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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운영자의 비극, 회원 한 명을 얻고 세 명을 잃게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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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활동이 뜸해졌지만 지금 활동하고 있는 개발자 커뮤니티는 10년 정도 된 가장 오래 활동한 곳이다. 공개 된 자료실에 좋은 스킨과 빌더들이 많아 커뮤니티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꾸준히 접속하게 되는 곳이다. 규모에 비해 커뮤니티는 그렇게 활발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큰 규모의 커뮤니티를 관리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임엔 분명하다.


개발자(프로그래머)들이 주로 많지만 웹을 배워보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다. 사이트를 외주 제작하기엔 비용 부담이 있어 직접 사이트를 구축해 보기 위해 가입한 사람도 꽤나 많다. 상당수가 자신만의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요즘은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커뮤니티가 많고 잘 만들어진 빌더들을 이용하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커뮤니티 사이트를 구축 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빌더와 스킨을 공유하고 있는 이 개발자 커뮤니티는 게시판 활동이 활발하지 않더라도 상당히 많은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디시인사이드, 클리앙, 보배드림, 루리웹, 뽐뿌, 오늘의 유머, 82cook처럼 성공한 커뮤니티들이 늘어가면서 이런 사이트를 운영해 보기를 원하는 사람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많은 회원 수에 비해 커뮤니티가 활발하지 못한 이유는 뭘까. 많은 커뮤니티 운영자들이 애를 먹고 있는 게 회원관리다. 이 사이트가 그런 편이다. 관리자는 회원 활동에 직접 관여하기 보다는 회원들의 자정 능력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회원 활동에 관리자가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회원들도 타 사이트에 비해 애착이 많고 주인의식이 높아 스스로 정화 하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작업 의뢰나 사업을 빌미로 간혹 회원들간 사건들이 생기기도 하지만 곧 사건은 잠잠해지고 평정심을 찾는다. 하지만 회원의 활동 주기가 짧은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넉달 전 한 회원이 가입했다. 본인은 개발자라고 하지만 사이트를 운영하기 위해 쓸만한 것들을 얻기 위해 가입한 회원이다. 회원은 늘 짧은 주기로 물갈이가 되기 때문에 처음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한 두달 지나고 보니 이 회원 문제가 있었다. 기존에 활동하던 회원들을 내 쫓기 시작하는 것이다.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 말 꼬리를 잡아 비아냥 대거나 시비를 걸어 사람을 괴롭힌다. 딱히 회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니 관리자도 규제할 명분이 없다. 다른 회원에게는 살갑게 굴어 자기편을 만들고 한 회원을 표적 삼아 끝가지 물고 늘어진다.


지금은 활동하지 않지만 꽤 오랫동안 활동하던 회원이 있었다. 대학원에서 IT를 전공한 석학이고 개발업체를 운영한지 10년이 넘는 배테랑이였다. 오래 활동한 회원이라면 이 회원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이 신입 회원은 모르고 있었다. 보통 진정한 고수는 쉽게 티내고 다니지 않는다. 게시판에 일상적인 글만 올리다보니 이 신입회원이 보기엔 초짜라고 생각한 거 같다. 댓글 하나에 시비를 걸더니 끝가지 물고 늘어진다. 이 신입회원의 주장은 "너는 틀렸다"다. 어느 의뢰인의 견적 문의에 대한 답글을 달았다가 봉변을 당한 것이다. 결국 혀를 내두르곤 자취를 감췄다. 관리자 입장에서는 피라미를 얻고 잉어를 잃게 된 셈이다.


