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도전기/귀농 귀촌

마을발전기금은 무엇이며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귀농·귀촌을 어렵게 하는 나쁜 패습

jbee 2024. 4. 29. 18:09
728x90
반응형

시골풍경

 

요즘 귀농, 귀촌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관련 정보들이 인터넷 방송과 SNS에 쏟아지고 있습니다. 좋은 정보들도 있지만 많은 컨텐츠들이 시골 텃세와 마을발전기급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꽤나 심각한 상태인 거 같습니다.

 

▲ 새마을운동과 부역

과거에 새마을운동이 있었습니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정부의 중요한 정책이었습니다. 특히 도시보다 발전 속도가 느린 시골의 환경 개선 사업을 적극 추진했습니다. 도시는 기업와 자본가들의 투자를 통해서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민들 삶의 질은 향상 됐지만 시골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1980년대까지도 시골 마을엔 초가집이 있었고 변변한 화장실도 없었습니다. 정부에선 환경개선이란 목적으로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하는데 지금처럼 국가가 시골에 직접 투자하거나 지원하는 건 극히 일부였고 주민들 노동력으로 그것들을 모두 해결해야 했습니다.

 

새마을운동

 

정부에서 강제로 진행하는 사업이라 우리는 필요 없다고 거절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강제로 노동력이 동원됐는데 이걸 "부역 賦役"이라고 했습니다. 정기적으로 주민들은 다 같이 모여 이웃의 집을 수리해주고 길을 정비하는데 동원됐습니다. 농사에 필요한 저수지를 지을 때, 산에 나무를 심어야 할 때도 공짜 노동력, 즉 부역자들이 동원 됐습니다. 공동체를 위한 일이니 대부분은 당연하게 부역에 동참했습니다.

 

문제는 개인 사정으로 부역에 참여 할 수 없을 때 입니다. 몸이 아프거나 집안의 경조사로 부역에 참여 할 수 없는 사람은 일정 현금이나 보리, 쌀 같은 곡식을 마을에 내야 했습니다. 만약 이를 따르지 않으면 그 사람은 마을에서 왕따가 되기 때문에 빚을 내서라도 마을에 돈을 내야 했습니다. 그땐 현금 보다는 쌀이 화폐였기 때문에 쌀을 내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 제도권에 들어 온 "이장" 제도

새마을운동 사업은 공식적으로 끝났지만 시골엔 여전히 그런 공동체 문화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다 1990년대에 지방자치 시대를 맞아 이장, 통장 선출제도가 생겼고 이장을 통해 마을 공동사업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이장의 권한이 법적으로 구체화되고 나름 선출직의 특권도 있지만 이장의 업무가 워낙 고되고 잡무가 많은 탓에 기피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보통은 마을에서 오래 살았고 글 좀 아는 사람들, 마을 유지가 이장직을 하게 됐고 임기가 있지만 연임 제한이 없기 때문에 몇 십년을 하기도 하고 자식이 대를 이어 이장을 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노인들도 글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과거엔 시골에서 고등교육을 받고 글 좀 안다는 사람은 이장이었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이장 의존도는 매우 높았습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행정처리를 해야하는 일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장이 그런 일들을 맡아서 해주었습니다. 땅을 사고, 팔거나 등본 하나를 떼야 할 때도 이장이 필요했습니다.

 

이장은 봉사직이지만 또 선출직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30~40만원 정도의 월급이 나오고 각종 수당과 상여금을 포함하면 평균 80~100만원 정도를 받습니다. 그러나 과거엔 이장 월급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을 기금"에서 이장 월급을 챙겨주기도 하고 마을 주민들이 돈을 모아서 수고비 정도로 주기도 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마을에서 이장이 하는 일이 많았고 워낙 고생 많이 하는 걸 알기 때문에 주민들도 그것에 대해 불만을 갖지 않았습니다. 이장은 주로 그 마을의 유지인 많은 만큼 농사를 크게 짓는데 이장 업무 때문에 농사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어떤 마을은 이장 출마자가 없어 애먹기도 했습니다.

 

728x90

 

▲ 마을발전기금, 텃세가 되다

1990년대에 이장 제도가 법적으로 구체화 되었지만 아직도 안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장 관련 법률엔 아직도 헛점이 많다.

 

산업화로 급속히 시골 인구가 빠져나가고 학생이 없어 학교가 사라지기 시작한 게 1990년대 부터였다. 이때부터 정부는 문제를 인지하고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해 본격적으로 논의를 하게 됐고 지방지원 정책이 쏟아졌다. 영화 "이장과 군수"에서 주요 내용으로 다뤘던 것처럼 마을 발전을 위해 단체장들은 기업이나 시설을 유치하는데도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작은 공장 하나 유치하기 위해 세제혜택이나 도로 건설 같은 혜택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때 빠지지 않는 사람이 이장이다. 단체장은 회사를 유치해 성과를 내야 하는데 이장이 환경오염이나 사고위험 등을 내세워 마을 사람들을 선동하고 지자체서 하는 일에 반대하고 나면 골치 아프게 된다. 그래서 지자체는 일단 이장을 설득하는 데 정성을 아끼지 않는다.

