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알아서 전세금 빼가라더니 집 공사 시작하는 집주인

728x90
반응형

2006년 10월 19일.
나는 한 다세대 주택에 전세를 들어 왔다.
집이 있는 곳은 원주시 단계동이고 집주인은 신림면에 살고 있다.
근 2년동안 별 무리 없이 지내 왔다.
집주인은 그리 나쁜 사람 같지도 않고 세 놓는 집엔 거의 오지 않기 때문에 2년을 사는 동안 단 한번도 마주친적이 없었다.

그러다 올 여름, 내게 문제가 생겼다.
연초부터 사기에 휘말려 급하게 돈이 필요했는데 돈 나올 곳이라곤 전세금밖에 없었다.
11월 01일에나 전세가 끝나지만 집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부동산에 집을 내놨다.
워낙 공팡이가 잘 생기는 집인데다 작은 방 벽에서 빗물이 세고 있어서 쉽게 방이 나가지 않았다.
옥상 방수가 시원찮아 비만 오면 벽 사방에서 땀처럼 물이 흘러 나오고 건물 전체가 붕괴가 우려될만큼 부실한면이 많다.
공을 들여 지은 집이 아니라 창문틀도 아귀가 맞지 않고 베란다 샷시도 실리콘 마감처리를 하지 않아 겨울이면 난방비가 많이 나오는 그런 집이다.
사실 돈이 급해서 내 놓은 집이라 집보러 오는 사람에게는 집이 조용하다느니 전망이 좋다느니 하는 식의 장점만을 얘기 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나서야 겨우 방을 계약하겠다는 사람이 나섰다.
이젠 됐다 싶어 나는 몇 개월만에 깊은 잠을 잤다.
그런데 부동산에서 계약이 파기 됐다는 전화가 왔다.
집주인에게 전화를 했더니 집을 월세로 바꾼다고 해 계약을 하기로 했던 사람이 그냥 갔다는 것이다.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접하고 집주인을 찾아 갔다.
사정을 얘기하니 우선 전세금 일부를 먼저 돌려 주겠단다.
어차피 집수리도 해야 하니 방을 비워주면 나머지 돈도 돌려 조건 없이 준단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이미 전세금 반을 돌려 받았고 방을 빨리 비워 달라고 하니 얼른 집을 구해야 했다.
그런데 반토막난 돈으로 집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한달이 지날무렵 우연히 집주인과 마주쳤다.
나는 일단 집을 일찍 빼지 못해 죄송하다 말하고 한달치 월세는 방 빼면서 주겠다고하니 집주인은 형편도 어려운거 같은데 뭐 그렇게까지 하냐, 다른 집 구하기 힘들면 이 집에서 계속 살라 한다.
일단 1주일만 시간을 더 주면 방을 얼른 얻어서 집을 비워주겠다고 말하고 다시 부동산을 찾아 다녔다.
그러고 드디어 조건에 맞는 집을 찾아 계약서까지 썼다.
혹시나 싶어 도장을 찍기 전에 집주인에게 사실을 알리기 위해 전화를 하니 또 말을 바꾼다.
이번에 집 공사로 돈 쓸일이 많아서 주기로 했던 나머지 돈은 알아서 집 내놔서 찾아가란다.
이 때 처음으로 집없는 설음이란 걸 겪었다.

눈물나지만 어디 하소연도 못하고 다시 부동산에 급한 사정을 얘기하고 음료수까지 바쳤다.

401호. 내가 사는 집 바로 윗집으로 주인세대다. 집 주인 아들이 곧 장가가면 들어와 살 집이라고 벽을 허물고 새로 짓고 공사가 크다. 이 거실은 작은 거실과 안방이 나눠져 있는 것인데 내력벽을 허물고 거실을 늘린 것이다. 사실상 불법 공사다.

내가 사는 곳은 302호. 옆에 301호까지 한번에 공사를 시작했다. 이 소음에 대해 아무리 얘기를 해도 집주인은 절대 이해를 못한다.


아침 7시.
천정이 무너지는 것같은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무슨 일인가하고 나가보니 철거 회사에서 윗집 철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집주인은 3일 정도면 끝날 작업이라고 했지만 1달을 넘게 공사 했다.
나는 그 공사기간 동안 일도 못하고 소음으로 인한 환청에 시달려야했다.
문제는 온 집안을 이렇게 공사판으로 만들어 놓고 부동산에 방을 내놔서 전세금을 빼가란다.

301호는 공사 끝나기 무섭게 방이 나가서 현재 새 입주자가 살고 있다.
나는 이제 1주일 후면 계약이 만료 된다.
혹시나 해서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나머지 돈을 돌려 수 있냐고 집주인에게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그동안 살고 있었으니 월세 60만원을 빼고 준단다.
소음 피해로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해도 모자란데 집주인은 60만원을 챙기겠단다.
우선 이 집을 담당하는 부동산을 찾아가 집주인의 이런 태도가 정당한지 물어봤다.
부동산에 물어보니 집주인이 내가 보낸 내용증명 때문에 기분이 상했단다.
전세계약 종료 1개월 전에 내용증명 보내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런데 그 부동산에서는 전세계약 종료 되기전에 내용증명 보내는 일은 실례란다.
정말 답이 안나오는 부동산이다.
이런 상식도 모르는 사람이 시험은 어떻게 붙었는지 모르겠다.


401호 공사중. 이 곳은 내가 사는 집 바로 위가 된다.


가스배관을 다시 하기 위해 벽을 뚫고 있다.
자기 아들 좋은 환경에 살기 위해 남에 아들 소음 공해는 생각도 못한다.


솔직히 나는 억울하다.
내가 이 집에 살고 싶어서 산것도 아니고 이렇게 공사중이니 집은 나가지 않고 돈은 돈대로 나가고 소음 공사 때문에 재택근무하는 나는 계약된 일도 기일을 맞추지 못해 간신히 위약금 면하고 받은 돈까지 돌려줘야했다.
그리고 두달동안 겨우 30만원짜리 일 하나 했다.
처음 집을 내놨을 때 집주인 아줌마가 계약 전날 말을 바꾸는 바람에 계약이 파기 됐고 한달 후 아주머니의 갑작스런 두번째 말바꾸기 때문에 기껏 계약한 집에 계약 파기되고 거기다 사람 나가지도 않았는데 온 집안을 공사장으로 만들어 사람을 괴롭히더니 그래도 두 달 더 살았으니 월세는 월세대로 챙겨가겠단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사를 10번을 넘게 다녔지만 이렇게 악질적인 집주인은 처음인 듯 하다.
시골 사람들 더 무섭다더니 실감난다.
시골에서 방앗간 하면서 착실하게 사는 부부라고 생각해서 왠지 정감이 갔는데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하는거 같다.

대한민국에서 세입자로 산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728x90
반응형

'기타등등 > 아고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아서 전세금 빼가라더니 집 공사 시작하는 집주인  (0) 2008.10.24
메신저  (0) 2008.10.17
문막, 사라진 억세풀밭.  (0) 2008.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