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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을 대하는 나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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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모처럼 시골 집에 다들 모였다.
땅콩만하던 조카들은 벌써 초등학생이 되었고 곧 중학생을 준비하고 있다.
이리뛰고 저리 뛰는 사내 녀석들은 딱 그 또래 애들처럼 논다.
조카들 여럿이 이방 저방을 뛰어 다녀 정신이 없는데 조카 세 놈의 뛰는 모습이 뭔가 이상하다.
유심히 관찰하니 뒷꿈치를 들고 뛴다.
시골집은 단독이고 마당도 있는데 집에서 뒷꿈치를 들 필요는 없었다.
누나에게 말하니 아파트 주민들이 층간소음에 민감하고 사내 아이만 셋이다보니 어릴 때부터 애들에게 집에서는 걸을 때도 뒷꿈치를 들어야 한다고 가르쳤다고 한다.

실리콘 귀마개


소음에 민감한 나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귀마개다.
수험생용으로 문구점에서 9백원이면 살 수 있다.
줄 달린건 천원이다.
집에 이런 귀마개를 몇 개씩 구비해 놓고 지낸지가 수년이 지났다.
소음에 민감하고 혼자 조용히 있는 시간을 즐기다보니 마음 같아서는 조용한 마을에 단독 주택을 지어 놓고 집에서만큼은 조용히 살고 싶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우니 평수 작은 공공주택을 전전하며 살고 있다.
소형 공공주택의 공통 된 특징이 있다면 층간 소음이 심하다는 것이다.
포털 사이트의 부동산 카테고리를 뒤적이다 예쁜 전원주택이 나오면 한 없이 바라보며 그런 집에 사는 나를 상상하며 위안을 삼는다.
사람들과 부딪치며 받는 스트레스가 갈수록 더 괴롭다.

위층에 사는 사람들은 보통 아래층 사람들을 배려 하지 않는다.
아래층 사람은 다시 아래층 사람의 윗층 사람이 되지만 사람들은 본인의 허물은 보지 못 한다.
여기서 문제가 시작 된다.

몸무게 2Kg 정도 되는 8년 묵은 작은 개를 키우고 있다.
나는 이 개가 침대에서 뛰어 내릴 때 아랫층에 울리까봐 방과 거실에 카페트를 늘 깔아 놓고 있다.
주인이 없으면 보통 잠을 자지만 들쥐를 잡아 먹던 사냥 개 습성 때문에 조그만 소리에도 잘 짖어 무더운 한 여름에도 나갈 땐 항상 모든 집안의 문을 꼭꼭 닫고 나가야 한다.
집안에서 나는 늘 실내화를 신고 있어 그동안 낡아서 버린 실내화도 꽤나 많다.
혼자 사는 집에 실내화만 서너개가 집안을 돌아다니고 있다.
식탁 의자 다리에 두꺼운 천이나 테니스 공을 덧대고 뒤꿈치로 쿵쿵거리는 아저씨, 생각없이 뛰어 다니는 유쾌한 어린이들이 집안에서 실내화만 신어도 층간 소음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의 심리는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 내 집에서는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들을 하기 때문에 이웃에게 분노의 대상이 된다.

귀마개는 잘 때도 쓰고 집에서 일하게 될 때도 쓰고 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조용한 내 집 하나 갖게 되기 전까지는 이 귀마개를 써야 할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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