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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홈페이지는 있다. 싸고 좋은 홈페이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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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보게 된 어느 홈페이지 내부



만약 웹프로그래머가 이 화면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파일들만 봐도 초보가 만든 홈페이지라는 걸 알 수 있다. 또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쳤다. 한 마디로 조잡하기 이를데 없다. 속을 들여다 보면 내용은 더 가관이다. 이 화면은 어느 레포츠 회사의 홈페이지 home directory다. 이 홈페이지는 3개의 서버를 사용하고 있다. 방문자가 하루 백명이 될까 말까한 홈페이지가 서버 3개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HTML 파일, 프로그램 파일, DB가 각각의 서버에 흩어져 있다. 웹호스팅 업체도 다 다들고 하나는 자체 서버다. 이 홈페이지는 어쩌다 이지경까지 왔을까?


약 10여년 전 이런 사이트를 많이 만들었다. 레포츠 회사의 홈페이지에서는 예약 프로그램이 매우 중요하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들은 주로 그런 것들이다. 언제든 유동성 있게 상품을 등록하고 예약하고 SMS로 통보를 받을 수 있으니 나름 인기가 많았다. 한철 장사하는 사업의 특징인 수금 문제로 손을 떼긴 했는데 오랜만에 레포츠 홈페이지를 만나게 됐다. 파일들을 하나씩 열어보니 이 홈페이지가 그동안 어떻게 생명을 유지해 왔는지 눈에 선하다.


레포츠 홈페이지를 검색하면 수많은 업체들이 검색 된다. 홈페이지 가격은 의뢰인의 요구에 따라 천차만별이니 딱 얼마다 결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많은 홈페이지들이 1개월 작업 과정에 400만원 정도의 견적이 나와야 정상이다. 실상은 어떨까? 대다수는 제작비가 그 절반도 되지 않는다. 위의 홈페이지가 대표적이다.


요즘은 그누보드 빌더들이 좋기 때문에 빌더 설치하고 디자인과 예약프로그램만 제작하면 좋은 레포츠 홈페이지를 제작 할 수 있다. 그렇게 간단하게 제작되는 홈페이지가 400만원이라고 하면 과하다고 생각한다. 한 번 계산을 해 볼까?

매우 능숙한 웹디자이너가 웹페이지를 디자인하고 페이지를 작성하는데 최소 10일 정도가 걸린다. 의뢰인의 요구사항이 그리 까다롭지 않다면 그렇다. 하지만 한 번에 디자인이 통과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웹디자인을 하고 페이지를 작성해서 홈페이지 외관을 다 만들어 놓으면 그때부터 의뢰인은 비로소 본인이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요구한다. 디자이너에게는 피말리는 일이다. 왜냐하면 똑같은 일을 계속 반복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의뢰인과 디자이너가 서로 코드가 맞아 일이 술술 풀린다면 약 15일 정도의 추가 작업 후에 홈페이지를 완성 할 수 있다.


여기에 웹디자인만 필요한 게 아니다. 예약이나 고객 관리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홈페이지 빌더나 CMS를 이용하면 게시판을 제작하는 시간을 많이 절약 할 수 있다. 비용도 상당히 줄어든다. 그래서 꼭 필요한 프로그램만 개발한다고 했을 때 보름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의뢰인의 추가 요구사항이 없다면 여기서 끝이지만 보통은 구동되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나오게 된다. 많은 의뢰인들이 사업계획서나 홈페이지 기획서를 갖추지 않기 때문에 프로그램 기능은 수시로 변경 요구가 들어온다. 이렇게 해보고 마음에 안들면 저렇게 해보고 그때 그 때 프로그램 수정을 요구한다. 프로그램이 잘 구동 된다면 생각하지 않았던 추가 기능들을 넣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그래서 몇 달씩 넘어가기도 한다.


다행히 까다롭지 않은 의뢰인을 만나 웹디자이너와 웹프로그래머가 각각 20일 정도 작업을 했다고 보자. 하루 8시간씩 작업해서 20일 * 2 * 5580원(최저임금)을 계산하면 1,785,600원이라는 제작비가 나온다. 실제로 프리랜서 개발자들이 얻게 되는 수익이 이정도다. 이것도 아주 운이 좋은 경우다.


5만원 안 되는 일당으로 개발자들은 밤을 새워가며 일 한다. 하루 8시간만 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그렇게 작업하면 결과물이 제대로 나올 수 있을까? 의뢰인은 어차피 브라우저(모니터)로 보이는 결과물만 만족시켜 주면 된다. 최저임금도 안 되는 비용으로 작업을 하는데 열정을 다해 제작 해 줄 수 있는 개발자가 몇 명이나 될까? 결과물은 부실해 질 수 밖에 없다.




말 잘하는 개발자, 실력이 좋은 개발자, 경험이 많은 개발자 그리고 착한 개발자

홈페이지 제작은 전문 웹에이전시에 의뢰하지 않고 프리랜서에게 맏기는 이유는 하나다. 싸게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싶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도 각양각색이다. 아마 싸게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싶었다면 착한 개발자를 찾는 게 좋다.


식당을 창업 한 사람이 있다. 열심히 장사해서 돈을 벌면 사업을 더 크게 키워갈 꿈으로 첫날 식당 문을 연다. 그리고 드디어 첫 손님이 들어왔다. 만원 한 장이 소중하다.

