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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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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 복학 했을 때 인터넷이란 걸 알았고 사람들이 메신저라는 걸로 대화를 하는 걸 알았다.
"소프트메신저"라는 프로그램이 모든 컴퓨터에 설치가 됐고 사람들은 모두 아이디를 갖고 있었다.
졸업하기 얼마전에 이런 걸 알았으니 근 1년 동안 내게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거나 자기의 아이디를 가르쳐 준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 후배가 시험을 치루는데 나보고 메신저로 도와 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또 한참 동안 이 메신저의 존재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내 메신저의 아이콘은 회색일 때가 더 많다.
회사 서버에서 메신저를 차단한 친구도 있고 메신저 할 틈도 없이 바쁘게 지내는 친구도 있고 일부는 아이디가 바뀌거나 나를 삭제한 사람들이다.
몇년째 로그인을 하지 않지만 나는 여전히 그 아이디를 삭제하지 않고 있다.
상대는 클릭 몇 번으로 나와의 인연을 끊었지만 나도 그 아이디를 삭제한다면 그 쉬운 인연을 인정하는거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그래서 나를 삭제 했든, 차단 했든 그냥 둔다.

한 4, 5년 전인가, 그 때는 네이트온보다 MSN을 더 많이 사용하던 때가 있었다.
주로 학교 동기들이나 선후배가 주로 등록 돼 있어서 졸업은 했지만 몇년째 메신저를 통해 대화를 하고 일상의 안부를 전하고 가끔은 이런저런 고민도 나누면서 거리감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다 지금의 내 메신저처럼 로그인 하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줄기 시작했다.
요즘은 다들 메신저 자주 않하는가보다 하고 크게 신경쓰지 않으며 살아가던 때 우연히 후배와 얘기를 하다가 그 사람들이 네이트온으로 옮겨갔다는 사실을 알았다.
서로 바뀐 아이디를 공유하고 전처럼 지내고 있었는데 나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즉시 네이트온을 설치하고 아이디를 만들어 후배를 통해 그들에게 알려달라고 해 친구로 등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낯 뜨겁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였다.

지금 내 메신저에는 친구 몇명과 학교 동문들, 그리고 일 때문에 알게된 거래처 관계자들이 등록 돼 있다.
이 메신저로 대화를 하는 친구는 1, 2명에 불과하다.
속좁은 마음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를 삭제한 사람을 체크 해 봤다.
생각보다 많았다.
처음 체크 했을 땐 나도 너희들 없어도 산다는 심정으로 그들을 삭제했지만 지금은 그냥 둔다.
요즘은 아이디를 바꾸더라도 주소록을 통해 기존의 아이디들을 자동으로 등록 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친구로 등록을 할 수 있다.
그렇게 나는 점점 없어도 그만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매일 로그인 해 두는 이유는 뭘까.
로그인 하는 사람도 없고 친구등록해 주는 사람도 없고 말을 걸어오는 사람도 없지만 메신저를 켜놓지 않으면 세상과의 연결 고리가 끊어진거 같아 불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나는 습관처럼 메신저를 켜놓는다.
사람을 만나는 건 무섭고, 그냥 메신저라는 매개체를 통해 심리적으로라도 안정감을 얻고자 하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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