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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모팩 만들기. 결국 나도 이걸 만들 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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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이발하고 한 달 지나면  머리가 덥수룩해지면서 숱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 곱슬머리라 잠깐 모자로 눌러주면 차분하게 가라 앉지만 평소에는 가발 쓴 것처럼 머리 숱이 많아 고민이였다. 미용실에 가면 항상 빠뜨리지 않고 주문하는 것이 숱 많이 쳐주세요,였다.

 

서른 중반이 되어 가면서 어느 순간 미용실에서 더 이상 숱 쳐달라는 주문을 하지 않게 됐다. 그 때만해도 탈모라고는 생각 못했다. 워낙 숱이 많아 불편을 겪으며 살아왔기 때문에 머리 스타일이 원하는대로 잡히니 그런대로 만족하고 살았던 거 같다. 몇 년이 더 흘러 서른 후반이 됐을 때 우연히 거울 앞에서 고개를 숙이다 내가 탈모가 심하다는 걸 알았다. 원형 탈모처럼 정수리 한 가운데가 훤하게 살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당시엔 이런저런 사는 문제로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던 때였다.

 

최근 1, 2년 전부터 탈모에 관심을 갖고 관리를 하면서 지금은 그 때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 매일 아침 머리를 감을 때마다 꽤 많이 빠져있는 머리카락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좋다는 헤어 제품들을 써보고 린스가 안 좋다기에 한 동안 린스 없이 트리트먼트만 하기도 했었다. 나름 여러가지 시도를 해 봤지만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최근에 내가 하고 있는 건 샴프와 린스를 최대한 조금 사용하기, 샴프는 손으로 비벼서 미리 거품 내기, 가능하면 찬물로 머리 감지 않기, 아침 저녁으로 헤어토닉 뿌리기 정도다. 피부가 워낙 약하기 때문에 두피도 그럴 거 같아 화학 제품은 가능하면 사용를 자제하려고 한다.

 

수염은 굵고 까칠하게 난다. 아침에 면도 하면 저녁에 수염이 까맣게 턱을 덮을 정도로 성장도 빠르다. 면도를 매일 하다보니 얼굴에 염증이 자주 생긴다. 그래도 수염은 여전히 잘 자란다. 나는 두피도 상당히 좋지 않아 뭔가가 자주 돋아난다. 가끔 아프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얼굴엔 매일 스킨 로션과 영양 크림을 발라주면서 관리를 하는데 두피는 그런적이 없었다. 탈모를 겪고 나서야 두피도 관리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최근에서야 두피 관리가 탈모 관리의 첫째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숱 많던 어린 시절에도 항상 비듬 때문에 고생했다. 겨울엔 까만 옷을 입지 못할 정도로 비듬이 심했다. 그 때부터 두피에 관심을 갖고 관리를 했어야 했다.

일단 최소한의 용량을 구입했다. 발모팩이 요즘 화제이긴 한 거 같다. 인터넷을 통해서 쉽게 약초를 구할 수 있었다. 담금주는 마트에서 30도 1.8L를 구입했다. 어성초는 생잎을 사용하라고 했지만 구입한 약초는 모두 건조가 됐다. 혹자는 마른 어성초도 괜찮다고 하니 일단 건초로 시도 해 보기로 했다. 자소엽은 시골 길거리에서 흔하게 보던 것인데 이게 약초였다. 색도 보라색 빛이 도는 게 식용이 아닌 들깨 정도로 생각했다. 들에서 나고 자라는 건 다 어딘가에 쓸모가 있는 거 같다.

 

 

준비 된 통에 약초를 넣고 1.8L 담금주를 모두 부었다. 통에 꽉 차지는 않았다. 그래도 1.8L가 적은 양은 아닌 듯 하다. 

뚜껑은 공기가 통할 수 있게 구멍을 뚫는 사람도 있지만 살짝 닫아 두기만 해도 된다고 한다. 쑥이나 매실 원액 담그기를 좋아하시는 어머니 말씀을 빌리자면 발효 시킬 때 뚜껑을 너무 꽉 닫지만 않으면 적당히 숨을 쉰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신다. 뚜껑을 느슨하게 닫고 제조일을 표시해 둔다. 100일 후는 내년 봄이 된다. 겨우내 잘 숙성 되기만 바랄 뿐이다. 내년 이맘 때면 지금과는 다른 헤어 스타일을 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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