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치질 경험담입니다. 혐오스런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그럴테지만 나 역시 의자에 앉아서 일한지 벌써 30년이 되어간다.
치질에 대한 이야기는 텔레비젼 건강 프로그램이나 뉴스 등을 통해서 정보를 접하긴 하지만 남 얘긴 줄 알았다. 평소에 치질이 전혀 없던 건 아니다. 팥알만한 돌기가 목젖처럼 삐져나오긴 했지만 크기 변동도 없고 통증도 없었다. 어쩌다 가끔 항문 주의가 가렵긴 했는데 며칠이면 또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엉덩이를 잘라내고 싶을만큼 고통스러웠다!
갑자기는 아니었다.
밤을 좀 새우고 몸이 피곤한 상태였다.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뭔가 찝찝한 느낌이 계속 가시지 않는다. 비데를 사용하는데 강도를 조금 더 올려도 찝찝함이 가시지 않았다. 그렇게 1주일 정도 지났다. 그런 불편한 느낌은 보통 1주일 정도면 끝나는데 이번엔 달랐다.
걷는게 불편할 만큼 통증이 왔다. 쓰라림은 아닌데 벌에 쏘인 것처럼 뻐근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말겠지 하고 참고 있었는데 다음날 되니 걷는 것도 힘들만큼 통증이 밀려왔다. 제대로 앉는 것도 힘들어 눕지 않으면 계속 통증이 왔다. 얼마나 아픈지 허리와 다리까지 통증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런 통증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더 심해지기 전에 일단 약국에서 연고와 진통제를 사왔다.
약국에서 준 약이다.
이 연고를 살 때만 해도 출혈은 없었다.
유효성분을 보니 리도카인, 알란토인, 테트라히드로졸린염산염, 클로르헥시딘염산염이 있다는데 리도카인 말고는 들어 본 적도 없는 성분이다. 첨가제인 파라옥시벤조산메틸, 파옥시벤조산프로필은 다른 피부 연고에도 들어 있는 성분이었다. 평소에 팔, 다리, 몸에 가려움증이 있어 피부연고를 자주 사용하는데 원하는 브랜드 약이 없을 땐 성분을 보고 구입하기도 한다.
터질게 터졌다!
연고를 바르기 시작한지 이틀정도 지났다.
살면서 자기 항문을 볼 일이 많지 않은데 거울을 비춰보니 호두알 반쪽만하게 부었고 완두콩보다 조금 큰 치핵이 세 개 정도 나왔다. 만져보면 터지기 직전 풍선처럼 단단하게 부풀어 올랐다. 출혈은 없었는데 자세히 보니 빨갛게 상처가 생기고 있었다.
더이상 움직이는 것도 어려웠고 더 심해지면 수술이라도 받을 각오로 병원을 가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웠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통증 때문에 며칠 밤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던 탓인지 잠깐 넋을 놓았는데 느낌이 뭔가 이상하다.
내가 설마 설사하고 있나 하는 느낌이 들 만큼 항문에서 뭔가 새는 느낌이 들었다. 놀라서 아래를 보니 피고름이 속옷을 온통 적시고 있었다. 터진 것이다. 부랴부랴 화장실로 가서 씼었는데 이게 뭐지? 내가 뭘 잡지도 않고 성큼성큼 걸어서 화장실을 갔다.
밖으로 삐쳐나왔던 치핵에서 피고름이 정말 많이 흘렀다. 그런데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 몇 시간 전까지도 제대로 걷지도, 앉지도, 눕지도 못했는데 멀쩡하게 걸어다니고 있다.
이럴 때도 여성용품이 필요했다!
라디오 컬튜쇼에나 나오는 남에 이야기 인 줄 알았다.
터진 치핵에서 피고름이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이틀째인 지금도 조금씩 묻어나는 중이다.
지금은 터지면서 생긴 상처 때문에 비데를 사용하면 자극이 되서 쓰린 정도이고 치질 통증은 완전히 사라졌다. 붓기도 가라 앉았고 완두콩만하게 삐쳐나왔던 치핵들도 들어갔다.
옛날에 배우 김소연 주연의 영화 "체인지"가 생각났다. 번개 맞고 성별이 바뀐 남녀 이야기인데 정준이 김소연에게 여성용품 사용법을 가르쳐 주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이 이럴 때 떠오를 줄은 몰랐다. 그리고 도움이 됐다.
발병 20여일 만에 나는 지금 의자에 앉아서 이 포스팅을 남기고 있다. 다른 사람의 사례들을 보면 운이 좋았던 게 아닌가 싶다.
치질엔 반신욕, 좌욕은 필수! 청결하라!
코로나 시대가 되면서 동네 목욕탕도 사라져 탕에 몸을 담글 일이 없어졌다. 집에서 씻기는 하지만 뭔가 후련한 맛이 없다. 탕에도 들어갔다가 사우나에 들어가 땀도 좀 흘리고 해야 시원한데 많이 아쉽다.
치질인가 싶을 때 부터 좌욕을 했다. 물 온도는 목욕탕에서 앗 뜨거워 하는 정도의 온도로 맞췄다.
한 번에 2회, 하루 두 번씩 하고 있다.
다른 포스팅을 보면 적외선이 적용되는 좌욕기 후기들이 많은데 아직 구매하지는 않았다. 대신 반신욕을 위한 접이식 간이 욕조를 구입했다. 별로 비싸진 않았다.
좌욕을 하면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그렇게 개운한 느낌으로 씻어내고 연고를 바른다.
그동안 보이지 않는 곳의 청결에 너무 무심했다. 좌훈 같은 것도 평소 관심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쑥 좌훈기를 하나 장만하려고 한다.
치질이 아니더라도 평소 건강을 위해서 반신욕이나 좌욕은 정말 중요한 거 같다. 이번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사흘 전까지만 해도 나죽네 했는데 이제 살만하다고 컨디션이 금방 회복 된다.
사는 것도 그런 거 같다.
피고름이 쌓이고 쌓이다 터지고 나서야 고통이 사라졌듯이 마음 속에 응어리 하나 쯤 품고 사는 우리들 모두 한 번은 그걸 터뜨려야 통증이 사라지는 거 같다. 피고름 쌓이지 않게 평소에 스트레스도 풀어가면서 사는 게 더 좋겠지만...
앞으로 항문에 힘만 주지 말고 청결에도 신경을 써야겠다. 이번에 느꼈지만 우리나라에 치질 환자가 정말 많다는 걸 실감했다.. 비맞으면 감기 걸리는 것처럼 현대인의 생활습관으로 치질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에 노출 된 것이다.
남자라면 약국에서 약 사면서 만약을 위해 여성 용품도 함께 사는 게 좋을 듯 하다.
'느낌이 있는 풍경 >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 봐가면서 물건 값이 달라지는 매장, 내가 가능하면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이유 (6) | 2024.09.03 |
---|---|
티스토리 오류 페이지에서 발견한 재밌는(?) 마침표(.) 발견 (0) | 2022.10.19 |
인터넷 약정 끝나서 통신사 이동했는데 눈 뜨고 코베인 기분 (0) | 2021.09.03 |