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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탐구생활에 나왔던 빈병에 계란 넣기 과제 때문에 자괴감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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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가 국민학교라고 불리던 시절에 방학 때면 나눠주던 "탐구생활"이라는 게 있었다. 방학동안 풀어야 하는 실습과제 같은 거였다. 겉표지에 윤기가 돌고 공책 두 배 정도로 컸던 탐구생활을 받아들면 비로소 방학이 실감났었다.

<출처 : 구글 검색>

아마 고학년이 됐을 때로 기억한다. 나는 탐구생활에 나온 과제를 풀어가는 게 흥미있고 재미 있어서 방학내내 붙들고 살았다. 소나무 껍질을 이용한 제법 큰 모형 범선을 만든 적 있었는데 개학하고 학교에 전시도 했었다. 그건 1년 정도 후에 지방 교육지청 관계자가 학교에 왔다가 다른 학교에도 전시한다고 가져간 뒤로 나는 돌려받지 못했다. 그건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내가 유일하게 풀지 못한 숙제 때문에 나는 성인이 된 뒤로도 그 문제가 내내 가슴 한 켠에 불편하게 자리잡고 있던 게 있다.

그건 빈병에 계란을 넣는 방법이었다.

<인터넷 유머>

지금은 유머가 됐지만 실제로 나는 이렇게 계란을 빈병에 넣으려 했었다. 탐구생활에 설명과 그림을 아무리 되집어 봐도 계란은 병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방학내내 계란을 몇 개 깨먹었는지 모른다. 결국 난 그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세월이 흘렀다.

지금은 유튜브에 이런 실험 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초등학생이던 80년대에는 이런 정보를 구할 방법이 없었다. 더군다나 강원도 산골에선 더 그렇다.

만약 탐구생활에 ▲계란을 삶아야 한다. ▲껍질을 까야한다 이 두 개 설명만 있었어도 나는 어려움 없이 그 과제를 해냈을 것이다. 아무리 설명한대로 해도 계란이 움직이지 않는 걸 보면서 어린 마음에 자괴감에 빠져 자책하기도 했다.

나중에 TV에서 호기심천국 같은 방송에서 이 실험이 나오는 걸 보면서 조금은 허탈했다. 계란의 성질을 변형 시켜야 한다는 조건을 잘 설명했다면 어땠을까?

초등학생인 당시엔 그 원리를 외울 수밖에 없었다. "종이를 태워 병안의 온도를 높이고 기압차로 계란을 빈 병속에 넣을 수 있다." 시대적으로 교육환경이 열악할 수밖에 없었지만 내 성격이 고지식했던 것도 한 몫 했으리라. 이와 비슷한 사례는 몇 번 더 있다. 어쨌든 재미있는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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