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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없었던 아이티 평가전. 20세기 축구로 회귀 [2013. 09.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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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축구 팬, 20세기 축구 협회

 

후반 26분 추가골 터뜨리는 손흥민

 

어제 한국 국가대표 축구경기는 큰 기대 없이 TV로 관전했다. 며칠 전에 우리나라가 아이티와 평가전을 한다기에 처음엔 잘 못 본거라 생각했다. 다음 날 또 국대 뉴스를 봤을 때는 지금 친선경기 할 때가 아닌데 하고 넘겼다. 아이티와 우리가 평가전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실전에서 피파랭킹은 객관성을 잃을 때가 많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경기가 끝난 후 역시나 기대는 무너졌다. 어제 경기를 지켜 본 축구팬은 알겠지만 아이티 선수들은 경기 초반부터 우리팀과 응원하는 팬들의 분위기에 압도당한 것 같았다. 체력은 좋았을지 모르지만 수만 관중의 홈팀 응원과 심판의 매끄럽지 못한 경기 진행이 평가전이라고 하기엔 너무 일방적이였다. 어제 경기를 보니 아이티가 남미 축구를 구사하는 팀도 아니였다. 차라리 온두라스였다면 평가전으로써의 의미가 있었을 거 같다.

 

 

지금은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 됐지만 그 과정을 지켜보면 우린 후반부로 갈 수록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경기 막바지에는 대부분의 경기를 패하거나 비기는 경기를 했다. 경기 수는 몇 번 안 되지만 최종 지역 예선을 치루던 2년간 우린 골 가뭄에 목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팬들은 이기는 경기, 골을 원했던 건 당연하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으로 교체 된 후에도 이기는 경기는 없었다. 그렇다 해도 이런식의 이기는 경기는 선수와 팬들에게 결코 도움이 될 거 같지 않다.

 

 

추측이긴 하지만 수십년 축구협회의 행태를 봤을 때 분위기 반전을 위해 약팀 불러다 이기는 경기로 체면 치래를 하고자 했던 게 아닌가 싶다.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우리는 멕시코를 상대로 월드컵 본선에서의 첫승을 기대 했다. 첫승을 하게 되면 최초 16강 진출까지 욕심을 부릴 수 있었다. 하석주의 첫 골은 첫 승만큼이나 기쁘고 흥분되는 일이이였다. 그러나 그 흥분이 가라 앉기도 전에 하석주는 상대 선수에게 백테클을 시도 했다 퇴장을 당한다. 94년 월드컵까지만 해도 그런 정도의 백테클은 어느정도 인정이 되었지만 위험성 때문에 98년부터 금지했다. 하지만 미쳐 선수들에게 전달이 되지 않았다. 협회와 감독이 바뀐 피파 규정을 선수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여론의 비난과 책임 공방 끝에 월드컵이 끝나기도 전에 감독이 경질되는 사태가 빚어진다. 협회는 감독의 경질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초보적인 국가대표 운영은 지금까지 발전 된 게 없다.

 

90년대까지만 해도 평가전이라며 항상 우리보다 약한 팀을 불러다 앞 마당에서 이기는 경기를 했다. 팬들도 그런 분위기에 익숙했고 경기는 당연히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002년 월드컵 당시 히딩크가 프랑스를 홈으로 불러들였을 때는 이길 수도 없는 경기를 왜 하는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히딩크와 선수들만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항상 약팀을 상대로 이기는 경기를 해야 했던 우리는 그 많은 평가전을 치루고도 발전한 것이 없었다. 프랑스 대표팀을 홈으로 불러들여 5대 0으로 졌을 때 팬들은 대패한 히딩크에 열광했다. 비록 지는 경기였지만 강팀을 맞이하고도 전혀 기죽지 않고 투지로 싸우던 우리 선수들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언론들은 프랑스를 상대로 수비벽이 너무 약했다는 비난을 쏟아냈지만 팬들의 생각은 달랐다. 미드필더 무시하고 수비가 공격수에게 공을 배급하면 공격수는 일단 골대를 향해 뻥 차고보는 일명 뻥축구를 볼 수 없었다. 팬들은 우리 축구장에도 미드필드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됐고 김남일에게 열광했다. 히딩크는 계속해서 유럽의 강팀들과 평가전을 치뤘고 우리팀은 계속 패했다. 그러나 팀은 계속 발전해 갔고 스코틀랜드를 상대로 3점 차 대승을 거두게 된다. 그 후에 있던 프랑스 전에서는 비록 패했지만 1점 차로 거의 대등한 경기를 치뤘다.

 

평가전이란 상대와 우리팀의 전력을 분석하고 발전 시키는데 목적이 있는 경기인데 이번 아이티전은 이기기 위한 평가전이 아니였나 생각이 든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 후 우리 선수들은 유럽에 진출해 세계 정상의 선수들과 유럽 리그를 누비면서 선수들은 실력, 팬들은 축구를 보는 안목이 함께 성장해 왔다. 지금 우리나라 축구 협회는 이렇게 수준 높아진 팬들의 기대에 전혀 부흥하지 못하고 있다. 골을 넣고 이겨야만 열광하던 20세기 축구팬은 없다. 앞으로 평가전이 몇 번 남지 않았지만 평가전에서 지더라도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발전의 계기가 되는 평가전을 치룰 수 있도록 축구 협회의 경기 운영 수준도 21세기 축구팬들의 눈 높이에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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