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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개발자 품귀현상, 앞으로의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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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나에게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는 후배들이 없다. 학교를 떠난지도 오래 됐고 어린 후배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지 않은 것도 이유겠지만 "코딩"을 더이상 선호하지 않는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코딩이 전부는 아니다. 프로젝트 기획이나 설계 등 관리자의 역할을 더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어쨌든 프로그래밍에서 코딩을 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만들어 낼 수 없다. 그래서 개발자들은 주로 코딩을 한다.

90년대만 해도 프로그래머는 인기있는 직종이었고 2000년 초반 벤쳐 붐이 일면서 대우도 괜찮았다. 그런 사회분위기에서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사원들은 회사에서 먹고자고 하는 것도 청춘의 한 페이지일 뿐 그게 노동착취라고 인식하지 못하던 시절이기도 했다. 얼마전 TV의 나혼자 산다에서 기안84라는 웹툰 작가가 회사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 준 적이 있다. 상황은 다르지만 젊은 개발자들의 생활 모습이 보통 그랬다.

닷컴 열풍이 꺼지고 벤쳐 붐도 식으면서 그나마 개발자들이 있을 자리도 사라져갔다. IMF가 수숩됐다고는 하지만 기업들의 취업문은 더 굳게 닫혔고 IT에 투자하는 회사 찾기가 어려웠다.

2008년 재차 경제위기를 맞고 정부도 경기부양 정책을 2차산업 중심 즉, 삽질에 집중하다보니 4차산업은 남에 나라 얘기가 됐고 개발자는 백수되기에 딱 좋은 직업이었다. 이때부터 사실 프리랜서 개발자가 확 늘어난 시점이기도 하다. 공식적인 통계가 나온 건 아니지만 개발자 커뮤니티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나 역시도 2005년 쯤에 프리랜서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개발자의 역할한 근무환경과 처우에 대해서 더 말해야 의미가 없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후배들에게 왜 IT전공을 하게 됐냐고 물어보면 많은 학생들이 공무원 시험을 볼 때 가산점이 있기 때문이란다. 실제로 학생 반 정도가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단다.



개발자가 설 곳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게임개발자는 여전히 대우가 좋다. (그나마) 요즘 배달 앱이나 여행, 부동산 관련해서 인기 있는 회사들은 개발자를 직접 고용하기도 한다. 서비스가 변경 될 때마다 긴급 대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상시근무자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개발자의 영역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지금 그 스마트폰에 필요한 앱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개발자들이다. 과거에 홈페이지 만들던 웹개발자들도 이젠 스마트폰 앱을 만든다. 스마트폰 시장은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유튜버들처럼 다운로드가 어느정도 발생하면 거기에서 광고 수익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조금씩 개발자이 환경에 따라 유동적이 됐다.

문제는 일반 회사나 소규모 개인사업자들이다. 최근에도 직원들의 실적평가를 관리하는 업무용 프로그램을 제안 받았다. 전문 개발회사에 의뢰하려니 견적이 너무 높고 소규모 개발사에 의뢰하려니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개발자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생산을 전문으로 하던 업체가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싶을 때 인터넷 중계업체를 통해서 개발자를 소개 받을 수 있다. 요즘은 오픈소스도 훌륭한 것들이 많아 약간의 기술만으로도 쇼핑몰을 개발해 운영 할 수 있다. 그런데 판매하려는 상품의 특성이나 판매자의 경영 방식의 차이로 프로그램에 기능을 추가하고 변경해야 할 때 그것을 원하는 조건에 맞게 코딩을 해 줄 수 있는 개발자를 찾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개발자가 너 밖에 없냐?
이런 대우를 받던 때가 불과 몇 년 전이다. 실제로 일거리 중계 업체에 일감을 올려 놓으면 전국에서 개발자들이 달라붙어 입찰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의뢰인(원청)들은 아주 싼 가격에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다.

40대가 되면 개발자들은 보통 은퇴할 나이었다. 높아진 연봉도 회사에서 부담스럽고 진급 누락으로 20여년을 하루종일 앉아 코딩하는 일이 고되다. 또 그 나이가 되면 미래 비전에 대해서 암울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은퇴하면 개발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된다. IMF 이후로 어린 학생들이 프로그래밍을 배우지 않으면서 인력난이 생겼고 우리같은 노땅(?) 개발자들도 생명연장을 조금 더 할 수 있었지만 그마저 버티고 있던 기성세대 개발자들도 그만두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개발자가 부족해지는 현상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부 아마추어 개발자들이 프리랜서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데 피해 사례들도 종종들려온다. 의뢰인 입장에서는 개발자의 능력을 검증한다는 게 매우 어렵다. 예나 지금이나 학교보다는 학원에서 개발자를 많이 양성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난 프리랜서를 처음부터 하지 말고 꼭 10년 정도 회사 생활을 해보라 권하고 싶다. 아니면 요즘 청년대상 창업 지원을 많이 하고 있어서 기관의 도움을 받아 애초에 창업을 권하고 싶다. 앞으로는 혼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영역이 점점 줄어들 것이다. 우리시대(?)에는 혼자서도 가능한 일들이 많았다. 개발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요즘 열심히 준비하다 보면 10년 20년 뒤에는 다시 제대로 대우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오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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