이제 막 프리랜서 세계에 접어든 개발자들은 대체로 착하다. 세상 물정이 어두우니 의뢰인이 제시한 단가가 적당한 것인지 부족한 것인지 제대로 판단이 서지 않는다. 처음 식당을 오픈한 사장처럼 만원이라는 적은 돈도 크게 다가온다. 왜냐하면 그건 희망의 씨앗이기 때문이다. 착한 개발자들이 그렇다. 터무니 없는 제작비를 받고도 그것이 희망의 씨앗이라 생각하고 열정을 쏟아 작업에 임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만원 한 장 주면서 소고기를 내오라고 생때를 부리는 손님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때부터 선택의 기로에 선다. 개발자를 그만두거나 여우가 되거나.


경험이 많은 개발자는 매우 노련하다. 의뢰인은 한 번의 창업을 위해 홈페이지를 의뢰하지만 경험 많은 개발자는 수 없이 많은 사업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업무를 모두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홈페이지 제작 경험이 많은 개발자는 의뢰인과 몇 마디 해 보면 이 사람 사업이 잘 되겠구나 1년은 가겠구나, 다음 달 문 닫겠구나 감이 온다. 경험이 많은 개발자에게 의뢰를 하면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의뢰인보다 의뢰인의 사업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홈페이지 의뢰하면서 사업 컨설팅까지 받을 수 있다. 이런 개발자들은 딱 받은만큼 일 해 준다.


실력이 좋은 개발자를 만나는 건 행운이다. 프로그램을 의뢰하던 웹디자인을 의뢰하던 막힘이 없고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생산해 낸다. 의뢰인도 놀랄만한 신기에 가까운 실력을 보여준다. 주로 IT 바닦을 떠나거나 대기업 취업을 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런 실력좋은 개발자들이다. 실력이 좋으니 의뢰인의 요구 사항도 까다로워지고 많아진다. 실력이 없다면 의뢰인이 무엇을 요구하든 그것을 해결 할 능력이 없으니 딱 자기 실력만큼만 일 해주고 제작비를 받으면 된다. 하지만 의뢰인의 요구 사항을 모두 해결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나는 그정도 실력이 안 된다며 겸손(?) 해 질 수 있는 개발자는 많지 않다.

열정 하나면 사람들이 자기를 인정하고 알아 줄 줄 알았는데 현실에서는 본인을 이용하려고만 든다. 싼 가격에... 오만정 떨어진 실력있는 개발자는 결국엔 프리랜서 생활을 접고 대기업에 취업하거나 통닭집을 차린다. 웹프로그램이 필요한 개인 의뢰인들이 이런 실력있는 개발자를 쉽게 만날 수 없는 이유다.


처음에 올려진 캡쳐 이미지를 보면 누가 봐도 홈페이지, 웹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만든 작품이란 걸 알 수 있다. 말 잘하는 개발자의 실력이다. 개발 능력보다 영업 능력이 좋은 사람이 주로 이렇게 작업한다. 의로인은 어차피 브라우저에 홈페이지가 제대로 보이면 거기서 만족한다. 이런 사람들은 400만원을 내야 하는 견적도 기꺼이 150만원에 제작 해 준다. 수고하지 않고 대충 만들어도 말빨로 의뢰인을 설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랜서 세계에서 진짜 이런 사람이 돈을 번다. 한 달에 50만원짜리 홈페이지 10개 하는 사람도 있다. 50만원짜리 홈페이지가 오죽 할까 싶지만 의뢰인은 잘 모른다. 그것이 얼마나 허접한 것인지. 물론 굳이 비싼 홈페이지 제작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장도 많다.


양심있는 개발자를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

프리랜서 15년이 됐다. 굳이 나를 위의 범주에 끼워 맞춘다면 경험이 많은 개발자에 속할지 모르겟다.(자화자찬) 세상에는 많은 프로그래머와 홈페이지 제작자들이 있다. 솔직히 실력은 비슷하다. 프리랜서를 하겠다고 프로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면 본인도 어느정도 자기 실력이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싶어 프리랜서를 찾는다면 무엇보다 양심있는 개발자를 만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렇게 말하면 많은 프리랜서 개발자들이 사기꾼처럼 비춰질 수 있지만 내가 말하는 양심이란 자기 역량에 대한 양심이다. 개발자들은 본인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그 경계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경험이 많지 않다면 의뢰인이 요구하는 프로그램이 처음 접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럼 그걸 내 능력으로 완성 할 수 있는지 할 수 없는지 정확히 판단해야한다. 무리해서 자기 능력 밖의 일을 계약해 버리면 결국엔 의뢰인과 개발자 모두 상처만 받게 된다. 실력이 부족하면 본인 역량이 거기밖에 안 된다고 의뢰인에게 분명히 말해야 한다. 그리고 의뢰인도 그런 프리랜서의 양심을 존중해 줘야 한다. 어떤 개발자는 데이터베이스에 능하고 어떤 개발자는 반응형 페이지 작성에 능하고 어떤 개발자는 ERP 전문가 일 수 있다. 개발자도 각자 자기 잘 하는 분야가 있다. 억지로 우겨서는 안되고 인격적으로 프리랜서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 (실력이 그것밖에 안 되냐는 소리를 가끔 들음)

 

많은 초급, 중급 개발자들이 최저임금도 안 되는 비용으로 홈페이지를 만들고 있다. 포털사이트를 보면 우리나라 홈페이지들이 참 많기도 하다. 홈페이지 제작 시장이 뉴스에도 나올만큼 커졌어야 하지만 개발자들의 기피 업종이 되고 있다. 개발자가 되기 위한 노력에 비해 처우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커피도 공정무역 하듯이 웹 개발 시장에도 공정거래가 있어야 한다. 정부에서는 부족한 IT 개발자를 외국에서 수입 해 올거라 하는데 그렇게 된다해도 대다수의 소상공인들에게는 IT 개발자 만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우리 시장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또 제작자들도 받은 만큼 최선을 다해서 고객을 만족 시킬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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