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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프로그램, 내가 배워서 해도 되는데 시간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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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면서 클라이언트로부터 종종 듣는 말이다.
너무 자주 듣다보니 혹시 이 사람이 천재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내가 일을 하면서 의뢰인에게 제일 듣기 싫어 하는 말이 있다.
"간단한 합니다", "쉽습니다", "금방 되는겁니다", "별거 아닙니다"
이런식의 말이다.
정말 쉬운 작업인 경우도 있지만 이런 말로 운을 띄웠다면 필시 간단하지 않은 작업일 확율이 높다.
이런 말로 시작하는 의뢰인과 계약한다면 일하면서 마음 고생할 확율 99.9%다.
프로그램 개발을 도화지에 삼각형 그리는 것처럼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프리랜서든 다른 업체 직원이든 개발자를 종 부리듯이 하려고 든다.

클라이언트가 절대 볼 수 없는 부분


물리적으로 압축된 데이터베이스 파일의 크기가 500MB가 넘는다.
그중 100MB가 넘는 테이블(클레스)이 있다.
10만개가 넘는 레코드를 갖고 있다.
이 테이블에서 정보를 취합해서 연별, 월별, 일별, 카테고리별, 생산자별 통계를 내서 표로 출력 해 달란다.
그 말이 끝나고 몇 시간 뒤에 전화가 왔다.
왜 안되냐고 독촉이다.
내가 설계한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라서 겨우 테이블 구족 파악이 끝났는데 의뢰인은 왜 출력이 안되냐고 성화다.
그러면서 자기도 컴퓨터를 좀 아는데 바빠서 프로그램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의뢰하는건데 작업이 너무 늦은거 아니냐며 닥달한다.

■ 고생한만큼 인정 못 받는 프로그래머
프로그래머가 하는 일은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는다.
웹프로그래머의 경우 더 그렇다.
비주얼은 웹디자이너가 주로 담당하다보니 클라이언트의 입장에서 볼 때 일은 대부분 웹디자이너가 한다고 생각한다.
한번은 너무하다 싶은 의뢰인이 있어 사무실로 불렀다.
당신이 원하는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이렇게 많은 코드를 작성해야 한다며 프로그램 소스 몇 개를 보여 줬다.

"아... 이렇게 작업하네요. 생각보다 간단하네요."

의뢰인이 한 말이다.
더 이상 할 말을 없게 만들었다.
자기도 조금만 공부하면 할 수 있을거 같단다.
그런데 지금은 바쁘단다.
결국 바빠서 지금은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는 건 누구나 똑같다.
이 사람들 대본이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똑같이 말한다.

프로그램은 내용이 어떠든간에 결과만 출력해 주면 의뢰인들은 모른다.
나는 성격상 대충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엔 익숙치가 않다.
오랜 습관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스를 계층별로 간격을 맞춰 보기 좋게 정리를 해야 하고 알고리즘이나 리소스를 관리할 때 신경을 많이 쓴다.
그래서 다소 작업 시간이 늦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작업이 늦는 것에 대한 불만만 있을 뿐 좀 더 신경써준 것에 대한 고마움은 없다.

얼마전 기존의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 하는 작업이 있었다.
1만개 넘는 레코드를 한번에 불러와 처리를 하니 프로그램이 많이 늦다.
업그레이드 하면서 페이징을 다시하고 중복되는 프로세스를 줄이고 불필요한 변수들을 정리 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30초가 넘게 걸리던게 클릭하고 1초 미만으로 빨라졌지만 서버가 좋아져서 그런 줄 안다.
수고했다거나 고맙다는 말을 기대하는건 애초에 무리였다.
나는 작업 기간이 오래 걸렸는지에 대한 설명으로 진땀 빼야 했다.
고생한 만큼 인정 받지 못한다.

나도 다른 사람처럼 대충 프로그래밍해서 결과만 출력해서 넘겨 주고 돈만 받으면 되는건지 좋은 소리 못들어도 지금처럼 양심 것 작업을 해야하는건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돈이 많이 궁하긴 하지만 좀 덜 벌더라도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의 일은 절대 맞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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