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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정말 IT 강국일까? 아마 미국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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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나는 이미지를 트래픽에 구애 없이 마음 껏 쓸 수 있는 웹호스팅이 필요 했다.
사진을 올려 놓을 이미지 자료실로 뭐가 좋을까 고민 했다.
값싸고 트래픽 많이 주는 회사를 찾아 몇 날을 인터넷 검색으로 지냈다.
그러다 우연히 외국 호스팅 회사에서 운영되는 한인 이민자를 위한 포털 사이트를 알게 됐다.
네임서버를 추적해 호스팅 회사를 알아 냈다.
캐나다였다.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고 용량도 내가 충족하기엔 많이 부족했다.
다른 외국 호스팅 회사는 어떨까 싶어 미국쪽 호스팅 회사를 검색 했다.
많은 네티즌들이 외국 회사에서 웹호스팅을 받고 있다는 걸 그제서야 알았다.
일단 용량이 무제한다.
망설일 것 없이 바로 웹호스팅을 신청 했다.
외국이라 국내 서버보다는 속도가 느리지만 일단 트래픽이나 자료 저장 공간의 구애 없이 마음 것 사용 할 수 있고 가격도 1년에 80달러가 조금 넘는다.
도메인은 1개까지 무료로 제공 된다.
이들은 웹호스팅 신청자에게 도메인을 회원 아이디 발급 하듯이 등록 해 준다.
매년 꼬박꼬박 연장 비용을 내야하는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도메인을 추가로 등록 할 때는 1개당 10달러/1년의 비용을 받는다.
그 후로 나는 이미지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홈페이지를 의뢰 받을 때면 미국 회사의 서버를 추천해 준다.
cPanel을 공개하기 때문에 계정 내에서 데이터베이스도 내가 원하는대로 만들어 쓸 수 있고 도메인도 마음 것 추가하거나 제거 할 수 있다.
각 디렉토리 별로 FTP 계정을 별도로 줄 수 있는 기능은 반할 정도다.
용량이 무제한이니 디렉토리별로 FTP 계정을 별도로 주고 디렉토리마다 도메인 파킹을 지정해 여러 개 사이트를 운영 할 수도 있다.
DB도 우리나라처럼 야박하게 계정 하나당 한 개가 아니라 원하는 만큼 만들 수 있고 사용자(User)도 원하는 만큼 지정해서 사용 할 수 있다.
몇 개의 홈페이지가 그렇게 지금까지 잘 돌아가고 있다.

몇 일전 내게 이런 시련이 닥치기 전까지 나는 그랬다.
역시 누가 뭐래도 미국이 선진국이구나... 큰 나라의 대인배들이라 서버도 큰 걸 쓰는지 용량 몇 기가로 돈 푼 챙기는 짓은 안하는구나...

지난 달 나는 사이트 의뢰를 받았다.
이미지를 많이 사용하는 회사다.
나는 의기양양하게 미국 서버에 대해 설명했고 의뢰인도 우리나라보단 미국 서버가 좋겠다며 흔쾌히 나의 의견에 따랐다.
몇 만원이 아까워서라기보다 미국의 그 넉넉한 인심(?)을 경험해 보고 싶은 심리가 작용한 듯 하다.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완성된 프로그램과 사이트를 보고 의뢰인도 더 없이 만족스러워 했다.
그리고 이십여일이 지났을 때 나는 급한 전화를 받았다.
사이트가 먹통이란다.
ㅇㅇ?
도메인의 네임서버도 정상이고 서버 상태도 정상이였다.
그런데 사이트 연결이 되지 않는다.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화스럽기 그지없다.
일단 구글번역기를 돌려 이게 어찌된 상황이냐며 메일을 보냈다.
뭐라뭐라 답장이 온다.
구글번역기는 나를 고혈압의 지름길로 인도한다.
아래아한글 사전을 켜 놓고 직접 번역에 나선다.
한 줄 해석하는데 세월이다.
그렇게 밤을 새웠다.
나는 밤이지만 그들에겐 낮, 근무시간이다.
내가 손해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5일동안 나는 수백건의 메일을 보냈고 5만원이나 하는 국제전화, 채팅 상담을 거친 뒤에 고객의 도메인을 돌려 받을 수 있었다.
지난 날 여친에게 이런 열정을 보였다면 나는 지금 이 꼬라지는 아니였을거같다.
오여곡절끝에 도메인은 돌려 받았으나 결국 계정에 들어 있던 프로그램 파일과 데이터베이스는 날렸다.

