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베가R3, LTE 단말기에 3G 유심칩 끼워 넣은 이야기

728x90
반응형

사실은 꽤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 나는 스마트폰에도 줄곧 표준요금을 사용해 왔다. 휴대전화를 사용한지가 15년이 넘었지만 요금이 2만원을 넘었던 기억이 별로 없다. 최근에 3G가 켜진 상태에서 앱 두 개가 자동 업데이트 되면서 데이터 요금 폭탄을 맞아 3만원을 넘었던 게 처음이였다. 이렇게 사람들과 소통을 안 하니 인간 관계에 조금 문제가 있는 거 같긴 하다. 그나마 요즘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SNS 등을 통해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지인들과도 자주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다행이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http://zibsin.net/84 

 

그런 이유로 나도 이제는 나만 괜찮은 세상을 사는 게 아니라 남들과도 어느정도 보폭을 맞춰 살아 보고자 결심했다. 다는 아니지만 조금씩 변화를 줘 보기로 했다. 문자 한 줄이면 의미 전달이 되는데 10초 이상 통화는 불필요하다고 여겼던 사고방식부터 바꿔 보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다이얼 버튼을 누르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나의 선택은 요금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나의 한달 평균 통화 시간은 10분 내외다. 아마도 통닭집과 중국집에 전화하는 시간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 않을까 싶다.

 

내 성격에 가장 싼 요금제를 약정으로 하면 아까워서라도 어딘가에 전화를 걸 게 분명하다. 몇 달을 고민하다 내린 결론이다. 기왕 약정 걸어서 사용할 거면 지금 사용하는 스마트폰(테이크 야누스) 보다는 좋은 걸로 하고 싶었다. 조금 구모델 단말기로 쓸만한 것으로 찾아보니 적어도 30만원이 넘는 할부 원금이 걸려 있다. 또 석달간은 6만원이 넘는 요금제를 사용해야 하는 조건들이 있다. 폰테크에 능한 사람들은 3개월 후에 번호이동을 해도 단말기를 팔면 남는 장사라고 훈수를 주지만 폰테크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나에게 맞는 조건들을 찾아 봤다. 그런데 너무 복잡하다. 안 그래도 일 때문에 머리 쓸 일이 많은데 스마트폰까지 요금제를 공부하면서 구입해야 하는 게 다시 머리 아픈 일이였다. 최대한 단순하게 해야 될 필요가 있었다. 살림살이 넉넉했다면 100만원짜리 기계 사서 나 하고 싶은데로 했으면 흐뭇했겠지만 현실은 가혹하다. 그래서 생각한게 중고 단말기였다.

 

처음엔 오픈마켓을 뒤지기 시작했다. 한 곳만 이용하고 있는데 VIP라 할인 쿠폰이 자주 나온다. 배송료도 많이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했던 단말기가 없다. 있어도 비싸게 나와 있었다. 그래서 중고 거래 카페를 기웃거렸다. 생각보다 많은 물건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이 중고 거래 카페에 대해서 나중에 기회되면 또 얘기를 하고 싶을만큼 재미있는 경험이였다. 운이 좋게도 싼 가격에 원하는 단말기를 구입 할 수 있었다. 흠집 하나 없는 아주 새것같은 단말기를 받았다.

 

기종은 베가R3였다. 처음 만저보는 LTE폰이다. 하지만 난 LTE를 사용 할 생각이 없었다. 처음엔 안심데이터를 조금 쓰다가 사용량이 늘면 3G 무한요금제를 사용할 생각이였다. 그렇게 내 마음대로 하고 싶어서 약정 없는 공기계가 필요했다.

 

나는 사용하던 스마트폰에서 USIM을 꺼내 새 단말기에 꽂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처음엔 USIM 칩 슬롯이 그렇게 작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막상 꽂아보려니 칩이 조금 더 크다. 부랴부랴 인터넷을 뒤지니 역시 해답은 있었다. 슬롯 크기에 맞게 칩을 자르면 되는 거였다. 생각보다 간단했다.

칩을 뒤집어서 비교해 보니 2mm 정도 폭이 더 크다. 다행히 접지 부분이 넓어서 좌우 여백이 어느정도 허락 된다. 이제 부담 갖지 말고 블로그에서 봤던 것처럼 칩을 잘라내면 된다.

