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이 많이 어렵다고 한다. 서울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전국의 새 건물에도 빈 상가들이 넘쳐나고 있다. 최근 티메프 사태를 봐서 알겠지만 온라인 마켓 플랫폼 기업들은 순식간에 수 조원의 자산규모로 역대 최대치로 성장하고 있다. 자본 시장이 몇몇 기업으로 집중되면서 부작용도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온라인 쇼핑몰 시장이 커지는 이유는 아마도 편리성과 다양성을 이유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을 내서 발품을 팔지 않아도 집에서 혹은 어디서든 스마트폰만 있으면 쇼핑이 가능하고 대도시는 당일 배송도 가능하니 굳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갈 이유를 찾지 못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론 온라인 쇼핑몰을 주로 이용하는 이유에는 다른 불쾌한 경험이 누적 된 사유가 있다.
▲ 어리숙해 보이면 가격이 두 배로
나 같은 경우가 그렇다. 어릴 때부터 딱부러지지 못하고 순둥순둥하게 생긴편이다. 그래서 평소에도 손해를 많이 보면서 산다.
한 번은 친구들 사이에서 예쁜 옷이 많기로 유명한 옷 매장을 간 적이 있다. 혼자 옷을 고르고 있는데 웬 젊은 남자가 사장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이 옷은 얼마냐 저 옷은 얼마냐 물어보는데 사장이 대답하기론 내가 평소 알고 있던 가격보다 훨씬 높았다. 나는 속으로 여기가 옷 값이 비싼가 보다 하고 마음에 드는 티셔츠 하나를 샀다. 그리고 다른 매장을 들러보고 다시 그 앞을 지나는데 아까 가격을 물어보던 사람은 손님이 아니고 같은 매장 직원이었다. 둘이 짜고 나를 떠 본 것인데 나는 보기좋게 낚였다.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역시나 두 배나 비싸게 샀다.
매장에서 전등 하나를 사도 남들보다 비싸게 사거나 다른 손님이 있으면 없는 사람처럼 무시당하기 일수였다. 그러다 세월이 변해 온라인 쇼핑몰이 등장했다. 내가 그런 쇼핑몰 솔루션 만드는 일을 하게 된 것이다. 나에게 신세계였다. 일단 가격이 정해져 있고 매장에서 사장이나 직원한테 무시당하는 일도 없다. 오히려 고객센터에 문의하면 누구보다 친절하게 피드백을 받아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점점 온라인 쇼핑몰 사용률이 높아졌다. 숟가락 하나 구입도 컴퓨터 앞에서 한다.
▲ 다이소, 하나로마트 아니면 매장에 갈 일이 거의 없다
다이소에서는 저렴한 생활용품을 편하게 구입 할 수 있어 자주 방문하는 편이고 하나로마트는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기 때문에 식품을 구매하기 위해 1주일에 한 번 정도 방문하고 있다. 그 외 대형마트는 거의 갈 일이 없다. 지역 매장은 가끔 철물점을 방문 할 때가 있긴 하지만 그것도 요즘은 온라인에서 웬만하면 모든 걸 구할 수 있어서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
최근엔 중국 기업인 알리, 테무를 이용하게 되면서 국내 쇼핑몰을 이용하는 빈도가 반 정도 줄어들었다. 국내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제품도 생산지가 중국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걸 절반 이상의 말도 안 되는 가격에 구매 할 수 있다. 해외직구는 과거에 보통 배송이 20일 정도 걸렸다면 지금은 빠르면 5일, 보통 일주일 정도면 받아 볼 수 있다. 길어야 보름이다.
1, 2천원 제품을 호기심에 구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국내 배송료보다 싼 제품들이 정말 배송이 되고 있다. 제품이 파손 됐더라도 워낙 저렴한 것들이라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다.
▲ 텅텅 비어가는 상가들, 정말 인구소멸 때문일까?
지금 전국은 비어가는 상가들이 넘쳐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나라 전체가 공동화 되어가는 느낌이다.
플랫폼 기업들의 서비스가 좋아졌고 플랫폼을 의존하는 업종도 많아졌다. 우리나라는 배달이라고 하면 짜장면이 먼저 생각났지만 이제는 모든 걸 배송해 준다. 다시말해 웬만하면 매장을 찾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임대정책은 주로 건물주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만약 상가를 임대해 장사를 하다가 분쟁이 생겼을 때 법은 임차인이 아니라 건물주를 우선 보호하고 있다. 나쁜 사례들이 워낙 많지만 상가를 임대주고 장사가 잘 되면 건물주가 직접 운영하기 위해 세입자를 내쫓는 사례는 워낙 흔하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이상한 관례가 있는데 상가 권리금이다. 수 천만원에서 수 억까지도 하지만 법으로 보장되는 제도가 아니다. 그래서 임차인이 어렵게 상가 상권을 살려 놓으면 권리금을 가로채기 위해 건물주가 직접 상가를 운영할거라는 이유를 대며 쫓아내기도 한다.
코로나 때 많은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 중 하나라 건물 임대료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코로나 극복 대출을 해줄테니 대출 받아서 임대료를 내라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임차인은 빚이 늘어 허덕이지만 건물주는 손해 볼 것이 없다.
전국에 빈 상가들이 넘쳐나는 여러 이유 중 하로 임차인이 더 이상 상권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것도 있다. 또 소비자의 소비형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지역 한정 소비는 줄었지만 수도권에 자리한 대형 플랫폼 기업들은 점점 소득규모가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자본이 점점 중앙으로 집중되는 것이다. 지방에 대형마트를 규제해야 한다며 강제 휴일을 정하고 영업시간을 제한하기도 했지만 온라인은 그런 제재가 없다.
▲ 아직도 사람따라 상품 가격이 달라지는 매장들
자영업자가 아무리 어렵다 해도 여전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는 이유가 가격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관광지는 말 할 것도 없고 노점이나 매장에서 뭘 하나 사려 해도 과연 저 제품의 가격은 얼마일까 잠깐이라도 고민하게 된다.
거래 관계에는 신뢰가 있어야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흥정을 하지 않으면 손해보는 소비를 해야한다. 그런면에서 온라인 플랫폼은 소비 스트레스가 확실히 없다. 얼마전 광장시장 사건도 있었지만 수산시장에서 무게를 속이는 것도 이젠 너무 당연한 게 됐다. 옷가게에서는 태그를 믿을 수 없고 가구점에서는 혼수용품 살 거 아니면 매장 직원이나 사장의 차가운 시선을 감당해야 한다.
지역 상권이 죽어가고 있는데는 제도적 문제도 있지만 자영업 보인들도 바뀌어가는 소비형태와 문화를 이해하고 달라지도록 노력하는 모습도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느낌이 있는 풍경 >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생한 나의 치질 경험기,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은 따로 있었다 (2) | 2024.09.20 |
---|---|
티스토리 오류 페이지에서 발견한 재밌는(?) 마침표(.) 발견 (0) | 2022.10.19 |
인터넷 약정 끝나서 통신사 이동했는데 눈 뜨고 코베인 기분 (0) | 2021.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