 

지금도 그런 마을이 있지만 "마을 기금"으로 오래 전 부터 주민들이 돈을 모았다. 농한기에 주민들끼리 여행을 가거나 마을 잔치를 하는 등에 사용했다. 또 마을을 가꾸고 마을 상수도나 농사에 필요한 수로 건설 같은 필요한 시설 등에도 이 돈이 쓰였다. 그런데 이 마을에 누군가 외지에서 이사를 온다면 어떨까. 몇 십 년 동안 우리 노동력과 돈으로 마을을 이렇게까지 가꿔놨는데 외지인들은 아무 기여 없이 우리가 일궈놓은 걸 누리기만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처음엔 대놓고 돈을 내놓으라고 하지 못하고 마을 사람들과 인사하는 목적으로 돼지라도 한 마리 잡아서 대접하는 게 좋겠다는 정도였다. 그게 돈으로(현물) 바뀌면서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 됐다고 볼 수 있다.

 

도시 사람들은 이사할 때 짐 옮기고 동사무소 가서 전입신고하면 끝이다. 시골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아파트 사는 사람은 관리비에 "장기수선충단금"이란 걸 낸다. 이 돈은 아파트를 수리 할 때 사용하는데 집을 팔고 이사 갈 때는 전입자에게 이 비용을 받아낼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 그런데 시골 마을에서는 그런 규정이 강제적이지 않고 어떤 법으로도 보호받지 못한다. 장기 거주 원주민들 입장에서는 억울할만 하다. 이걸 텃세로 보는 사람이 많고 원주민과 외지인의 갈등 요인이 되는 것이다. 지자체별로 마을 운영에 관한 표준 약관을 배포하기도 하지만 강제성이 없다.

 

이장을 중심으로 마을 자체 규약으로 마을발전기금을 규정하는 곳이 많다. 아파트와 마찮가지로 마을이란 공동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공금이 필요한 건 당연하다. 깊은 산속 나홀로 자연이이 아니고 주민들과 섞여 살아야 할 때는 일정 금액 공금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하다못해 조기축구도 회비를 낸다. 그러나 마을 자치 규정이 전문가 참여 없이 이장과 마을에서 영향력 있는 몇몇이 만들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요즘은 지자체에서도 마을 지원 사업을 많이 한다. 마을에 필요한 시설 설치나 운영비 지원 등을 하기 때문에 과거에 비하면 주민의 마을 기금이 쓰일 곳이 많이 줄어들었다.

 

외지인들에게만 마을발전기금을 요구하는 마을이 있어 문제가 되는 사례도 많다.

원주민들은 위의 사례처럼 수 십년 마을을 가꾸기 위해 노동력, 시간, 비용을 들여왔으니 본전(?) 생각이 날 수도 있고 지금은 지자체와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게 많기 때문에 굳이 발전기금이 크게 필요하지 않지만 미쳐 제도권의 지원이 닿지 않는 곳에 필요한 자금을 회비 정도 수준으로 걷는다면 저항이 덜 할 수 있다. 마을에서 터무니 없이 높은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그런 곳은 이장과 그 몇몇 영향력 있는 사람이 어디선가 돈 맛을 봤을 가능성이 크다.

 

마을에 혐오시설이 들어온다고 하면 이장한테는 큰 기회다.

이건 내가 실제로 우리 마을에서 겪은 사례다.

마을에 혐오시설이 들어 올 계획이었고 이장과 마을 사람은 시청에 찾아가 시위를 했을만큼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몇 달을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이장의 태도가 돌변했다. 그게 지자체서 운영하는 시설이었기 때문에 20억 정도의 발전기금을 마을에 주겠다고 한 것이다. 그렇게 시설은 들어왔고 마을은 그 돈으로 마을회관도 새로 짓고 땅을 사서 창고도 지어 임대해 별도 수익을 내고 있다. 매년 별도 회비 없이 주민들 관광도 마을기금으로 할 수 있고 겉으로 보기엔 뭔가 나아진 거 같은데 그 많은 돈이 어떻게 쓰여지고 있는지 집행 권한이 있는 이장의 회계 감사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감사를 강제 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썬 없다고 봐야한다.

 

사실 도시와 시골에서 모두 살아봤던 입장에서 마을발전기금과 텃세에 대해서는 할 말이 끝이 없기는 하다. 시골에서 제일 싫어하는 외지인이 나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도시와 시골의 사정을 모두 잘 아는 사람. 다루기 까다롭기 때문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