까지 올라갔다 5000에 멈춰 있다. 수동은 클러치나 강제로 기어를 중립에 넣을 수 있지만 자동은 RPM이 고속으로 급증하더라도 속도가 저속이기 때문에 기어를 저속으로 자동 변경 했기 때문에 시동이 꺼지지 않고 급가속이 가능 했을 것이다. 바퀴 회전 수로 차 속도를 계산하기 때문에 RPM 수와 바퀴 회전 수에 상당한 이상이 있다면 ECU에서 차량 이상을 감지해서 동력을 차단해 준다면 더 안전하겠지만 그건 돈이 드는 기술이긴 하다.(원가상승)

 

자동 변속 차를 운전해 본적은 있어도 소유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자동 변속 차는 어떤지 자세히 모르겠지만 급발진 초기 증상을 겪게 되는 2, 3초 간에 조치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 2, 3초 라는 순간이 배테랑 운전자라면 충분히 뭔가를 대처 할 수 있는 시간이긴 한데 자동 변속기는 운전자가 인위적으로 조치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모르겠다. 키를 빼면 될까? 요즘은 버튼식이 많으니 그것도 대안은 아닐 거 같다.

 

도심이나 막히는 도로에서는 수동 차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두어시간 운전하면 피로도가 많이 쌓인다. 하지만 평소 주행 할 때는 수동만큼 운전하는 맛을 느끼게 해주는 게 없다. 모든 것이 내 손과 발끝에서 조작하는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자동차와 한 몸이 된 느낌이다. 지금 끌고 다니는 차도 수동인데 13년을 넘어가다 보니 이젠 안전이 걱정 되서 바꿔야 할 거 같은데 이런 글을 쓰다보니 자동 변속으로 사고 싶으면서 안전을 생각하면 갈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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