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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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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섬강에 낚시를 하러가니 달맞이꽃이 한창이다. 휴대전화기를 꺼내 들고 그날의 기억을 담 듯 사진을 찍는다.



몇년전인지 확실하지는 않다.
아마도 오륙년 전이 아닐까 짐작이 된다.
그 때도 지금처럼 지리한 장마가 막 끝나고 달맞이 꽃이 흐드러지게 곳곳마다 피어났다.
우리는 바람을 쐬며 한가로운 주말 오후를 보냈다.
장마가 막 끝난 뒤라 강엔 물이 차서 들어 갈 수 없었지만 주변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장난도 하고 사진도 찍고...

"이 꽃이 무슨 꽃인지 알아?"
"..."
항상 여름이면 보던 꽃이지만 나는 이름을 몰랐다.

"이거 달맞이꽃이야. 밤에보면 더 이뻐"
"..."
내가 알고 있던 달맞이꽃은 이게 아니였다.
적어도 유년기 시절부터 그 때까지 내가 알고 있던 달맞이꽃은 이게 아니였다.

"이게 무슨 달맞이꽃이야. 달맞이꽃은 산에서 피고 꽃이 이것보다 더 크고 넓은데..."
"이게 달맞이꽃이라니까"
"아냐... 내기 할래?"
...
별거 아닌걸로 우린 한창을 실강이했다.
그러다 갑자기 눈물을 흘린다.
자기가 잘 못 알아놓고 먼저 울면 뭐하냐는 눈 빛의 나.
집으로 돌아와 나는 인터넷 검색을 했다.
내가 틀렸다.

그동안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한 반박은 참지 못했다.
나는 내가 아는 것, 내가 경험 한 것 말고는 아무것도 받아들이고 인정하지 않았다.
그것이 힘 없던 나의 유일한 자기보호였다.
그러나 그런 나의 지나친 자기보호가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이 일이 있고나서 나는 버릇이 생겼다.
누군가 내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 반박하거나 다른 의견을 말할 때 내가 틀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자리에선 지나친 논쟁을 피하고 나중에 다시 확인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성격도 바뀌고 융통성도 생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달맞이꽃이 만발하고 그것을 볼 때마다 나는 또 그때의 일이 생각난다.
쉽게 잊혀지지 않을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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