사건은 이랬다.
처음 웹호스팅을 신청 할 때 고객의 신용카드로 결제를 했다. (나는 신용카드가 없고 국내 전용 현금카드만 사용한다.)
그때 고객의 신용카드는 한도가 차 있어 결제가 되지 않았는데 계정이 열렸다.
이건 그들의 결제 시스템 오류인거같다.
그리고 20여일이 지난 뒤에 월말 정산을 하는 과정에서 결제 되지 않은 계정이 있어서 임의로 계정을 차단 했다고 한다.
우린 부랴부랴 다시 결제를 진행 했고 막혔던 계정을 열어 줄 것을 요구 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의 계정을 열어 주는 대신 새 계정을 만들어 주었다.
우린 새 계정 필요 없고 전에 쓰던 계정만 열어주면 된다, 도메인을 그 계정에 연결해 주기를 바란다며 밤새도록 애원도 하고 협박도 했다.
그렇게 사흘밤낮을 싸웠지만 내가 들은 답변은 "너의 질문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른 형태로 질문 해 달라.", "혹은,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우리가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는 것인지 다시 질문 해 달라." 이런 말이다.
Can you please rephrase your question as I'm unable to understand what you're asking.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쉽게 해결 되는 문제였다.
그들이 내 말을 못 알아 듣는 것같아 어쩔 수 없이 국제 통역사를 낀 국제전화를 해야 했다.
내 도메인은 너희들의 DNS 정보 오류인거 같다. 그리고 새 계정은 필요 없고 기존의 계정의 소유자 변경을 나로 해주면 된다고 설명 했다.
수화기 너머로 열심히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는 1분에 2,300원하는 나의 전화요금 넘어가는 소리다.
영어를 공부 안한게 한없이 후회 스럽다.
그렇게 몇 분을 까먹고 드디어 한 마디한다.
지금 DNS 전문가가 퇴근 한 상태라 다음 날 아침이 되야 해결이 될거 같단다.
휴... 이럴 때 해킹의 유혹을 받는다.
해킹 공부를 안한것도 후회 스럽다. 그러나 이건 범죄다.
수화기 더 들고 있어봐야 돈 나가는 것만큼 속이 터질거 같아 메일로 팁을 보내 줄테니 전문가 출근하면 보여줘라, 그러고 끊었다.
그리고 이번엔 DNS 설정하는 방법과 내 계정이 있는 서버의 번호, 계정 소유권 변경 방법, 그리고 DB 복구하는 방법에 대해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하고 캡쳐한 화면도 첨부해서 보내줬다.
몇 분 후에 답장이 왔다.
벌써 해결 됐나하고 열어보니 "뭔 소린지 모르겠다."라는 한 줄이다.
ㅡㅡ+
담당자를 보니 나와 통화한 사람이 아니다.
다시, 그리고 이번엔 빨간색 bold체에 16px의 크기로 네가 읽지말고 전문가 오면 보여줘라.
내가 쓴 편지는 전문가만 이해 할 수 있다고 덧붙혀서 보냈다.
나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라 국제적인 짜증을 내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선 10분이면 해결 될 일을 너희는 5일째 헤매고 있다는 말을 하려다 참았다.
아침이 되야, 그러니 우리 시간으로 다음 날 밤이 되야 해결 된다던게 서너시간 후에 처리가 완료 됐다고 메일이 왔다.
정말 도메인이 연결 된다.
아마도 퇴근 한 사람을 다시 불러온 듯 하다.
그러나 그 계정엔 아무것도 없었다.
DB도 없고 프로그램 파일도 없이 처음 계정을 받았을 때의 디폴트 상태다.
프로그램 파일이야 내 컴퓨터에 있지만 DB는 반드시 백업 받아야 했다.
나는 다시 내가 쓰던 DB명과 dump 받는 간단한 명령어을 설명해서 메일로 보냈다.
그리고 잠시 후 돌아온 답변은, 나의 원래 계정은 삭제 되었고 DB도 같이 삭제 됐다. "remove"...
The database ********_joy was removed when the previous account was deleted. We do not have a copy of the database to restore unless you were to have a copy of the database for us to restore.
이 한줄을 읽고 나서야 나는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다.
배가 너무 고파 찬밥에 물 말아서 고추장에 고추 찍어서 배불리 먹었더니 어머니가 통닭을 사갖고 온 느낌이 이럴까?
벼르고 벼르던 새차 했는데 비가 오는건 행운측에 든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였다.
서비스 만기가 도래하면 60일 전부터 보름마다 메일 보내주던 우리나라의 회사들은 귀찮은게 아니고 친절한 것이였다.
정산이 하루 지났다고 계정을 냉정하게 잘라내지도 않고 서비스 연장을 하지 않더라도 최소 보름 이상은 자료를 백업해서 보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웹호스팅 회사들은 천사들이다.

내게 프로그램을 의뢰한 고객도 자신의 카드 한도가 다 됐다는 걸 모르고 결제 시도해서 이런 일이 생긴거라며 오히려 미안해 했고 나는 미국 회사라 좋을거라고 소개 했던 탓으로 되려 미안하게 됐다.
일단 사이트를 처음 상태로 복구 해 놓고 회원은 다시 가입을 받고 기존에 자료들은 다시 수집하는 방법 밖에 없다며, 도메인 홍보에 들인 돈이 많은데 다시 찾은게 다행이라며 일단락 하기로 했다.
그렇게 5일 동안 나는 20년동안 사용한 영어보다 더 많은 영어를 썼고 의뢰한 고객도 5일동안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역시 우리나라 좋은 나라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웹마스터 과정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독학으로 DNS 설정이나 가상 서버 셋팅 정도는 스스로 해결하는 프로그래머들이 많다.
그런 환경에 익숙해서 일까, 이번 일을 겪으면서 이것도 문화의 차이인가 싶기도 하고 운영하고 있는 사이트에 어떤 비상 사태가 벌어질지 모르는데 퇴근 시간 됐다고 비상근무자 없이 담당자가 퇴근 해 버리는 것은 이해가 어렵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은 새벽 04시 03분. 내가 거래하는 국내 웹호스팅 회사에 문의 메일을 보내면 바로 답변이 오거나 전화가 걸려 온다.
오히려 야간에 처리 해야 할 업무가 많지 않으니 더 빠른 답변을 받기도 한다.
이 사례 하나로 우리나라의 IT 강국을 논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책임감은 어느 나라보다 강국인건 분명한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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