최근엔 자바 애플릿에 관한 게시글을 올렸던 학생에게 악플에 가까운 댓글을 달더니 그 파편이 나에게까지 튀었다. 미꾸라지 같은 회원 하나가 커뮤니티 분위기를 흐리고 있는 것이다. 이 신입회원은 넉달동안 세명의 회원을 커뮤니티에서 떠나게 한 것이다. 여기서 커뮤니티의 자정 능력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일들이 끊이지 않고 반복 되면서 십수년이 지난 커뮤니티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무를 수 밖에 없게 됐다. 만약 자료실을 찾는 회원 마저도 떠나게 된다면 커뮤니티를 통한 광고 수익은 포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작 미꾸라지는 사람에게 유익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회원들이 이 미꾸라지 때문에 커뮤니티를 떠나게 될지 모른다. 커뮤니티를 원만히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회칙에 위배되지 않더라도 분위기를 흐리는 회원에 대해서는 관리자의 중재가 적당히 필요하다.




지금도 많은 커뮤니티 사이트들이 만들어지고 그만큼 사라지고 있다. 운영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사이트를 만들었다고 회원이 알아서 모이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홍보를 열심히 해도 콘텐츠가 부실하면 회원을 붙잡아 두기 어렵다.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회원 10명 모으기가 어렵지 10명에서 100명을 모으기는 쉬워진다. 또 100명에서 1000명을 모으기는 더 쉬워진다. 그건 커뮤니티에서 회원이 뭔가 얻을 것이 있을 때 가능하다. 아무것도 없이 게시판만 있고 이 게시판의 주제는 무엇입니다,하고 제목 달아 놓으면 회원들이 그 게시판을 이용하게 되는 건 아니다. 주제를 정했으면 그 주제에 맞는 정보를 열심히 수집해서 회원들에게 제공해야 하고 처음 가입하는 회원 한 명 한명에게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제공할 콘텐츠가 없다면 사탕이라도 나눠줘야 관심을 얻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제공할 거리로 늘씬한 여성 모델 사진이나 유머를 생각하게 되는데 그건 너무 흔하고 다른 포털이나 커뮤니티에서도 중복 된 정보들이 많다. 하지만 중복 되더라도 어떠한 방식으로 회원에게 제공 되는지 방법을 달리 연구해 보면 차별화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그래도 커뮤니티가 주제를 벗어나면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다.


피라미를 알아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위의 사례처럼 피라미를 얻고 잉어를 잃었다면 이 커뮤니티는 성공 가능성이 더 작아진다. 개발자 커뮤니티처럼 전문 지식이나 취미 정보 등을 나누는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커뮤니티에 애착이 있는 회원은 본인이 연루 된 시비로 커뮤니티가 시끄러워 지는 걸 원치 않는다. 그래서 조용히 떠난다. 그러나 이런 피라미 같은 회원은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본인이 이 커뮤니티에서 입지를 세우고 사람들이 본인에게 댓글을 많이 달아주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관리자는 이런 피라미 같은 회원을 솎아내고 커뮤니티에 충성도 강한 실속있는 회원을 지켜야 한다. 이런 피라미 같은 회원은 주폭처럼 평소엔 얌전하다 어느 한 시점에 타깃이 생기면 그 타깃을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상대가 더 이상 대꾸하지 않거나 탈퇴하면 승리감에 도취해 우월감을 갖게 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게시판 관리자는 이런 저질 회원을 집중 관리해야 한다. 나보다 잘난 사람은 두고 못 보는 피라미 같은 회원, 그날 기분에 따라 꼬투리 잡힌 회원에게 주폭처럼 폭력적이 되는 쌈닭같은 회원만 걸러내도 커뮤니티는 평안하게 운영 될 수 있다.



이건 개인적인 경험과 판단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일반화 해서 생각하기엔 무리가 있다. 커뮤니티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면 참고해볼만은 하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 제법 규모가 큰 동호회를 운영해 본적이 있다. 한 번의 갑작스럼 번개 모임에도 수십명의 회원이 운집할 정도였다. 그 모임이 와해된 이유 중에는 너무 오래 운영하다 보니 식상함도 있었고 회원들간 파벌과 불량 회원을 단속하지 못한 원인도 있었다. 관리자는 높은 곳에서 숲을 보는 안목도 있어야 하지만 내려와서 나무를 볼 수 있는 세심함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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