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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이 사치라면 난,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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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흐린거 같았다.
나는 안에 있으니 밖이 궁금하다.
블라인드를 열어 제치고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궁금해 하는 것처럼 연신 밖을 내다본다.
저녁부터 눈이 온다더니 공기는 그냥 어두워지기만 한다.
앞집 간판에 불이 들어온 걸 보니 밤인가보다.
다시 밖을 본다.
불꺼진 사무실보다 밝다.

전화가 걸려온다.
모르는 번호다.
받지 않는다.
내게 또 어떤 무서운 말로 나를 기죽게 할지 두려움 때문이다.
그런 대부분의 두려운 전화는 아무것도 아닐 때가 많다.

춥다.
캄캄한 공간에 혼자 이러고 있으니 우울하다.
이럴 땐 사람이 그립지만 만나고 싶지는 않다.
내가 누군가를 만나 주는 것, 누군가 나를 만나 주는 것, 그건 거래다.
지금은 불편한 거래다.

절망은 혼자 하는 것이 제맛이다.
살아온 날들에 미련이 없고 살아 갈 날들에 기대가 없다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살고 싶어서, 존재하고 싶어서 절망하고 싶다.
깊은 나락에서 살고자 바둥거리고 싶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절망도 하지 못하고 희망도 갖을 수 없어서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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