블로그 첨부 파일에 있는 파일을 내려받기 해 프린트 했다. (우리나라 블로거 참 친절하다.) 칩을 종이에 붙혀서 자르면 편하다고 해서 풀도 준비했다.(딱풀이 없었으므로 물 풀) 자와 칼도 준비 돼니 이제 완벽하다.

1:1 크기로 프린트 했는데 인쇄 크기와 실제 칩의 크기가 다르다. 칩이 조금 더 크다. 이 상태에서 칩을 종이에 살짝 붙혀서 자로 칩 위에 연장선을 그려 선 따라 칩을 잘라내면 된다고 하는데 그렇게 했다가는 칩(금속 부분)도 잘려 나갈 위험이 커 보였다.

아무래도 난 칼질에는 자신이 없었다. 꼼꼼하고 싶은 성격이지만 꼼꼼하지 못한 성격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칼질하다 분명 금속 부분을 도려 낼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포를 선택했다. 어느 가정집에서나 사포는 다 있으니까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이 사포가 300번인지 500번인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생각보다 너무 잘 갈린다. 재미있다고 넋놓고 갈다가는 금속까지 갈아버릴 위험이 크다.

생각보다 잘 갈리니 신나서 갈다가 금속 부분까지 갈아버릴 뻔 했다. 성격 급한 사람이나 집중력 없는 사람은 사포도 위험 할 거 같다. 칼도 위험하고 사포도 위험하면 방법은 하나, 꼼꼼한 사람에게 부탁하는 방법이 있다.

금속 부분까지 닿을 정도로 갈아 놓으니 폭이 딱 맞았다. 위의 사진을 보면 칩의 좌우는 사포로 잘 다듬었는데 앞뒤가 좀 길다. 이 부분은 가위로 해결하면 좋다. 그런 사람은 없겠지만 문구용 가위 들이대는 것보다는 식가위 등으로 사용 되는 성능좋은 가위를 써야 한다. 연한 플라스틱이라 두꺼운 종이 잘라내는 것처럼 어렵지는 않다.

앞 부분에 길게 튀어 나온 부분을 잘라내지 않으면 뚜껑(케이스)이 닫히지 않는다. 과감하게(혹은 소심하게) 싹뚝 잘라내자. 입 바람으로 먼지를 날려 버리고 뚜껑을 닫으면 이제 공정은 끝이다. 이렇게 사진으로 보고나니 내 성격처럼 칩이 깔끔하게 정리 되지는 않은 듯 하다. 일단 작동만 되기를 바라면서 전원을 켜본다.

처음엔 USIM을 인식 못했다는 안내문이 떠서 다시 리부팅하니 바로 인식 된다. 이제부터는 새 단말기를 받았던 때처럼 구글 계정에 로그인하고 주소록 동기화 하고 이것저것 앱도 설치하고 사용하면 된다. 올레 사이트에서 단말기 변경도 해줘야 될 거 같아서 들어가보니 이미 바뀌어져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전화기와 올레가 뭔가 내통을 한 듯 하다. 이렇게 사용하던 표준요금과 부가서비스 등을 그대로 유지한 채 계속 사용하면 된다. 아... 요금제를 써보기로 했으니 조만간 요금제에 가입하고 무료(?) 통화량을 다 쓰기 위해서라도 지인들에게 자주 전화를 해야겠다.

 

LTE폰 USIM과 3G폰 USIM의 차이는 크기였다. 왜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많은 사람들이 3G USIM을 LTE폰에서 사용 할 수 없다 생각하고 3G 요금제를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다. 말 그대로 통신사의 얄팍한 꼼수라고 보여진다. LTE폰에서 통신 상황이 좋지 못할 때 3G로 연결 된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어서 LTE 폰에서도 3G 통신이 가능하다는 건 알았지만 USIM 칩이 이렇게 호환 된다는 사실을 직접 보고나니 세상에 믿을 통신사 없다는 생각이 든다.

 

3G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사용자가 3G폰을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LTE폰으로 바꿔야겠다고(요금제도 LTE 요금제로 바꾸려 했던) 생각했던 사람도 이런 방법으로 3G 요금제를 계속 사용 할 수 있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내가 했을 정도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정말 쉬운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포스팅은 올레 통신사의 경우고 SKT, U+는 USIM 크기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위에 사진에서처럼 핀 번호를 잘 맞춰서 슬롯 크기에 맞게 제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