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식량자급을 위해 농지보전법이 생기는데 그게 절대농지(농업진흥지역)다. 반세기가 지났지만 절대농지법은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이 시기에는 실제로 내땅이지만 절대농지로 묶여있다면 개집 하나 마음대로 지을 수 없었다. 땅은 있지만 집이 없는 사람은 바다를 매꾸거나 국유지에 불법으로 판잣집을 지어 살곤했다. 있는 집도 철거해서 농사를 지어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 귀농, 귀촌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선뜻 도전하는 게 어렵다. 농촌 사람이 도시로 진출할 때는 장벽이 거의 없다. 산업화시대를 맞아 도시 집중화를 국가에서 권장했기 때문에 규제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도시 사람이 농촌으로 귀농, 귀촌 할 때는 일단 규제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며칠 전 세종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송미령 농림부 장관은 청년 농부들과 대화를 나눈적이 있다. 이때 나온 주제 중 하나가 비닐하우스와 농막에 관한 규제였다. 현행법으로는 비닐하우스에 화장실을 지을 수 없다고 한다. 생산시설만 설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농막역시 법적으로 창고이기 때문에 화장실을 지을 수 없지만 지금은 관례상 설치하고 있다는 답변이다. 문재인 정부 때도 생활형 숙박을 규제하면서 농막에서 낮잠자는 것까지 금지했다가 논란이 된 적 있다.
단순한 문제 같지만 농촌은 이런 규제가 수시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해 과태료를 내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귀농하려는 사람 중에는 땅을 구입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농지를 살 때는 농업경영계획서라는 걸 제출해야 하는데 실제로 계획서와 농업 내용이 다르면 역시 규제대상이다. 위의 화장실 사례처럼 가건물이나 휴게용 시설도 설치 할 수 없다. 또 토지 형질에 따라 농지취득자격증명도 필요한데 농지를 투기에 사용하는 걸 방지하기 위한 제도라 하지만 이것 또한 규제라고 할 수 있다.
시골은 도시보다 건축 규제도 매우 까다롭다.
개발제한구역, 상수원보호구역, 자연보호구역 등 특별 규제 지역이 많아 창고 하나, 비닐하우스 하나 지으려 해도 허가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 더군다나 내땅에 거주할 목적의 집을 지으려 해도 복잡한 규제의 벽을 넘어야 한다. 만에 하나 허가 과정에서 작은 오류가 있으면 건물을 다 짓고도 철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행정실수가 있더라도 공무원이 책임져 주는 일은 없다고 봐야 한다.
최근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토지 경계다. 과거 지적도는 현재 디지털 지적도로 모두 전화됐다. 옛날엔 100년 넘게 지적도를 만들 때 측량 기준이 일본의 도쿄였다. 현대에 디지털 지적도는 GPS 기준이며 실제 과거 측량과 현재 측량 결과가 달라 경계선이 상이하게 되면서 이웃간 다툼이 발생하기도 한다. 과거엔 측량 기술이 좋지 않았고 이웃간 구두 합의로 토지 경계를 정하고 건물이나 현황도로를 건설한 경우가 많아 귀촌 할 때 내가 구매하려는 땅이나 집이 맹지인지 반드시 측량해서 확인해야 한다. 요즘은 디지털 지도에서 지적도를 제공해 주고 있어서 실측하기 전에 어느정도 경계선을 확인 할 수 있다.
시골은 아직 수 십년 전에 만든 제도가 그대로 시행되고 있으며 지자체도 주민간 갈등 발생시 민사 문제라며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행정, 법적 공백이 많기 때문에 귀촌 했다가 상처 받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발생하고 있다.
지방균형 발전을 위해 국가에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인프라 부족한 걸 감안하고 귀촌을 결심하지만 막상 주거지 구입과정 부터 농업에 진입하는 과정까지 매 순간 규제에 가로막히다 보니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지치게 된다. 부모님이 고향에서 농사나 축산업을 하며 자식이 물려받는 승계농은 성공사례가 많다. 그렇지 않은 경우 귀촌은 매 순간이 모험이다. 귀농, 귀촌을 가로 막는 지나친 규제를 이제는 재정비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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